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2014년 조사에 기반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59분이라고 발표했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하고,
갤럽에서 2013년에 조사해 2014년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53분으로 통계청 조사보다 1시간 정도 적다.
평균 8시간 가까이 잔다는 통계청 결과보다는, 그 보다 1시간 적다는 갤럽 결과가 더 믿긴다는게 글쓴이의 느낌적 느낌.
어느 결과가 더 신뢰할 만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통계청 조사를 훨씬 더 신뢰한다.
통계청과 갤럽의 조사는 크게 2가지 점에서 다르다. 하나는 조사방법, 다른 하나는 조사대상.
우선 조사대상부터 비교하면, 갤럽은 19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했고, 통계청은 10세 이상이다. 하지만 연령별로 봐도 같은 연령대에서 갤럽의 수면 시간이 더 짧다. 조사대상 때문에 차이가 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조사방법이다. 갤럽의 조사는 전화조사다. 조사원이 전날의 취침과 기상 시간을 묻고 응답자가 기억에 의존해 회상한다. 갤럽은 취침과 기상 시간 사이의 간격으로 총 수면시간을 계산한다.
통계청의 조사는 응답자가 이틀동안 자신의 활동을 10분 단위로 기록하는 자기기입 방식이다. 통계청 조사표는 요기서 볼 수 있다.
두 가지 원인이 두 방식 사이의 수면 시간 측정의 불일치를 초래할 수 있다.
하나는 통계청 조사는 오수 등 모든 수면 시간을 포함하는데 반해 갤럽방식은 밤시간의 수면만 포함한다. 특히 주말에 주중보다 긴 오수 시간을 가지면 통계청 조사에서는 수면 시간으로 파악되지만, 갤럽 조사에서는 수면시간에서 누락된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선망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의 가능성이다. 한국은 타 국가와 달리 수면 시간이 적은것이 자랑인 사회다. 오랜 수면 시간은 게으름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3은 사당오락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예전에 조사 회사 다닐 때 모 기업과 그 기업 사원들의 생활시간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넘게 나오니까, 비서실 직원들이 매우 당황해 했다. 자기 회사 직원들이 이렇게 오래 잔다는 결과를 기업총수에게 도저히 보고할 수 없다는 거다. 얼마나 황당하든지.
수면을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취침시간은 가능한 늦게, 기상 시간은 가능한 일찍 말하는 사회적 선망 편향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갤럽에서 최대한 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물었지만, 그래도 조사원에게 실제보다 일찍 일어났다고 보고할 수 있다.
한가지 위안으로 삼을 건, 이런 식의 실제 수면 시간과 본인이 인식하는 수면 시간의 격차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통계청의 조사와 비슷한 American Time Use Survey에서는 평균 미국인의 수면 시간이 8시간 42분으로 나오는데, 갤럽에서 사람들에게 몇 시간 자냐고 물어보면 평균 6시간 48부 잔다고 응답한다.무려 두 시간의 격차다.
그래서 결론은,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