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사: 종로 고시원 화재


예전에는 빈민들이 판자촌에 모여 살았다. 도시빈민들의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었고, 철거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대한 사회과학 연구도 쏟아졌고. 


한국은 빈곤층을 일반 주택지에 흡수한, 중산층과 빈민층이 비슷한 지역에 섞여 살게 만드는데 가장 성공한 국가 중 하나다. 더 이상 판자촌이나 주택 강제 철거 지역이 없다. 


그래서 나타난 효과가 <가난이 보이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아래 풍경은 이 번에 화재사고가 난 고시원 앞에서 바라본 풍광(구글맵)이다. 여기서 가난에 찌든 모습이 보이는가? 




사회과학에서 주거분리(segregation)가 빈곤층의 웰빙에 부정적이고 빈자와 중산층이 섞이게 되면 중산층이 마련해 놓은 지역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빈곤층의 상향 이동과 생활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일반적으로 얘기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진 우리 사회, 주거분리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 사회는 빈곤층의 상향 사회 이동과 생활 수준 향상을 이룩하였는가? 


한국을 방문할 때 이 문제를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학자들에게도 물어보고, 도시빈민 종교 단체에 찾아가서도 물어보고. 


답은 아무도 모른다. 연구가 없으니까. 


제정구, 이부영, 김수현 등등 지금 힘있는 위치에 있거나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도시 빈민 운동을 했다. 하지만 도시 빈민의 집단 거주가 없어지면서, 도시빈민 운동을 하던 분들은 다른 시민단체나 정당으로 흡수되었다. 도시빈민을 연구하던 사회과학자들은 대부분 다른걸 연구한다. 

예전에 포스팅했지만, 한국의 불평등은 상위 90% 랭크와 중간 50% 랭크의 격차가 벌어져서가 아니라, 중간 50% 랭크와 하위 10% 랭크의 격차가 벌어져서 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져서 불평등이 더 커진 것. 

주거분리 극복이 생활 수준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위 50%에서의 격차는 줄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럼 주거분리 극복으로 하위 계층의 자녀들은 어떤 혜택을 보았나? 과거에 비해 도시 빈민의 세대간 이동률이 높아졌나? 

답은 아무도 모른다. 대부분 관심이 없으니까. 

한겨레 안수찬 기자가 여기에 대한 글을 여러 편 썼다. 한겨레 21에서 특집도 냈고. 한겨레 정도에서 다뤄서는 별 효과가 없는 듯 하다. 

국영방송에서 <보이지 않는 가난>을 한국적 빈곤의 특징으로 보도하는 특집 같은거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관심도 받고 연구도 하고 대안도 나오지. 




Ps. 사망자가 큰 이유 중 하나가, 비가 와서 건설 현장에 나가지 않고 고시촌에서 늦잠을 잤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의 호구지책은 기사에도 나오듯이 건설현장이다. 진보 정권의 삽질 백안시가 어떤 계층에게 타격을 주는지 바로 알 수 있지 않은가. 건설은 지역토호의 배를 불리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건설보다 하위 계층으로 떡고물이 더 내려가는 다른 메카니즘이 아직 없지 않은가.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한겨레 신문 기사: "금융연구원도 “취업 증가폭 급감, 인구 줄었기 때문”"

금융연구원 보고서 원문


이 번 금융연구원 송민기 연구원의 보고서에는 기존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 있음. 지금까지 생산인구 감소를 취업자수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한 경우는 여러 번 있었지만, 취업자수와 생산가능 인구의 절대수를 연결시킨 보고서는 아마 이게 처음. 


보고서에 나오는 주장의 핵심은 지난 2000-2015년 사이의 변화를 보면 20-59세 인구의 절대수 변화와 취업자수 변화가 기울기 1의 직선적 관계를 보인다는 것. 인구가 1만명 늘면 취업자가 1만명 늘어나는 그런 관계라는 것임. 놀랐음. 


이러한 분석은 향후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 것을 예상할 때 취업자수가 더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을 가능케 함. 


보고서에서는 "그동안 20-59세 인구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해당 연령층의 고용률은 추세적으로 상승한 바 있으면, 향후에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그 역과정을 통해 고용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라고 주장. 


실제로 이렇게 될지는 지켜봐야 알 것. 하지만 고용률의 상승이 여성의 노동 참여 증가로 인한 추세적 경향이라면 앞으로 인구가 감소한다고 고용률이 그와 함께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 반면 여성 노동 참여 증가가 남성을 완벽히 대체하는 것이라면 보고서에서 주장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음.  


현재의 보고서에서 인구 증가와 취업자수 증가가 1대1로 상응한 원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는 않음. 


어쨌든 흥미로운 보고서로 일독을 권함. 






보고서에서 주목해야할 세 가지 추가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2016년과 2017년이 예외적으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취업자수가 증가한 시기라는 점. 그 원인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부동산 경기 특수. 


