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문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굉장히 독특하다.

교육수준으로 따지면 남녀평등이 거의 이루어졌고, 여성의 개발정도도 전세계 상위권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의 지위, 사회적 성취도를 보면 전세계 바닥권. 교육수준의 향상과, 노동시장, 사회적 지위의 향상이 같이 변화하는 다른 나라의 "일반적" 현상과 거리가 있다. 여성의 교육과 노동이 이토록 괴리된 사회가 일찍이 있었나 싶다.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여성의 노동참여가 먼저 이루어졌고, 그 다음에 교육수준이 향상되었다. 중산층의 맞벌이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국은 "여공"으로 대표되는 저학력 여성의 노동참여 이후 고학력 여성의 지속적인 대규모 노동참여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석훈 박사가 가끔 그의 블로그에 "배운뇨자"(맞나?)라는 개념을 소개하던데,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교육 수준은 높지만 사회적 활동이 타 선진국과 다른 한국 여성>을 개념화하고 싶었을 것이리라.

<대치동 현상>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뜨거운 교육 열기는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교육받은 여성이 자신을 능력을 다른 곳으로 발산해 생긴 부가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기러기가족도 외국에서 혼자 자녀를 돌볼 수 있을 만큼 능력있는 여성들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헬리콥터 맘>도 높은 교육 수준 덕분에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쓸 데가 마땅치 않은 여성들의 출구가 아닐지.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부부 모두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한국 중산층의 높은 임금 인상 요구는 소비 욕구는 맞벌이하는 선진국과 다를 바 없으나, 수입은 남편의 외벌이에 의존해 적기 때문에 가중되는 현상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한다. 참고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후 남성의 임금은 상위 10%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전혀 오르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직종에서 여성 임금은 꾸준히 인상되었다.

세대간 계급이동이 단절되었고, 그 단절의 매개가 교육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교육불평등 재생산의 핵심행위자는 <교육 수준은 높지만 노동시장 활동은 하지 않는 한국 여성>일 것이다.

한국 여성문제. "명절 때의 역할 분담", "시댁 문제", "육아문제"도 중요하지만,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문제를 다루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고, 이 문제의 해결, 개선은 외국의 정책을 베끼는 것에서 벗어나 한국만의 창의성이 요구되는 영역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ps. 일본은 어떤지 궁금하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하늘타리 2010.08.07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젠더 불평등이 세대간 불평등의 지속 혹은 증가로 이어지는 고리가 말씀하신 방식대로 존재한다면 보기드문 한국적 현상이겠네요.

    요즘 느끼는 것은 이런 저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정말로 요구되는 것이 정책적 창의성인데 한국 사회는 창의성의 발현을 제도적 문화적으로 억누르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정책입안자, 실행자들 자체가 혹시라도 창의성이란 것이 조금이라도 첨가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 같다는 거죠. 관료들이야 원래 태생적으로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적 영역에서 좀 더 창의적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2. 어멍 2010.08.07 1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리있는 분석입니다.
    뿌리깊은 유교문화, 한국전쟁, 분단, 압축성장...한국만의 특수상황하에서 발생한 현상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좀 도깨비 시장같다고나 할까요.
    거의 대부분이 지체와 괴리현상입니다.
    의식과 현실의 괴리, 문화지체, 세대지체 등등등

  3. 스크류바 2010.08.07 1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존재라는 가정하에... 한국에서 전업주부가 갖는 benefit도 상당한 것이 아닐른지요....

  4. 2016.01.27 0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기사.
논문 (회원 아니면 볼 수 없음).

네바다 대 사회학자인 Evans가 이끄는 연구팀의 결과. 집에 책이 500권 이상 있는 집에서 자란 애들이 한 권도 없는 집에서 자란 애들보다, 중국에서는 가방끈이 6.6년 길고, 미국에서는 2.4년 길다. 부모의 직업, 학력, 자산 정도를 모두 통제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27개국을 조사한 결과다.

브루디외의 문화적 자산(scholarly culture at home)에 대한 검증 논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자녀를 생각한다면 ebook으로 보는 것보다는 종이에 인쇄된 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자기는 공부 열심히 안했어도 책을 존중하고 모셔놓고 읽는 습관을 보여주면 애들도 그런 문화에 적응되어서 공부를 오래 많이 한다는 것.

작년 샌프란 ASA에서 발표하는 걸 들었던 내용인데, 벌써 저널(RSSM)에 실리다니... 


ps. 애를 고학력 실업자로 만드는 첩경: 집에 장서를 늘린다.ㅠㅠ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피노키오 2010.04.08 1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판계에서 반색할 대형 희소식이로군요.
    이제 강남 아파트들에 '책 사서 모으기 열풍'이 불듯^^
    거실에서 이해하지 못할 책 펴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읽는 연기를 하고 있을 부모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안구에 습기가 ;;

    • 바이커 2010.04.08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파트 설계시 장서 500권이 들어가는 서재를 추가. 선택 옵션으로 티브이와 도서 300권을 진열할 수 있는 마호가니 원목 책꽃이/티비 다이 셋트. 고급 옵션으로 화장실용 방수 책꽂이.

