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의 임기 초반, 놀라울 정도로 확실하게 사회적 분위기를 장악했음. 노태우 대통령 시기를 모델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재의 진행은 "김영삼 + 노태우"의 가능성, 노태우의 통합과 김영삼의 개혁을 모두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임. 


특히 5.18 기념식에서 개헌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음. 개헌은 진보세력이 힘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최선. 권력구조가 주 관심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개헌의 진짜 목표는 기본권 강화가 되어야 함. 5.18을 전문에 넣고, 기본권을 강화하는 개헌을 한다면, 이 보다 더 나은 개혁은 없을 것. 


어쨌든 요즘 문재인 대통령을 오바마에 비교하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보임. 


그런데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의 임명을 보며 생각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Bill Ayers.


이 양반이 누구냐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처음으로 대선에 나왔을때 오바마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냐며 논란이 되었던 일리노이주립대-시카고(UIC) 교수. 


왜 논란이 되었냐하면 Bill Ayers가 미국의 급진적 공산주의 사회운동 조직이었던 Weather Underground의 지도자였기 때문. 한국에 86세대가 있다면 미국에는 60년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을 진행했던 반전세대가 있음. 미국의 반전세대와 얘기를 해보면 86세대의 입장에서 상당한 공감대가 있음. 


어쨌든 Ayers가 설립하고 이끌었던 조직에서 한 일이 조국 민정수석이 속했던 사노맹과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음. 오히려 사노맹이 전위조직으로 공산혁명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Weather Underground보다 더 과격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음. 체제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치면 사실상 북한 체제로의 흡수 통일을 꿈꾸며 북한에 임수경을 파견하기도 했던 한국의 주사파가 Ayers의 지하 조직보다 더 현실적인 위협이었음. 


Ayers가 설립했던 조직이 정부 건물의 폭파를 계획했고, 그 조직원 중 일부는 더 과격한 조직을 만들어 사람을 죽이기도 했음. Weather Underground의 조직원 중 일부가 가담했던 "5월19일 공산주의 연합"이라는 조직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무장강도로 현금을 탈취하다가 현금수송차 가드를 죽인 것. 


이러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Bill Ayers가 오바마와 가까워서 오바마가 매우 과격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덮어씌울려고 보수세력이 공격했던 것. 결론은 Bill Ayers와 Obama는 가깝지 않은 것으로 논란이 끝남. 


정치적으로 Obama와 Ayers가 가깝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이 논란이 남기는 씁쓸함, 당혹, 그리고 한국과는 다른 극명한 대비가 있음. Bill Ayers는 UIC의 Distinguished Professor (DP)로 은퇴하였음. 미국 대학에서 DP는 아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님. 정교수를 넘어 매우 훌륭한 연구 성과가 있어서 특별 대우가 필요한 소수에게만 DP를 수여. 평생 수업 시수도 줄여주고, 연봉도 높여주고, 연구비도 따로 지급하고, 총장 선출 등에서 DP만 따로 면접하는 등, 그 권한이 막강함. Bill Ayers는 미국에서 교육분야의 가장 큰 학회인 AERA의 vice president로도 선출되었음. 굳이 비교하자면 학자로써 Ayers는 조국 교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업적을 가지고 있는 분.  


Ayers는 또한 매우 인간적이었던 듯. 살인죄로 아직도 복역중인 "5월19일 공산주의 연합" 조직원, David Gilbert의 아들을 키우고 돌봤음. 그 아들은 훌륭하게 자라서 현재 변호사가 되었음. 


이렇게 교육분야에서 훌륭한 연구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와 관련된 논란에서 알 수 있듯, Ayers는 정치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못했음. 심지어 DP였음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 UIC의 Emeritus Professor 자격을 얻지도 못함. 50년전의 활동이 그의 평생을 따라다니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한한 것. 


서유럽 국가들은 달랐겠지만, 미국 사회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을 실천 했던 인물을 정치적으로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음. 공적 영역에서는 학계가 그나마 이들을 수용.  


오늘날 한국에서 주사파 출신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고, 혁명전위 조직을 지향했던 학자가 민정수석을 하는 것과 대조적. 심지어 하태경 같은 NL출신 인사가 보수당 국회의원을 하며 임종석을 옹호하고 있음. 


이러한 한미 간의 차이점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배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한국 사회의 연결망이 미국보다 촘촘해서 다들 서로 알기 때문인지, 인구수가 적어서 엘리트 가용자원이 적어서인지, 아니면 과거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 전통이 있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설사 과거에 과격했더라도 사회운동이 민주화 운동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사회운동가 배제는 민주 국가로써의 정통성을 훼손하기 때문인지, 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민족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주사파의 감정적 지향이 유사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도 사회운동 전통이 강해서 이들 집단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인지... 


그 이유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그토록 빨갱이 선동이 기승을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견해와 소신, 과거의 행동에 따른 인물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미국에 비해서는 약했던 편. 


이러한 유연성이 한국 사회의 장점이기도 함. 정당 인력 충원의 유연성이 한국 사회가 가진 역동성의 한 요인일 것으로 추측함. 





ps. 이는 상황을 바꾸어 반추하면, 적폐세력 청산을 하더라도 인물 배제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음. 인물 배제보다는 시스템을 바꿔 적폐세력이 세력으로 존재하지 못하도록 파편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듯.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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