요즘 크루그만 칼럼 읽는 재미가 별로 없음. 패닉 모드라는게 너무 보임. 선거 결과 나온 후 머리 속이 정리가 안되는 모양. 미국 인텔리 리버럴의 당혹감이 크루그만의 반응에 너무 잘 나타남. 안그래도 선거 후 우울한데 이런거 보고 있으니 더 우울하고 짜증.
폴 크루그만의 25일자 칼럼에서 그의 주장은 아래와 같음.
켄터키의 가장 못사는 동네 중 하나인 Clay County에서 오바마케어 덕분에 보험 미가입율이 27%에서 10%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87%가 트럼프에 투표하였음. 크루그만은 이를 볼 때 이 번 선거는 정책이 아니라 백인 남자 정체성이 문제였다고 주장.
하지만 Clay county의 역대 대선 투표율은 아래와 같음. 공화당 지지율이 꾸준히 증가한 동네임. 이 번 대선도 공화당 지지율이 평균 5%포인트씩 증가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음.
| 공화당 | 민주당 |
2000년 대선 | 73.1 | 25.6 |
2004년 대선 | 74.5 | 24.7 |
2008년 대선 | 77.5 | 21.1 |
2012년 대선 | 83.7 | 15.0 |
2016년 대선 | 86.6 | 11.1 |
이 번 대선 결과의 최대 쟁점은 민주당의 stronghold였다가 이 번에 트럼프로 넘어간 중서부인데 전통의 공화당 지지주이자 남부에 속하는 켄터키를 왜 예로 들었나 모르겠음.
크루그만의 주장과는 달리 Clay County의 선거 결과로 이 번 대선의 성격을 규정할 수 없음. 이 동네는 원래 그런 동네임. 이 번 선거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음. 정책으로 정치적 견해를 돌릴 수 없다는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왜 과거에 민주당을 지지했던 중서부 지역의 백인들이 공화당, 그것도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는지를 보여주지 못함.
이 번 대선의 특징을 볼려면 위스콘신의 Grant County 같은 곳을 봐야 함. 아래 표가 Grant County의 역대 대선 정당별 투표율. 2000년 이후 내리 민주당 후보가 이겼던 지역인데 이 번 선거에서 무려 10%포인트 격차로 트럼프가 승리함. 지난 2008년 대선에서는 오바마가 12%포인트 격차, 2004년에는 무려 24%포인트 격차로 이겼던 곳임. 불과 8년만에 20%가까운 사람들이 지지 정당을 바꾼 것.
| 공화당 | 민주당 |
2000년 대선 | 46.6 | 48.7 |
2004년 대선 | 48.3 | 50.9 |
2008년 대선 | 37.0 | 61.0 |
2012년 대선 | 42.4 | 56.2 |
2016년 대선 | 51.3 | 41.8 |
미국 민주당은 이 번 대선 실패가 인종과 젠더 때문이냐, 아니면 계급 때문이냐로 치열하게 논쟁 중. 쟁점은 정체성 정치에 대한 것.
계급이라고 해도 뾰족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Grant County의 결과를 정체성 정치의 결과로 규정하면 답은 더 없음. 이 동네는 대학타운도 있어 젊은층도 적지 않음.
ps. 비록 힐러리 클린턴이 이겼지만 1972년 이후 한 번도 공화당 대선 주자를 뽑지 않은 미네소타 주에서 클린턴은 2%포인트 차이로 신승함. 매우 놀랐음.
반면 텍사스는 지난 2008년에는 롬니가 오바마에게 16%포인트 격차로 이겼는데, 이 번 대선에서는 클린턴 대비 트럼프의 우위가 11%포인트로 줄어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