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의 보육대란에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 세대는 1980년대생이 주축일 것.
한국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에 큰 변화가 일어난 첫 세대는 1960년대 후반 출생자들임. 학번으로 따지면 386 후반 세대들. 더 확실한 변화는 70년대 출생, 90년대 학번 이후임.
그 전 세대는 교육받은 여성도 교육의 투자 실현을 노동시장 보다는 결혼시장에서 이루었음. 교육받은 여성의 다수가 졸업 후 결혼보다 노동시장을 중시하기 시작한 첫 세대가 70년대생, 90년대 학번임.
아래 그래프는 30-34세 여성의 기혼 비율, 자료는 센서스임. 보다시피 1995년, 386 전반 세대가 30-34에 이르렀을 때는 학력별 기혼 여성의 비율에 차이가 없음.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30-34세 여성의 결혼 패턴은 뒤집어진 U 커브를 그리기 시작. 71-75년 출생자들이 30세 이후가 된 2005년에는 대졸 이상 학력자 중 30대 초반에 결혼한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짐.
하지만 이들도 30대 후반에 이르면, 모두 결혼하고 자녀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노동시장에서 탈락함.
즉, 한국 사회에서 경력 단절의 폐해를 격하게 겪기 시작한 첫 세대가 386 후반 학번, 가장 심하게 겪은 세대가 70년대생, 90년대 학번임. 그 전 세대는 고학력 여성이 애초에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았기에 경력을 쌓지도 않았음. 단절될 수 있는 경력도 별로 없던 세대임.
더욱이 이들 70년대생들은 2000년 대 초반 조기 유학 열풍이 불면서 여성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한 첫 세대임.
한국 여성을 두 개의 세대로 나눈다면 현재의 40대 이하 (386 후반 이후 세대)와 50대 이상(386 전반 이전 세대)으로 나눌 수 있다는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설임.
현재의 40대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남녀차별을 직접 겪었고, 일과 보육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것을 직접 체감한 첫 세대, 경력단절을 몸소 체감한 첫 세대임. 이들 세대는 맞벌이를 하면서 조부모의 지원이라는 개인적 해결을 모색하다 포기한 세대임.
현재의 30대 여성은 현재의 40대 여성이 겪었던 문제를 고스란히 다시 겪었으면서, 무상급식 등 개인적 해결을 뛰어넘어 사회정치적 해결책을 직접 경험하기 시작한 첫 세대임.
조만간 이들 신여성, 즉,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가치 실현을 중시한 경험을 가진 여성이 30년 블락(20대-30대-40대-50대 초반)의 큰 세대를 형성하게됨. 여성문제가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중요성을 가지게 될 가능성 큼.
이들 세대에게 보육대란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 한국에서 교육, 보육 문제는 모두 여성 문제와 연계해서 생각해야 함. 집권을 목표로 하는 세력은 보육대란에 더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대처해야.
그래프 1. 30-34세 여성의 기혼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