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서경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조선일보 기사

황수경, 이창근의 KDI 보고서.

 

여러 재미있는 결과가 있는 보고서다. 위 기사들이 대략적으로 잘 요약했으니, 읽어보시길.

 

제가 강조하고 싶은 지점이 있고, 거기에 더해서 핵심적으로 비판할 점이 있다. (이게 얼마만에 올리는 하루 두 개 포스팅인가)

 

먼저 강조하고 싶은 점: 지금까지 중산층 위기론을 펼치던 분들은, 자신의 분석이 잘못되었다는걸 인정하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아래 그래프는 보고서 8쪽인데, 어떤 기준으로 봐도 한국의 중산층은 인구 비중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늘었다. 소비를 기준으로 측정해도 마찬가지다. 중산층이 줄어들기는 커녕 두터워졌다. 

 

 

이후 보고서는 중산층 위기담론이 지속된 이유를 찾을려고 한다. 그러면서 주목하는게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인식의 괴리다. 불평등과 소득 등 객관적 수치에서 중산층 위기론을 찾을 수 없으니 객관적 계층 지위와 주관적 계층 지위가 불일치하는 이유가 뭔지 찾겠다는 것. 

 

기사와 보고서에서 객관적 중산층과 주관적 중산층의 불일치를 강조하는데, 이건 한국의 특징이 아니라, 전세계 공통이다. 주관적 계층지위는 보통 subjective social status라고 SSS로 축약어를 쓴다. 객관적 계층지위와 주관적 계층지위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많은 듯 하면서도 별로 없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SSS가 객관적 지위와 상당히 불일치한다는건 다 알기 때문이다. 보고서에는 인용하지 않았지만 미국 연구로는 Hout의 북챕터, McCall의 2013년 책, 정치학자인 Condon & Wichowsky의 2020년 책에서 자세히 다루었다. 사회학에서 SSS 논쟁은 1970-80년대에 여성의 계급지위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를 두고 한 판 크게 붙었었다. 객관적 계급론자인 Goldthorpe의 과감한 주장이 빛을 발한 논쟁이었다. 그 후로는 연구가 간간히 있을 뿐이다. 가장 최근 연구로는 Oesch & Vigna의 2023년 RSSM 연구가 있다. 

 

아래 그림도 보고서에 있는 건데, 한국의 중산층 인식 비중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소득의 측면에서 중산층이 61%인데, SSS의 중산층은 72%다. 객관적 중산층보다 주관적 중산층이 많은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한국적 특징이 아니다.

 

대부분의 상층 소득자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것도 한국의 특징이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의 GSS에서도 SSS를 묻는데, 주관적 계층 상층의 비중은 지난 50년동안 일관되게 낮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homophily라고 끼리끼리 만나기 때문이다. 계층론 연구자들은 아마 대부분 기대했던 내용일 것이다.

 

참고로 SSS를 변수로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은 계층론 연구자보다는 주관적 건강이나 웰빙을 연구하는 분들이다. 거기서는 필수 변수 중 하나다. SSS가 다른건 몰라도 주관적 건강과 웰빙, 행복도를 잘 예측하는 변수다. 

 

 

여기까지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고, 다음은 상당히 문제가 많은 부분이다. 

 

이 보고서가 조선-중앙에서 환영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객관+주관을 결합해 중산층을 나눈 아래와 같은 구분법 때문일 것이다. 

 

객관적으로는 상층인데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계층을 "심리적 비상층"으로 분류했다. 소득 상층의 76%가 여기에 속한다. 소득, 교육, 직업, 자가보유 등 모든 측면에서 상층인데도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고, 정치적으로는 가장 진보적이다. 강남좌파의 위선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앙일보 칼럼은 나랏돈으로 이들을 지원하지 말고 취약 중산층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 구분법을 보고 뭔가 이상한걸 느끼지 못하시겠는가? 소득에 상관없이 주관적 계층의식이 "상"이면 모두 상층으로 보고서는 구분했다. 위의 구분법에 따른 101명 상층 중에서 소득 상층은 35명이고, 소득 중층이 58명, 하층이 8명이다. 새로운 분류법의 상층 중에서 소득 상층은 1/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하층이다. 이에 반해 그 보다 아래 계층인 "심리적 비상층"은 소득이 모두 상층에 속한다. 최상층은 소득 중층이하가 대부분이고, 그 아래 계층은 모두 소득 상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최상층의 소득, 교육, 직업, 자가보유가 그 아래 계층인 심리적 비상층보다 낮을 수 밖에 없다. 황당하게도 상층의 비율은 20대에서 가장 높다. 자녀 교육에 소득의 절반 이상을 쓴다는 비율이 상층에서 가장 높다. 현상이 특이한게 아니고 분류가 이상한거다. 

 

중산층 분류도 이상하다. 소득이 하층이라도 주관적 계층의식이 중산층이면 "핵심 중산층"이 된다. 다만 핵심 중산층은 2,307명 응답자 중 3/4가 소득 중층이라 객관적-주관적 계층이 일치하는 응답자가 절대 다수다.

 

이런 이상한 계층 분류법은 처음 본다. 소득, 자산, 교육, 주관적 인식을 종합한 composite index를 만드는게 정상적인 접근법이 아닌가?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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