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주목하지 않았음. 지자체 기초단체장이 중앙 정치에 곧바로 진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 분당구가 있어 상대적으로 예산이 풍부한 성남시에서 청년배당 정책을 실시해서 여론의 주목을 끈 정도라고 생각. 


이 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인기 상승도 다른 대선 주자와 달리 별 책임질 일이 없어서 선명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음. 


그러다가 워낙 지지율이 급등하길래 어떤 사람인지 알기위해 토론회 유툽 비디오 하나국회 출석 답변 비디오 하나를 봄.


사실 나는 가능하면 뉴스를 비디오로 접하지 않으려고 노력함. 영상이 주는 바이어스를 피하기 위해서 웬만하면 문자로 정보를 취득함. 연설의 경우에는 비디오로 보더라도 스크립트를 다시 한 번 읽어서 확인함.    


그런데 이재명 시장 비디오 보고 많이 놀랐음. 


나중에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오는지, 다른 정치인과는 어떤 관계를 맺는지, 본격적인 검증 과정에서 드러날 문제점 등을 봐야 알겠지만, 개인 능력으로만 놓고 보면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 시장이 가장 기대됨. 


대통령은 똑똑해야 함. 수 많은 정보를 접하고 소화한 후 국정의 전반적 방향에 맞는 결정을 논리적으로 내려야 함.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함. 모두가 알 듯 박근혜의 큰 문제 중 하나가 명민하지 못하다는 것. 인격적으로는 훌륭한 분들이지만 문재인, 안철수의 정치적 판단능력도 상당히 의심됨. 


중국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선거를 통한 지도자 선출 시스템으로는 능력있는 지도자를 뽑지 못한다는 것. 


대의제 민주주의는 정치의 자유경쟁 시장에서 능력있는 사람이 걸러져서 대표로 뽑힐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지 능력자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아님. 그래서 대의제 민주주의는 간혹 적절한 국가지도자의 선출에 실패함. 


그런데 이재명 시장은 논리적으로 매우 탄탄하며 그러면서도 스탠스를 잃지 않음. 이 능력은 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님. 


내가 본 비디오에서 압권은 국회 출석 중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파놓은 덫에 대한 반응이었음. 하태경-신보라 의원의 질문 중에서 청년배당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하태경 의원이 제기한 금속노조의 도피자금 지원에 대한 질문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고, 99% 이상의 정치인이 노조 측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넘어갈 내용이었음. 하태경 의원은 논리적으로 상대하기 녹록한 양반이 아님.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하태경 의원이 놓은 함정에서 대단히 능숙하게 벗어남. 곤란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모호성을 취해서 위기를 벗어난 것이 아님. (1) 노동자 연대라는 기본 권리, (2) 노조 규약을 만드는 사람들의 선의에 대한 가정, (3) 구체적인 규정의 문제(=정액지원은 도피자금 지원이라기 보다는 생활보조다)를 근거로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하의원의 덫에서 빠져나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재명 시장의 인기가 반짝 인기로 시들것 같지는 않음. 대중선동력과 논리력, 순간판단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듯. 과거 정치인 노무현은 날카로운 창과 같은 공격력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재명 시장은 상대를 공격하는 창 뿐만 아니라 굳건한 방패 능력을 가지고 있음. 뭐가 되었듯 앞으로 이재명 시장이 야당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생각됨.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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