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맙소사.

정치 2016. 11. 30. 12:59

NYT 기사. 논문 원본


민주주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봤을 "민주주의 공고화 (Democratic consolidation)." 한 번 민주주의 해서 민주주의가 성숙하면 그 다음에는 절대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 


그런데 젊은 세대로 갈수록 민주주의가 필수라는 의견이 급격히 줄어듦. 


아래 그래프는 민주주의 체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의견. 10포인트 스케일에서 10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숫자가 최근 코호트일수록 감소. 미국의 80년대생들 중에서 민주주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30%에 불과. 




이 그래프는 한 시점에 대한 측정일 뿐이고, 젊은 세대는 원래 자신의 의견이 확고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할 수도 있음. 


하지만 역사적 변화를 봐도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이 바뀌고 있음. 


아래 그래프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국가를 운영하기에 매우 나쁘거나 매우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 젊은 세대일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선호가 떨어지는건 원래 그렇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1995년과 2011을 비교했을 때,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의견 증가. 





이에 반해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지지는 해가 갈수록 크게 증가. 특히 소득 상층에서도 권위주의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져, 소득하층이나 중산층의 권위주의 선호르 앞서게 됨. 모든 소득 집단에서 권위주의 체제 선호도가 높아짐. 


 


이 얘기를 종합하면 올해 트럼프의 승리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확신이 잠식된 결과의 하나임. 


중국에서 한국 박대통령 스캔들을 인용하며 서구식 선거 제도를 비난하고 나섰음. 


매우 염려스러운 현상. 






사회학에서는 Wolfgang Streeck이 민주적 자본주의의 종식을 예언하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이 어떤 식으로 망가질지를 설파한 적 있음. 이 논문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서 같은 제목으로 책도 냄. 기본적으로 그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을 모순적 결합으로 봄. 


그의 전망은 매우 비관적으로 사회주의와 같은 유토피아의 도래로 자본주의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없이 체제 전체가 삐걱거리며 장기간 고통스러운 자본주의 멸망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것.   



또 다른 좌파 사회학자로 한국에서는 윤종희 교수가 <현대의 경계에서-역사과학에서 조명한 현대 세계사 강의>라는 책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어떻게 결합해서 발전했고, 앞으로 자본주의가 어떤 식으로 망가질지에 대해서 설파한 적 있음.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모순이 커지면서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찾아온다고 함. 


그래도 Streeck 교수의 비관론에 비해 윤종희 교수의 책은 훨씬 더 낙관적임. 책도 무지 두껍고 표지도 구려서 아마 아무도 안 읽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중간에 나오는 지루한 몇 개 챕터(2부)를 제외한다면 최근에 읽은 한국 도서 중에서 가장 훌륭했음. 특히 자본주의가 어떻게 자유주의와 결합하는지 민주주의와는 또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역사적으로, 사상사적으로 설명하는 1부는 매우 훌륭함.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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