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일부에서 이런 소리를 하는데, 헛소리다. 프레시안에 올라온 이충렬 작가의 글은 읽다가 짜증이 나서 중간에 그만둬 버렸다. 


이런 얘기는 정치학자나 헌법학자들이 나서서 해줘야 하지만, 한국의 학자 분들은 워낙 점잖으신 분들이라 별 말씀을 안하시니, 이충렬 작가같은 분이 글을 쓰고, 나 같은 정치학 헌법 문외한이 참다 못해 나서게된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대통령제의 핵심 중 하나는 견제와 균형이다.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가 임기 보장이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국회를 함부로 해산하지 못하게 하고, 국회도 대통령을 함부로 궐위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양자가 두려움 없이 견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박정희 독재 정권 하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함부로 해산했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벌써 다 잊었나? 


일부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일치할 수 있게 임기와 일정을 조정하자는데, 이것도 뭘 모르는 소리다. 4년만에 한 번씩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같이하면, 많은 경우 4년 내내 같은 정당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게 된다. 대통령이 얼마나 국정을 잘 이끄는가에 관계 없이 4년 동안 꼼짝없이 일당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이는 행정, 입법, 사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통령제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같이 뽑아서 일치시키는 것은 내각제지 대통령제가 아니다. 


미국은 중간선거라는게 있다. 임기 중간에 대통령 권력이 크게 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한국은 총선과 지자체 선거를 각각 다른 해에 치루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않더라도 중간 평가의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지자체장은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권력이 아니다. 오직 국회만이 그런 권한이 있다. 한국 선거 제도의 문제 중 하나는 어떤 경우는 임기 초반에 어떤 경우는 임기 후반에 총선을 치루어 평가의 시점이 달라진다. 미국에는 없는 보궐선거 제도가 있어 국회 권력의 미세조정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탄핵이라는 국회의 대통령 견제의 최고 수단 발휘에 실패했다고, 국회의원직을 버린다고? 국회를 해산하고 대선 이후 3개월 내에 새로운 국회를 만들자고? 


4년 동안 국회의원 임기를 보장하고, 어떤 경우에도 국회해산은 허용하지 않는 현행 헌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발상이다. 6.10 항쟁에서 국민이 피흘려 싸워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다. 


의원직 버리는 걸, 무슨 기득권을 내던지는 정의로운 행위로 생각하는데, 그거 아니다. 개인에게는 의원직이 명예고 기득권이지만, 권력의 총체로써의 국회는 반드시 지켜야 할 헌법기관이다. 행정권력을 장악한 보수권력과 부자 신문이 파놓은 여의도 혐오 정치 혐오에 편승하여 엉뚱한 소리 하지 말자. 


모르면 외워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보장이 대통령제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결과 하나가 마음에 안든다고 멋대로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게 아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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