      저렴하게 서재 효과만 내는 서재무늬 벽지...

      일단 컴퓨터 월페이퍼는: http://www.vladstudio.com/wallpaper/?googlelibrary

    • 피노키오 2010.04.09 0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개하신 월페이퍼보니 왜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
      시각 공해군요.

  2. 폰생폰사 2010.04.08 2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거실에 TV를 없애고,
    책장을 놓으려 하는데,
    귀찮아서..ㅎㅎ

  3. 다시다 2010.04.09 0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괴짜경제학에서 집에 책 많은 건 상관 없다고 했던 거 같은데. 부모가 유전적으로 지능 높고 성취 지위가 높으면 아이들도 따라가는 거고, 그런 집에는 당연 장서도 많다고요. 그런 변인을 통제해도 상관관계가 있나보죠?

    • 바이커 2010.04.09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연구가 유전요인을 통제하지는 않았고요, 성취 지위는 통제했습니다. 내용이 매우 흥미있음에도 불구하고 탑저널에 실리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유전요인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고 추측되는군요.

  4. 몽쇼라 2010.04.14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지만 책이 많아봤자, 읽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효과 없죠. 단지 콜렉터.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 읽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하죠.

이코노미스트 기사.

미국 대입 시험인 SAT 시험 결과를 보니까, 큰 강의실에서 여러명이 같이 시험봤을 때의 평균 성적이 작은 강의실에서 적은 숫자가 응시할 때 보다 낮았다.

Garcia & Tor 교수는 이 결과가 큰 강의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경쟁자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경쟁을 포기하기 때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몇가지 실험을 했다.

우선 쉬운 문제를 빨리 푸는 실험. 각 학생은 모두 독방에서 혼자 시험을 보지만 상위 20% 안에 들면 5불을 준다고 얘기했다. 그 중 절반에게는 경쟁자가 10명이라고 얘기하고 다른 절반의 학생에게는 경쟁자가 100명이라고 알려주었다. 결과는 경쟁자가 10명일 때는 평균 28.95초만에 문제를 풀었는데, 100명일 때는 33.15초가 걸렸다.

또 다른 실험. 이 번에는 5키로 마라톤을 뛰는데 상위 10% 안에 들면 1천불을 상금으로 준다면 얼마나 빨리 뛸 것인지 물어봤다. 7점 리커트 척도로 얼마나 노력을 기울일지 물어본 결과, 경쟁자가 50명이라고 가정한 집단은 7점 만점에 평균 5.43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는데, 500명이라고 알려준 집단은 4.89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대답하였다.

즉, 경쟁자의 숫자가 많으면 설사 성공확률이 같더라도 노력을 적게하는게 인간의 심리라는 거다. 옆에 경쟁자의 숫자가 적어야 오히려 더 열심히 한다는 것.


ps. 그러니 전국 일제고사 너무 좋아하지 마시라.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TAG 경쟁, 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우재 2009.08.02 2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이건 거의 적시에 터뜨리는 솔로홈런이군요. 이런 검색능력과 지식이 부럽.

  2. 피노키오 2009.08.02 2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검색능력과 지식이 부럽. 2222

  3. Gus 2009.08.03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면 알수록 오묘한 현실의 세계입니다.

  4. 오돌또기 2009.08.04 0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고로 전국일제고사가 아이들이 느끼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줄여 주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라는 시사점이 도출될 수 있겠는데요? 백 명안에서 십등이라면 1등이 가깝게 느껴지니 뭔가 따라잡을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들 수 있는데, 만 명으로 석차를 내서 천등이 되면 주제파악이 더 되지 않을까요? 아 우리반 1등은 넘사벽이구나.

    • 바이커 2009.08.04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압박감을 줄여준다고 할 수도, 주제파악이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는 경쟁력의 저하입니다. 한 사회의 운명이 궁극적으로 다수의 경쟁력 상승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때,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죠.

  5. reple 2009.08.10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막연히 이런걸 느끼고 있었는데, 이런 실험이 있다는게 놀랍네요. 사실 수능이 지금처럼 쉽지 않던 97학번인 저로썬,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SKY 를 가는게 특목고에서 가는 것 보다 더 유리하다고 많이 생각했습니다.
    너무 공부잘하는 아이들끼리 뭉쳐놓으니까 사기저하같은 역시너지 효과를 주변에서 많이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