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오병돈. 2019. 한국사회학 논문



이 블로그에서 꽤 많이 했던 얘기인데, 뒷목을 잡는 눈꼽만큼의 찜찜함을 접근제한 자료를 구한 덕분에 해결하고 논문 작성. 


------


20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데, 성별격차와 관련된 중요 주장 중의 하나가 20대에서는 노동시장에서 남녀 격차가 없다는 것. 이 "팩트"는 여성의 임금이 낮은 이유는 차별이 아니라 경력단절 때문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됨. 노동부에서도 여성정책의 핵심은 경력단절 대책. 

하지만 남자는 20대에 군대를 가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있는 20대 남성은 여성보다 경력 면에서 2~3년 뒤짐. 20대 남녀를 동일 연령별로 비교하면 공정한 비교가 아님.

1. 

그래서 2008~2015년까지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를 이용해서 결혼이나 출산 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발생하기 이전, 대학 졸업 직후(18~24개월)의 동일 경력을 가진 20대 남녀의 임금을 비교. 일단 거주지역, 출생지역, 부모학력, 부모소득을 통제. 

그랬더니 대학 졸업 직후 경력단절 발생 이전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19.8% 낮음. 

2. 

당연히 여기서 남성은 공학을 전공하는데, 여성은 인문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것. 게다가 여성의 학력수준이 남성보다 높다고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것과 달리 아직 소위 SKY로 칭해지는 일류대의 남성 진학률이 여성보다 높음. 4년제와 2년제에서도 남성의 4년제 진학률이 여성보다 높음. 학교 레벨에서 남녀 격차가 있을 수 있음. 

그래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인적자본을 통제함. 구체적인 졸업대학(총 370개 대학), 세부 전공 (총 205개 전공), 졸업대학 광역소재지, 대학 평균 학점, 해외 어학 연수 여부, 자격증 보유 여부, 인턴 경험 여부, 직업 훈련 여부, 대학 재학 중 아르바이트 여부를 통제. 여기에 더해서 요즘은 고등학교도 계층화 되었기에 졸업 고등학교 종류(과학고인지 예술고인지 등)도 통제. 입사 원서 낼 때 일반적으로 기입하는 내용보다 더 자세한 내용임. 

이렇게 많은 변수를 통제했는데도, 성별 소득격차는 겨우 2.4%포인트 줄어듦. 같은 경력,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와도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17.4% 낮다는 것. 

여성의 낮은 임금은 전공 격차와 아무 상관 없음. 공대 나온 여자는 공대 나온 남자보다 출신학교를 통제해도 소득이 17.1% 낮음. 

사회과학 전공자로 짜증나지만, 전공별로 성별격차가 제일 심한게 사회과학.  

논문에는 안적었는데, 구체적인 졸업대학(370개)*세부전공(205개)의 상호작용 효과까지, 그야말로 같은학교 같은과 출신으로 통제해 봤음. 결과 안바뀜. 

3. 

그런데 인적 자본 변수 다 빼고 연령만 통제하면 여성 불이익이 9.7%로 줄어듦. 남녀 소득 격차의 상당 부분이 연령 효과임. 

문제는 이 연령 효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임.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음.

1) 하나는 20대 때는 한 살 한 살이 중요해서 군대 다녀온 남자가 더 성숙하고 능력이 있고, 그 때문에 같은 대졸자면 노동시장에서 남자를 선호한다는 것. 즉, 사실은 연령에 따른 선호 격차인데, 마치 여성 차별처럼 보인다는 것. 

2) 다른 하나는 연령을 매개로 여성차별을 시전하는 것. 연령차별주의가 성차별의 메카니즘으로 작동. 

이 두가지를 엄밀하게 검증하는 건 현재 데이터로는 불가능. 하지만 상당히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는 있음. 전자의 경우에는 나이가 같으면 성별 격차가 별로 없거나 작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같은 학교, 같은 과, 같은 경력이라도 나이가 들수록 성별 격차가 커질 것. 결과는 아래와 같음. 


대졸직후의 연장자 우대는 여성차별의 메카니즘으로 작동. 



4.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차별 받는지 검증하는 또 다른 방법은 공무원과 교육계에서의 성별 격차를 보는 것. 이 노동섹터는 시험으로 들어가고, 공무원법에 따라서 임금이 정해지기에 성별격차가 있기 어려움.  


실제로 이 시장에서의 성별 소득격차는 2.6%에 불과. 연령을 통제하면 오히려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3.3% 많은걸로 바뀜. 시험보고 법으로 월급을 정하는 그야말로 능력주의 노동시장에서는 성별격차가 없음. 


재미있는 것은 출신학교와 세부전공 등 인적자본 요소를 통제하면 성별 소득격차가 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8.1%로 오히려 늘어남. 


이는 전문 용어로 긍정적 선택 편향. 쉽게 말해 능력있는 여성들이 민간 노동시장에서 여성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하급공무원이나 교사로 하향지원하기 때문. 여성의 공무원 합격률이 높은 것은 군복무를 하는 남성보다 시험 준비할 시간이 많은 것도 있지만, 걍 공부 잘하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공무원 시험을 더 많이 치기 때문으로 보임. 


5. 


그럼 SKY 등의 엘리트 대학을 나온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차별받는가? 


전혀 아님. 오히려 상위 10위권 대학 출신 여성이 하위권 대학 출신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심한 불이익을 경험함. 


상위 10위권 대학 출신 여성의 평균 소득은, 소위 (국립대 제외) 기타 지방대  출신 남성의 평균 소득과 비슷함. 차상위 10위권 출신 여성의 평균 소득은 2년제 전문대 졸업 출신 남성의 평균 소득과 유사.  


졸업 직후 노동시장 성과만으로 따지면 여성은 상위 10위권 대학에 합격해도 기타 지방대로 강제로 합격대학을 바꾸는 것과 같은 효과. 


6. 


여성의 이러한 불이익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못받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채용시 차별로 인하여 노동시장에서 임금과 소득이 낮은 회사와 분야로 할당되기 때문. 


7. 


함의: 한국의 성별 소득격차는 OECD 최고임. 기존 연구를 보면 피크 연령대에서 대략 30~35%의 성별 격차가 있음. 그런데 20대 때 이미 15~20%의 성별 소득격차가 있다는 것은 피크 연령대의 성별 소득격차의 원인이 경력단절보다는 차별에 기인한다는 것. 노동시장에서 차별이 있기에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요인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됨. 


결론: 20대에 성별 소득격차가 없다는 것은 착시임. 20대에도 상당히 심각한 성별 소득격차가 존재. 




이상이 조금 긴 요약. 희망컨데 이 연구가 20대 성별 격차에 대한 잘못된 데이터에 기반한 논란을 잠재우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 그렇게 될리가. 







Ps. 쓰고 보니 이게 1000번째 포스팅. 10년 동안 1년에 100+개씩 어느덧 1000개.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