추세 하락하던 도소매업 취업자수가 2017년에 갑자기 증가. 2017년을 배제하면 2018년의 도소매업 취업자수는 추세적 하락의 연장선에 있는 것. 도소매업 취업자수 증감을 순전히 최저임금으로 보는 분석이 왜 엉터리인지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음. 


또 다른 하나는 연령별 세부 분석. 30-44세 연령층을 5세 단위로 세분화했을 때, 인구가 감소 중인 30-34세와 40-44세는 취업자가 크게 감소했지만, 35-39세 취업자는 증가했다는 것. 한편으로 이는 한국에서 노동시장은 같은 연령층에서의 경쟁이라는 의미이기도 함. 


좀 더 흥미로운 포인트는 30대의 변화. 아래 그래프에서 40대는 인구 증감과 취업자 증감이 일치하는데, 30대는 인구 증감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인이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발생한 듯. 이 요인을 분석하면 재미있을 듯. 여성 노동 참여 요인일수도, 20대의 지체된 노동시장 참여일수도. 



마지막은 고용률. 통계청에서 20-59세 prime working age의 고용률을 발표하지는 않는데, 이 보고서의 계산에 따르면 인구 대비 고용률 변화는 다음과 같음. 현재의 72.9% 고용률은 역대 최고 수준. 이렇게 고용률이 높아진 가장 큰 원인은 50대의 고용률 증가 때문.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정책 중에서 가장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이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라고 생각함. 아마 말만 그렇게하고 실제로는 하지도 못할 것으로 예상하긴 하는데, 진짜로 할까봐 무서운 정책이기도 함. 


요즘 지역 연구하는 사람들이 왜 대도시에 고급인력이 몰리고 고급인력이 몰린 대도시의 생산성이 더 높아지는지 논의하고 있는데, 명확한 결론은 없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고급인력끼리 몰려 있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집값이 오르고 지역이동률이 높아져서 학력/소득/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대도시로 몰리고, 학력/소득/생산성이 낮은 사람들은 대도시로 오지 못하는 sorting 효과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 높은 노동자끼리 좁은 공간에 모아두면, 아이디어 교환이 활발하고, 좋은 건 서로 빨리 베껴서 생산성이 더 크게 오르는 externality 효과 때문에 지역 격차가 커진다는 것. 


지역 격차 확대가 sorting 때문이면 이해찬이 얘기한 것 같은 공공기관의 지역분산이 고급인력을 분산시켜 지역 균형발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지역 격차 확대가 externality 때문이면 공공기관 지역분산은 한국 전체의 생산성을 낮추는 패착임. 


경제 성장에서 혁신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생산성 높은 노동자의 집중에 따른 externality 효과의 중요성은 커짐. 이 때문에 최근 전세계적으로 지역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함. 


실제로 대규모 도시 지역과 다른 지역간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불평등이 커지는 것은 현재 전세계적 현상임.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지역 생산성 격차와 불평등이 커진다는건 일국 내에서 정책으로 조정할 수 없는 공통된 요인에 의한 변화가 있다는 것. 이러한 요인은 활용해야지 저항해서는 안됨. 


한국의 경쟁력은 고급인력의 수도권 집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다른 나라보다 더 수도권에 모든 인력이 집중되어 있어서 국가 전체적으로 고급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음.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보다는 수도권의 생산성, 이동편의성을 높여주는 정책이 낫다고 생각함.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펴서 고급인력의 분산을 유도하는 것은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 


21세기들어 한국 경제 성장의 81%가 메트로 도시 지역에서 나왔고, 전체 경제 성장의 50%가 서울에서 나왔음. 서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밖에 안된다는걸 생각하면 서울의 생산성이 타 지역보다 2.5배 정도 높은 것. 


아래 그래프는 그 나라의 수도가 전체 GDP에 기여하는 정도. 소스는 요기. 보다시피 OECD 국가 중에서 수도의 GDP 기여분이 가장 큰 국가가 한국임. 한국은 서울이 망하면 국가가 망하는 그런 나라임. 이거 바꾸기 어려움. 바꾸는게 바람직한지도 모르겠고. 




또한 한국은 완전히 도시 국가임. 아래 그래프는 OECD Regions and Cities at a Glance 2018에서 가져온 것. 위 그래프의 원소스도 OECD 리포트임. 


보다시피 GDP의 80%가 메트로 시티에서 나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음. 이러니 농업노동자가 일부 증가한걸 가지고 한국이 농업국가로 돌아가는거 아니냐는 식으로 칼럼쓰고 그걸 또 되뇌이면 한심해 보이는 것. 전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도시화된 OECD 국가가 바로 한국임. 





