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티셔츠 문제 때문에 여성들의 정의당 지지율이 폭락했다는 뉴스 보도가 얼마 전 있었다. 지난 18대 대선 이후 고령화 효과에 대한 분석은 많았지만, 여성 표에 대한 분석은 별로 없다.
하지만 앞으로 진보 정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여성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단 미국에서 여성의 표심부터 보자. 소스는 요기.
1980년 이후로 여성표는 확실한 민주당 편향이다. 남성보다 높을 때는 12%포인트 이상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높다. 1996년 대선 이후 민주당 후보지지율이 50% 미만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미국에서 정체성의 정치가 시작된 이후 여성은 진보, 남성은 보수로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유는 여성의 지지 때문이다. 빌 클린턴, 오바마, (아마도 힐러리 클린턴)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도 지난 18대 대선이 처음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의견이 달랐던 선거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남성 투표만 따지면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이겼다.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이유는 여성 표를 문재인 후보보다 더 얻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한국 최초의 유력한 여성 대통령 후보라는 점, 국정원 댓글 파동에서 논란을 빚은 상대가 여성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과거에는 여성들의 정치적 의견이 남성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들의 의견이 먼저 형성되고 여성의 의견이 이와 수렴하는 특성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의 복지 이슈를 보면 여성의 의견이 먼저 형성되고 남성들의 의견이 나중에 뒤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특정 이슈에 대해 여성의 의견이 독립화, 선도화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여성의 의견 형성의 세대별 분리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성별 지지율을 연령별로 분할하면 30-50대 여성들은 남성들 보다 더 높은 비율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반면, 20대 여성들은 30-50대 여성과 달리 남성들의 문재인 후보 지지도 보다 더 높은 비율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20대 여성은 지난 대선에서 여성후보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진보 지지율을 보였던 집단이다.
젊은 여성의 정치적 진보화! 최근의 여혐 문제에 대한 여론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계층도 바로 이들 젊은 교육받은 여성이다.
현재의 정당 지지율을 봐도 미약하나마 진보가 여성표에 의존하는게 보인다.
리얼미터의 최신 여론조사를 보면, 무응답을 제외하고 정당 지지율을 100%로 환산하면, 남성의 41.1%가 새누리당, 29.8%가 더민주당을 지지한다. 반면 여성은 40.3%가 새누리당, 34.7% 더민주당을 지지한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나 여성의 더민주당 지지율이 남성보다 높다. 반면 국민의당은 남성 중에서 지지율이 높고, 정의당은 남녀 간에 거의 차이가 없다.
넥슨 티셔츠 문제로 정의당이 지지율이 떨어지기 전의 경향은 여성의 더민주당과 정의당의 지지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진보적 정당이 지지를 확보하고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여성 이슈를 하나의 독자적 이슈로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진보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누리당도 양성 평등 문제를 중점 이슈로 삼겠다는 전략인데, 진보정당이 이를 못하면 어찌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