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kson & Kim (2022, Social Forces). Tied Staying on the Rise? 

 

미국 얘기라 트위터에 간단히 언급하고 말았는데, 제1 저자인 Matt Erickson 선생이 이 논문으로 IPUMS 대학원생 연구 논문상을 받았고, 연구 결과가 한국에 주는 함의도 없는건 아니니, 블로그에도 포스팅.  

 

개척시대, 흑인들의 남부에서 북부로의 대이동 (the Great Migration) 등 미국의 역사는 국가 간 이민 뿐만 아니라 국가 내 지역이동에 의해서도 특징지워진다. 그런데 미국에서 지역이동 비율이 점점 떨어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역이동 비율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양성평등 의식의 확대에 주목한 것이 이 논문이다. 인구학에서 지역이동과 성별 불평등의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로 Tied Moving이라는게 있다. 부인은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남편의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지역이동이 남성의 소득은 높이고 여성의 소득은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 여성의 소득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이사를 가는 이유는 전체 가구소득이 증가해서 family utility가 증가한다는게 논리다.

 

그런데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부부 모두의 커리어를 중시하는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부부의 가구소득 기여분이 비슷한 맞벌이 가정일수록 지역이동 확률이 낮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부부가 서로의 커리어를 중시해서 현재 지역에서 타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꺼려하는 현상을 Tied Staying이라고 칭한다. 

 

Tied Staying이 증가하는데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남성이 생계를 모두 책임지는 남성생계부양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부부가 비슷하게 가구소득에 기여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구성효과다. 남성생계부양자, 양성생계부양 가족 각각의 의식에는 변화가 없지만, 생계부양 형태의 비중 변화로 인하여 Tied Staying이 증가한다는 거다.  다른 하나는 부부가 비슷하게 가구소득에 기여하는 사람들 중에서 서로의 커리어를 모두 중시하는 의식이 증가해서 상대방의 커리어에 방해가 되는 지역이동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성생계부양자, 양성생계부양 가족 간의 지역이동 확률 격차가 확대된다는게 두 번째 설명이다. 맞벌이 부부의 인식 변화가 Tied Staying이 증가하는 이유라는게 두 번째 설명이다. 이를 비율효과라고 칭하였다. 

 

그래서 두 효과 중 어는 것이 큰지 25-39세의 젊은 커플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양성생계부양 가구가 증가하는 구성효과보다는 남성생계부양 가족과 양성생계부양 가족 간의 격차가 증가하는 비율효과가 지배적이고, 이러한 부부 모두의 커리어를 중시하는 의식 변화가 지난 20여년간 젊은 부부의 지역이동 감소 중 약 1/3을 설명한다는게 논문의 결론이다. 

 

아래 그래프가 이 논문의 핵심 주장이다. 가구 소득 중 부인의 기여분과 지역이동 확률의 관계를 보면 부부의 기여분이 비슷할수록 지난 1년간 지역이동 확률이 떨어지는데, 그 격차가 1990년대보다 2010년대에 크게 확대되었다.

그래서 이 연구가 한국 사회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수도권 집중을 줄이고, 지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부 모두에게 일자리를 주는 지역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부부 모두가 일자리를 가지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사는게 최선의 선택이다.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서울의 평균 임금이 더 높고, 지방보다는 수도권의 여성차별이 덜 심하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지방에 공기업을 이전하고 혜택을 줘도 젊은 부부는 수도권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주말 부부를 하는게 합리적 선택이다. 둘 중 한 명은 수도권에 일자리가 있을 확률이 높은데, 뭐 때문에 지방으로 근거지를 옮기겠는가.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spousal hire 제도를 도입하고, 부부가 모두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전체 가구소득도 늘고, 근거지도 옮길 수 있다.

 

 

Ps. 안철수 부부가 유학 후 카이스트에 자리 잡을 때와 서울대로 옮길 때도 spousal hire가 작동했다. 이 분들만 예외적으로 그 혜택을 받을 필요는 없다. 

 

Pps. 미국은 자신의 커리어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커리어도 중시하는 쪽으로 의식이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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