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최병천의 프레시안 글에서 이명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경제, 복지국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 대 반민주의 전선이 형성되는게 "반동적"이라는 근시안적 주장은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병천의 시각은 민주주의 동맹 없이 초록-복지 동맹이 지금 가능하다는 야무진 착각이다. 그의 바램과는 달리 '초록-복지 동맹'은 현재 도저히 조직할 수 없는 뜬구름이다.

게다가 최병천의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도 왜 이리 일천한지. 그의 시각은 민주주의가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한나라당의 시각과 다를 바가 없다.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진게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증거면,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기면 민주주의가 죽은 증거가 되나?

최병천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에 대한 도식적 이해다. 전자의 과제가 완성되었으니 이제 후자의 과제로 넘어가야만 한다는 소린데, 무슨 복지를 할 건지,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 아무런 내용도 없이 복지만 외쳐서 동맹이 형성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최병천식 해법도 가끔 가능할 때도 있다. 도저히 돌파가 불가능한 경제 위기 속에서 다수 대중의 삶이 극단적으로 피폐화되어서 어떤 혁명적 단절을 필요로 할 때 한국에서 "초록-복지동맹"이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변화상에 대한 모습이 없어도 지금까지의 방식만 아니면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생각이 지배하면 시도해볼만 하다. 그러나 그런게 아니라면 최병천의 제안은 보수당과 진보당의 오랜 경제 정책 대결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한국에서 보수측이 "개발-시장동맹"을 형성하는데, 여기에 대고 "복지동맹"을 맺으면 그 싸움은 시작도 하기 전에 진다. 태반의 시민이 전자가 더 믿음직하다고 여길 것이다. 미약한 진보-복지 지향세력이 경제위기가 아닌 평상 상태 속에서 진전을 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동맹을 통해서 이루어는게 가장 쉽다.

다 긁어모아서 세력을 형성하고 이 세력 속에서 다수를 점하여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생각해보라. 복지를 우선하는 세력이 25%라고 치자. 이 세력을 중심으로 동맹을 맺으면 75 vs 25의 싸움을 벌어자는 얘긴데, 이건 지자는 거다. 하지만 민주주의 동맹으로 50%를 모을 수 있다면, 이 동맹 내에서 25%의 복지우선세력이 과반수를 차지하여, 민주주의 동맹을 이끌 수 있게 된다. 민주주의 동맹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다.

민주주의 동맹을 통한 복지로의 이행이라는 방법을 포기하면, 개발-시장동맹에 맞서는 세력은 역사적 경험을 볼 때, 제2의 경제위기를 기다리거나 다수 서민의 삶이 극단적으로 피폐화될 때 까지 기다려야 할 텐데,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책임있는 정치세력이 취할 노선도 아니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는 다수의 시국 선언에, 노동자의 자살과 용산참사 희생자가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를 바란다. 민주주의 연대는 복지에 대한 요구를 한 축으로 하고 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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