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국가의 지출을 측정하는 개념 중에 노인편향(elderly bias)이라는게 있다. 원래 20-50대의 노동계층에게는 복지가 별로 필요없고, 복지를 제공해도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연금, 의료 등 노인계층에게 소유되는 복지 비용이 크고, 잘못 설계하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전체 복지 예산 중 노인계층에게 소비되는 비용의 비율을 계산하여 이를 노인편향도라 부른다.
OECD 국가의 복지 예산 규모가 GDP의 22% 정도고, 대부분의 국가가 50% 이하를 노인 복지에 쓴다. 스웨덴, 덴마크 등의 사민주의 복지국가들은 노인편향이 40% 정도이다 (측정 방식에 따라 편향도는 크게 차이가 나지만 상대적인 순위는 비슷).
이런 경향에 예외적인 국가 군이 2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복지예산을 적게 쓰면서, 노인편향이 높은 미국, 일본 모델 (약 70%의 복지예산이 노인복지), 다른 하나는 복지 예산도 높고 노인편향도(약 75%의 복지예산이 노인복지)도 높은 그리스, 이태리 모델이다.
최근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 위기를 겪을 때, 그리스는 지나친 복지가 문제가 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복지예산도 크고 대부분의 복지가 비노동계층인 노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구노령화는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이 모델은 피해야 한다.
많은 국가에서 노인편향이 문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으로 이 편향을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번 한국의 대선에서도 드러났듯, "gray power"라 칭해지는 고연령층의 투표를 통한 정치적 파워는 세다.
현실적으로 선택가능한 복지 국가는 세 가지. (a) 하나는 <낮은 복지+높은 노인편향>, (b) 다른 하나는 <높은 복지+낮은 노인편향>, (c) 마지막은 <낮은 복지+낮은 노인편향>. 이 번 대선에서 박근혜의 당선이 가지는 함의 중 하나는 한국의 복지국가화가 (a)의 경로를 밟을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
다수의 노인이 은퇴 후 급격히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국에서 복지 지출의 우선 순위로 높은 노인편향을 선호하는건 당연. 여러 번 얘기하지만,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현실성있는 답을 내놓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