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들이 모여서 온라인 시민의회 같은 아둔한 소리를 해대는 모양. 열정은 분출되는데 이 열정의 크기를 담아낼 이성이 없으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이 번 촛불시위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가장 큰 의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성 제도권 기관과 6공화국 헌법 내에서 국민적 분노의 분출을 담아내고 정치적 위기를 해결했다는 것. 


최초의 문제제기는 Jtbc라는 종편에서 나온 것. 위키리크같은 체제 밖의 문제제기가 아님. 문제의 해결은 헌법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한 것. 국민적 분노 앞에서 보수정치인들도 소신과 양심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하였음. 그 결과가 234명의 탄핵 찬성임.  


한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4.19 혁명, 박정희 쿠데타, 전두환 쿠데타, 6.10 항쟁 등 권력자의 축출은 헌법이 정한 법적 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님. 무력 충돌과 소요 사태 끝에 기존 질서를 폐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음. 


하지만 이 번에는 완전히 다름. 헌재에서 박근혜의 탄핵이 인용되면 헌법적 질서 내에서 권력자가 부정과 무능으로 물러나는 유일무이한 역사적 사건이 됨.


이 번 사건은 기존 질서의 해체가 아니라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쳐도 기존 질서와 절차 하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증거, 즉 기존 민주주의 질서의 공고화임. 한국의 민주주의가 매우 안정적이 되었다는 강력한 증거임. 


개헌에 대해 무수히 많은 논의가 있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기존 질서를 폐지하자는 욕구 분출이 전혀 없었음. 오히려 박근혜의 개헌 제안 등 기존 질서 내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촛점을 흐트리기 위해서 개헌이 언급됨. 


이재명이 뜬 이유를 그의 과격한 언사에서만 찾는 분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이재명의 주장은 모두 헌법이 정한 절차와 한계 내에서의 주장임. 거국내각, 여야합의총리 같은 법에 있지도 않은 이상한 정치적 해결이 아니라, 하야, 탄핵 같은 우리 헌법이 정한 절차 내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위정자를 쫓아내는 합법적 방법을 제시한 것. 기존 질서의 수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재명의 주장이 가장 보수적인 주장이었음. 


자신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 몇가지 아이디어가 국민들의 합의보다 낫다는 망상을 버릴 것. 있지도 않은 대표성을 참칭함으로써 이렇게 탄탄한 제도(=국민적 합의 + 법적 질서)를 함부로 바꿀려고 얕은 수를 부리지 말 것. 


한국의 민주주의는 6.10항쟁으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였고, 2016년 촛불시위라는 국민적 항쟁으로 제도 내 해결을 모색하여 민주주의의 저변을 공고히 하였음. 제도의 설립과 공고화 모두 국민적 항쟁이라는 위대한 역사의 단단한 기틀위에 서 있음.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도 이보다 위대한 역사를 가진 경우가 많지 않음. 





ps. 그렇다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치 않다는 식으로 오해하지 말 것. 제도적 개선은 혁명적 전복이나 기존 질서와의 단절이 아니라 제도 내에서의 합법적 절차를 통한 개선이라는 것이 이 번 시위에서 확인된 것. 시민의회 같은 헛소리가 아니라, 국회의원이 유권자의 의지를 더 잘 반영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할 것. 


pps. 한국의 역사를 만든 6.10항쟁과 2016년 촛불시위에서 모두 올바른 편을 지지하며 역사적 변화를 목도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함.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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