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비 2018년 가계동향조사의 시계열 비교 적절성과 관련해서 서로 간에 아마 더 할 말도 없을 것으로 생각함. 비표집오차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이 있지만, 가설 수준이고 별 관심도 없을 것. 관련 변수를 모두 포괄하는 원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이상 논의가 겉돌 것으로 생각함.  


일부에서는 현 정부를 옹호하기 위해서 원자료 공개를 얘기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뭐 그렇게 생각하는게 이상한 것도 아님), 원자료 공개에 대한 제 생각과 활동은 좀 오래되었음. 통계청장 교체와 가계동향조사 신뢰성 논란이 일어난 김에 제가 원래 관심 있었던 주제를 쎄게 이슈파이팅한 것.   


아는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지난 5년 동안 한국에 가거나 사회학자들을 만나기만 하면 했던 얘기가 바로 원자료 공개에 대한 것. 2015년에는 한국사회학대회에서 당시 회장님께 부탁해서 사회학의 데이타 문제에 대한 세션을 열고, 자료 이용에 대한 외국의 트렌드와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조치에 대해 제 의견을 발표한 적도 있음. 2017년에 올렸던 행정자료에 대한 이 포스팅이 그 때 발표의 일부였음. 이 때도 제가 워낙 세게 얘기해서, 당시 청중이었던 한 학자분은 저보고 한국 사회학은 데이타가 없어서 망할 것처럼 주장했다고 함.   


제가 아는 통계청 분들에게도 이 이슈에 대해서 말씀드린 적이 여러번 있음. 통계청에도 몇 번 찾아갔음. MDIS 만들기 전에 미국의 RDC 얘기도 많이 했었음. 


지금의 이슈 파이팅은 올해 갑자기 가계동향조사가 문제가 되어서 급조한 것이 아니라, 짧게는 5년, 좀 길게보면 10년 넘게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생각하고 오프라인에서 얘기했던 것임. 한국 사회에 아무 것도 기여하는거 없지만, 남들이 잘안하는 유일한 기여가 있다면 원자료 공개 문제일 것으로 생각했음.  


    




한국 통계청의 원자료 공개에 대한 거부감은 제가 알기로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큼. 특히 정책 판단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장단, 국장단의 거부감은 꽤 심한 편임. 많은 분들이 김신호 과장님의 발언에 놀랐겠지만, 김신호 과장님의 태도는 전향적인 편으로 느껴짐. 김신호 과장님은 MDIS를 만든 유경준 전청장을 칭찬하지만, MDIS 만들 때 통계청 분들이 유경준 당시 청장을 마냥 칭찬한 것이 아님. 


통계청이 외부에서 온 청장의 지시나, 외부의 압력없이 자발적으로 원자료 공개를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임.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오는 분들에게 이러저러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 연구를 main research area로 삼지 말라는 것.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교수직을 구할려면 미국 저널에 논문 출간을 많이 해야 함. 그런데 한국은 연구 사례로 미국 저널에 크게 흥미가 있는 케이스가 아니라 논문 출간이 어려움.


다른 하나는 설사 이론적으로 흥미있는 질문을 해도 한국 데이타가 부실해서 일관성있는 논지를 피거나 믿을만한 통계 결과를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 한국에 대한 논문을 여러 번 리뷰했는데, 데이타 단계에서 부터 도저히 사회학 유수 저널에 채택하라고 권고할 수가 없음. 


개인적으로는 한국 교육의 노동시장 효과를 연구하는게 있는데, 데이타마다 교육 프리미엄이 증가하는지 감소하는지 경향이 다르게 나옴. 어느게 맞는건지 알 수가 없음. 돌아버리겠음.   


한국에서 SSK로 상당한 비용을 사회과학계에 지원하고 있고, 학자들에게 SSCI 논문 출간하라고 독려하고 있음. 교수들은 SSCI에 논문이 없으면 정년 보장도 못받음. 그런데 통계청의 고퀄러티 원자료의 공개확대 없이 한국 사회과학이 발전하기 어려움. 장담하는데, SSK 예산 늘리는 것보다 통계청 데이타의 공개 수준을 높이면 SSCI에 출간되는 한국 사례 논문이 늘고, 한국 사회과학이 더 크게 발전할 것. 





요즘 사회과학 경쟁의 절반은 데이터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최근 사회과학의 최고 자료는 주로 스칸다나비아 국가에서 나오고 있음. 이 나라들에서 학자들에게 공개하는 데이타의 수준이 어마어마함. 전국민의 모든 데이타를 사회과학자들에게 허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북구학자들은 툭하면 전국민의 소득 증가율을 실제로 봤더니... 하면서 논문이 나옴. 세금데이타를 교육부 자료와 연결시키고, 헬스데이타까지 모두 붙여서 학자들에게 쓰게 하니 가능한 것. 물론 이 수준의 데이타가 일반 공개는 아니고 MDIS 같은 보안을 거쳐야 함. 


올초에 뉴욕에서 행정자료에 대한 소규모지만 학계의 거물들이 많이 참석한 심포지움에 어쩌다 참석한 적이 있음. 여기서 나온 얘기 중 하나가 언제까지 고퀄 데이타가 북구 국가에서 나오는걸 지켜봐야 하냐고, 미국도 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음. 그 심포지움을 주최한 Foundation 대표가 나와서 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구자금을 넉넉히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도 얘기하고. 가계동향조사의 연속표본 ID 공개도 안하는 한국과 대비가 되어도 너무 됨.


 

 


해외에 있는 사람이 주제넘게 얘기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해외에 있으니 이런 얘기도 할 수 있는 것. 밑에 어떤 분이 한국 사회 꼬이면 걍 미국에서 잘 살면 된다고 하는데, 맞는 말임. 한국의 네트워크 신경 안쓰고 하고 싶은 말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저같은 사람의 장점임.


그래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1. 여러 학회가 연대해서 통계청의 데이터 공개를 요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데이터 공개 Task Force를 학회가 연대해서 꾸리는 것도 한 방법. 


2. 여러 학회가 연대해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할 필요가 있음. 데이터 공개를 하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것. 프라이버시 문제나 국가 보안 문제가 아니면 모든 원자료를 공개하는 방식이 되어야 함.


3. 또 한가지 중요한 법개정은 3자 공여금지에 대한 지나친 제약을 풀어야 한다는 것. 통계청이 모든 행정자료의 허브인데, 데이터 3자 공여금지 때문에 설사 통계청에서 이 자료를 학자들에게 공개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려운 실정임. 


4. 그래도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는데 보안상의 한계가 있으면 IPA (맥주 아님)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 Intergovernmental personnel act라고 정부 기관끼리 내지는 정부 기관 밖(주로 대학)에 있는 사람을 한시적으로 part-time 공무원으로 만드는 것. 방학 동안에는 통계청 직원 신분을 획득하여 보안 문제 없이 데이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될 수 있음.


블로그에서 이런 얘기 해봤자 별 소용없는거 알지만, 5년 동안 제가 아는 정상적인 통로로 아무리 얘기해도 별 반향도 없으니, 기회가 생긴 김에 담벼락에 외치는 심정으로 얘기한거임.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