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기획기사: 다시 쓰는 인구론 2탄: 다 인구 때문일까? 


경향의 기획 기사인데, 매우 잘 썼음.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는 요기서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거라고 함. 


이 번 기사의 핵심은 현재 추정하는 저출산의 사회적 비용이 과대 계상되었을 수 있다는 것. 저출산의 증거인 합계 출산율도 인구학계에서 여러 논의가 있고, 고령화로 인한 부양비 부담도 지금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것. 일독을 권함. 




연관되었지만 조금 다른 얘기를 하자면, 기사 중간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옴. 


맬서스 이후 모든 인구 관련 가설이나 추계는 빗나갔다. 맬서스는 인간이 적응의 동물임을 간과했다.


실제로 맬서스 이후 대부분의 인구 관련 가설이나 추계는 빗나갔음. 그래서 인구 변수에만 의존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함. 


국민연금이나 복지비용에 대한 논의를 하면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복지를 늘리면 재정이 망한다는 식의 주장이 반드시 뒤따르는데, 20~30년을 넘어가는 장기 추계는 참고 자료 중 하나일 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함. 장기 인구 추계를 근거로 재정 건전성을 염려해서 현재의 복지 확대를 막는 논의는 인구학의 과학적 논의에 기반했다기 보다는 이데올로기의 발로라고 생각함.  


그런데 인구학을 이용한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의 발현은 사실 맬서스 부터 시작한 것임. 


경향 기사에서 맬서스가 틀린 이유가, 그가 인간이 적응의 동물임을 간과했다는데, 맬서스가 간과한 것은 인간의 적응력만이 아님. 


맬서스가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한 배경에는 사실 매우 좋지못한 의도가 있었음. 영국에서 빈곤법이라는 복지 정책이 있었는데, 이 정책의 후퇴로 많은 빈민들이 아사하였음. 맬서스의 "철의 법칙"이라고 부른 인구론에는 빈민들의 아사가 어쩔 수 없는 법칙이라는 함의가 있었음. 복지의 축소 때문이 아니라 인구법칙 때문에 빈민의 아사는 불가피하다는 것. 


정책적으로 맬서스는 공공 복지의 축소와 빈민 구제는 사적 기부를 통해서 할 것을 주장하였음. 인구가 급격히 늘것이기에 복지는 밑빠진 독에 물붙기가 될 것이기 때문. 


한국에서 인구가 줄고 부양비가 증가할 것이기에 복지를 늘려서는 안된다는 논리와 거의 같은 주장이었음. 


그래서 맬서스의 인구론은 왜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나. 많은 사람들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은 것에 촛점을 맞추는데, 맬서스가 가장 틀린 것은 인구가 아니라 "식량"이었음. 


산업혁명의 진척과 기술의 발전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먹이고 살리고도 남을 음식과 기타 재화가 생산된 것. 맬서스는 인간이 적응의 동물임을 간과해 인구 숫자에 대한 예측이 틀렸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 생겨난 자본주의가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지 간과해 경제성장에 대한 예측이 틀렸음. 


맬서스의 예측은 이러한 이중오류로 인하여 현실에서 빗어난 것. 


이러한 논의를 안다면 현재 누가 가장 이상한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있음.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로 망한다는 종말론과 4차혁명으로 인한 노동수요 감소로 망한다는 종말론은 공존할 수 없는 주장임. 이 두가지를 합치면, "인구는 산술급수적으로 감소하는데 생산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빈곤이 증가한다는 황당한 주장이 됨. 4차혁명으로 생산성이 증가하면 노동력이 감소해도 생활수준이 높아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 


한국에서 인구론에 근거해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는 분들이 결국 옳을지, 맬서스와 같은 이중오류를 범하는 것인지, 한가지는 맞을지 현재로써는 알 수가 없음.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최대 중기 정도의 미래를 예측하고 정책적 선택을 하는 것. 맬서스의 오류에서 배워야 할 점은 아마도 장기적 미래를 두려워해 중단기적 복리를 포기하는 선택이 어리석다는 것. 미래는 그렇게 쉽게 예측할 수 있는게 아님. 





Ps. 맬서스가 옳았던 기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산업혁명 이전의 인구와 식량의 관계. 이 기간을 Malthusian Trap이라고 함.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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