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사 2: 중간층 자녀 성적 하락, 2000-2015
국제학업평가도조사(PISA)의 2000, 2006, 2015년 자료를 비교했더니, 하위계층에서 장래에 희망하는 직업의 위계지수가 크게 낮아졌더라는 것.
미래에 뭐가 되고 싶은지, 청소년층의 꿈도 계층화되고 있다는 것.
이렇게 꿈이 없으니 당연히 공부도 안함. 두 번째 기사는 PISA에서 측정한 학업성취도에서 하위계층의 성적 하락이 두드러지더라는 것. 두 기사 모두 변수용 교수의 연구에 바탕. (교육 전공이지만 교육사회학을 연구하며 사회학회와 불평등학회에 꾸준히 오시니 이런 좋은 연구를 하는 것^^)
한편으로는 흥미있고, 한편으로는 충격적인 보도인데, 그 함의가 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잘 모르겠음.
가장 긍정적 가능성은 한국 사회의 능력주의가 너무 잘 작동해서 계층 sorting이 매우 잘 되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 이건 청소년층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세대의 변화가 청소년층에 투사된 것일 뿐.
좀 더 설명하면 과거에는 부모 세대에서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서 계층 sorting이 안되었음. 이 경우 계층 지위가 능력보다는 다른 우연적 구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됨. 그래서 사실은 능력이 있지만 운 때가 안맞아서 낮은 계층 지위를 차지하는 부모 세대가 상당함. 이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용기도 불어넣고 투자도 해서, 이 자녀들이 계층상승의 꿈을 가지게 됨.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능력이 떨어지지만 상위 계층을 차지한 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에게 계층 상승의 꿈을 키워주지 못함.
그래서 과거에는 부모 계층에 따른 자녀 세대의 장래 희망이 덜 계층화되었던 것. 즉, 위 기사에서 보도한 꿈의 계층화는 사실은 자녀 세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부모 세대의 변화가 자녀 세대에 드러난 것. 통계적으로 계층 노이즈의 감소로 attenuation bias가 줄어든 결과일 뿐이라는 것.
가장 암울한 가능성은 한국 사회에서 문화적 이질성의 확대.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어떻게 태도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윌슨의 <When Work Disappears>에 보면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라 도시 빈민이 어떻게 태도의 변화를 보이는지가 잘 기술되어 있음. 윌슨의 책은 흑인에 대한 얘기였는데, 미국 경제가 양극화됨에 따라 백인 하위 계층의 행동 패턴도 동일하게 변화했음.
이와 비슷한 태도의 변화가 한국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 한국 사회는 계층에 관계없이 교육, 혼인, 출산 등에 대해서 상당히 동질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 미국은 하위 계층에서 애들에게 공부도 안시키고, 공부도 안해서, 어떻게 하면 공부 좀 시킬까가 고민. 하지만 한국은 그런 고민이 별로 없음. 없는 집도 다 애들 공부시키느라 가랑이 찢어지는 상황.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 한국을 여러 번 언급할만 했음.
아예 결혼을 안했으면 안했지, 계층에 상관없이 혼인에 대한 책임감도 강한 편. 혼외출산 문제도 없음. 하위 계층도 자녀에게 좀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서 고민이지, 계층에 따라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 심각한 계층화 현상이 없음.
그런데 "꿈의 계층화"는 이러한 동질성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음. 이 경우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가지지 않았던 다른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음. 하지만 매우 심각하게 주목해야할 현상임에는 분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