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사: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비판 쏟아진 이유


뭇매를 맞고 자료 제공을 포기하긴 했지만, 가임기 여성 통계는 반드시 필요한 통계 중 하나다. 지역별로 통계를 낼 필요도 있고. 이걸 굳이 '대한민국 출산지도'라는 이름을 붙여서 제공할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출산관련 통계에서 남성의 수는 중요하지 않다. 출산통계는 여성의 숫자만 따진다. 여성의 숫자만 살펴보는게 대한민국 공무원이 여혐이거나 정신이 나가서가 아니라 모든 출산 통계의 정상적 방식이다. 





그건 그렇고, 남성이 열받을만한 통계라면 "결혼할만한 남성 (marriageable men)"이라는게 있다. 하버드 사회학자인 윌리엄 윌슨이 만든 개념인데,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어 가정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남성의 숫자다. 


미국에서 흑인 여성의 혼인율이 낮고 혼외 출산율이 높은 이유를 설명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흑인 남성 중 '결혼할만한 남성'의 숫자가 적어서 흑인 여성이 결혼을 못한다고 설명한다. 


왜 이 통계가 중요하냐면 출생성비로 혼인율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출생성비는 여성 100명 대비 남성의 숫자로 계산한다. 보통 자연성비는 106정도다. 여성 100명이 태어날 때 남성은 106명이 태어난다는 것. 


그런데 이 자연성비로 결혼율의 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게 윌슨의 주장이었다. 자연성비가 아니라 여성 100명당 결혼할만한 남성의 숫자로 성비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  혼인연령의 여성 대비 결혼할만한 남성의 숫자가 적어지면 혼인율이 감소하고 혼외 출산율이 증가한다. 


처음에는 고용상태에 있는 남성의 숫자로 결혼할만한 남성 통계를 냈었는데, 조작적 정의를 조금씩 바꿔서 소득 정도, 범죄 경력 등등도 포함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결혼할만한 여성은 별로 안따지고 결혼할만한 남성의 숫자만 따진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남성이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norm이 강하다. 그러니 한국은 오죽 하겠는가. 


결혼할만한 남성은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남성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청년실업률은 2016년 2월 현재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가임기 여성 대비 결혼할만한 젊은 남성의 숫자가 적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할 점은 한국에서 혼외 출산은 그 비율이 매우 낮다. 많은 선진국에서 혼인과 출산이 별도의 이벤트인데 한국은 아직도 결혼과 출산이 거의 같은 이벤트다. 즉, 한국에서 출산율이 낮은 큰 이유 중 하나는 만혼 때문이고, 만혼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결혼할만한 남성의 숫자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공식 통계로 작성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족사회학하는 학자들이 결혼할만한 남성의 숫자를 지역별로 계산해보고, 이 숫자가 혼인율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 나아가 출산율과도 관련이 있는지도 한 번 따져볼만하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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