Ps. 그리고 일반적 오해와 달리 한국의 지역불평등은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 아님.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사람들하고 얘기하다보면 제일 짜증나는게 언론기사 몇 개 검색하고 우기는 것. 데이타 해석하면서 라면사설 써대면, 대꾸하자니 시간 낭비고 그냥 두자니 답답하고. 관점의 차이는 인정하고 넘어가면 그만인데 이런건 참... 


언론에서 고용보험 가입자의 40만 증가의 원인이 15시간 단시간 근로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보도하니까, 마치 단시간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40만 증가의 주원인인줄 아는데, 그거 아님. 


아래 그래프는 고용노동부 블로그에서 퍼온 전년 동월 대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수. 15시간 단시간 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허용 법제가 통과된 것이 올해 7월인데, 보다시피 그 이전에도 고용보험 가입 노동자수가 30만명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였음. 


전년 동월대비 6월 가입자수 증가분이 34만명이고, 9월 가입자수 증가분이 40만명이니, 단시간 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허용의 효과는 최대 6만명 정도임. 이는 고용보험에 가입되는 안정된 임노동 일자리가 전년 대비 올해 약 34만명 증가했다는 것임. 이러한 증가분은 작년 동기간 보다 증가율이 높음. 작은 증가분이 아님. 


임노동 일자리에서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일자리가 적용되지 않는 일자리보다 괜찮은 일자리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 4대 보험 중에서 고용보험의 적용 기준이 가장 까다로움. 고용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은 4대 보험이 모두 적용된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음.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었다는 것은 사회안전망에 포함되는 노동 인구가 늘었다는 의미임. 더욱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을 상기할 것.





통계로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완전무결하고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그런 경우는 별로 없음. 통계는 항상 일시적으로 이상하게 튈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음. 몇 가지 통계를 교차 체크해서 일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게 중요함. 


경활조사에서 상용직이 증가했고, 가계동향조사에서 임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했고, 행정자료에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하였음. 모든 조사가 일관되게 괜찮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임노동직이 증가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음. 


기업규모별로는 300이상 대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율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보다 높음. 이러한 대기업 고용증가 현상은 2018년에 뚜렷하게 나타남. 2017년과 16년에는 그렇지 않았음. 


이 모든 조사가 뭔가 잘못되었을 일말의 가능성이 물론 전혀 없지는 않음. 하지만 여러 결과를 종합할 때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은 임노동자의 괜찮은 일자리는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임. 여기서 벗어난 결론은 여러가지 확인되지 않은 가정을 해야 함. 





고용보험 통계를 보면 한가지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농림어업의 증가분이 제로라는 것. 이는 농림어업 종사자가 전년 대비 5만명 이상 늘었다는 경활조사와 일치하지 않음. 고용통계에서는 농림어업 종사자가 오히려 약간 줄어든 듯. 


농림어업 종사자는 고용보험에 해당되지 않는 자영농이나 초단시간 노동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경활조사에서 늘어난 5만명이 모두 자영농이라는건 뭔가 이상함.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음.  


농업인구 증가는 그래서 판단 유보임. 의심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통계로 직접 확인되는 것은 아니니 좀 기다려 볼 생각.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백종원 대표가 국회에서 출석해서, 외식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매장이 너무 많은 것이고, 식당폐업률이 높은 이유는 준비 안된 상태에서 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 


자영업자 수가 줄어들고 중대규모 기업의 외식업 진출이 늘어나 현재 자영업자인 분들이 피고용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변화. 앞으로 자영업자의 적어도 1/3 정도는 줄어들 수 밖에 없음. 자영업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몇 개가 정치적, 정책적 액션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중과부적. 이는 구조적 문제임. 


한국은 취업자 중 약 25%가 자영업자임. 이것도 2000년대 초반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것.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 평균은 약 15%. 미국은 2017년 통계로는 취업자의 단지 6%만이 자영업자임.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 중에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OECD 국가는 하나도 없음. 일본도 10% 정도 밖에 안됨. 


유럽 기준이면 자영업이 지금보다 40% 감소, 일본 기준이면 60% 감소, 미국 기준이면 75% 감소가 예상됨. 1/3이 준다는 것도 한국은 자영업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것으로 생각해서 낮게 잡은 것. 현실적으로 앞으로 40% 정도는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함. 


이렇게 줄어들 자영업을 흡수할 일자리를 어디서 만들지가 관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서 느낀 것은 한국에서 요식업의 생산성이 상상 이상으로 낮다는 것.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식당 운영도 모두 생산성의 요소임. 생산성이 낮으면 소득도 낮을 수 밖에.  


낮은 생산성에 대해 백종원이 제시한 대안은 외식업 문턱을 높여, 즉 규제를 강화해서 생산성이 낮은 인력의 진입 자체를 막는 것. 제도적 규제 강화로 공급도 줄이고 생산성도 높이자는 얘기.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