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

복지국가 2017. 1. 19. 00:25

경향신문기사: 할머니 허리 휘는 독박 육아


문재인 전대표가 워킹맘의 근무시간을 현재의 나인투식스에서 오전 10시-오후 4시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가 비판을 받고 있다. 욕먹어 싸다고 생각한다. 


육아를 위해 업무 시간을 줄이면 일자리 경험을 통해 인적자원을 쌓는 기회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설사 당장의 소득 손실은 보전해줘도 장기적 손실은 피할 수 없다.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은 여성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여기서 생각해볼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노동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돌봄서비스의 책임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지난 15년간 25% 이상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편이다. 워킹맘에게 특별한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정상적 가족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로는 유연노동시간제와 아이가 아픈 것 등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반차, 조기퇴근 등) 임시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장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학교 등하교 시간과 방과 후 프로그램도 워킹맘의 출퇴근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진보 교육감이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추는 정책을 피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 인권을 위한다지만, 사실은 워킹맘의 정상적 출퇴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생각해볼 또 다른 점은 한국에서 육아 뿐만 아니라 많은 돌봄 노동이나 관계가 독박이라는 것이다. 위에 링크한 경향신문 기사에서 직장맘의 모친이 육아의 독박을 쓰는 경우를 보여줬는데, 육아 만이 아니다. 


부모 공양은 장남이 경제적으로 독박을 쓰고 큰며느리가 실제 돌봄노동의 독박을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명절, 제사 등도 기본적으로 장손과 맏며느리 독박 문화다. 독박을 거부하면 가족관계 파탄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친구 보증 잘못서서 재산 날리는 경우도 과거에는 많았다. 


국민대 사회학과 계봉오 교수와 한양대 최율 박사, UPenn의 박현준 교수 등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가족구성원의 경제적 독립성이 유지될 때 가족관계가 더 잘 유지된다. 경제적으로 감정적으로 책임이 분산될 때 관계 유지가 더 잘된다는 것이다. 


즉, "경제적 복지 + 가족관계 및 돌봄서비스의 책임 분산"이 한국에서 부족한 사회관계와 신뢰의 회복, 사회적자본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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