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몇 분들이 제기하는게 남성이 군복무를 하는 21개월동안 여성은 소득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것까지 고려하면 남성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 설사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온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17% 낮더라도, 2년 간의 군복무로 인한 누적 소득 격차가 이를 상쇄한다는 논리. 

 

이 주장은 노동공급 단위 당 소득이 아닌 누적소득, 즉 평생소득(lifetime earnings)의 관점에서 성별 소득 격차를 재측정해야 한다는 내용임. 

 

새로운 내용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학계에서 오랫동안 논의해 왔던 내용 중 하나. 나님은 나름 평생소득 측정 관련된 논의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함. 평생소득 측정으로 논문 3편 썼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의 경력단절이 없고, 성별로 승진 차이가 전혀 없다고 가정했을 때, 남성이 2년 군복무(21개월 + 3개월 준비기간)를 하더라도 노동시장 경력 11년차에 성별 누적소득 격차가 역전 됨. 노동시장에 대략 30년 머문다고 가정하면, 경력초기 1/3 동안 여성의 누적소득이 높고, 이후 역전되어서 경력 중후분 2/3 기간 동안 남성의 누적소득이 더 높음. 그래서 은퇴할 시점에서는 당연히 남성의 누적소득이 여성보다 높음. 

 

이쯤에서 그래도 젊을 때의 11년은 매우 긴 기간이라고 주장할 것임. 동의함. 긴 기간임. 

 

그런데 미국에서 고졸과 대졸의 누적소득이 역전되는게 걸리는 시간이 대략 이 정도임. 미국 대학생들은 상당수가 알바를 뛰기 때문에 대학 재학 기간이라고 소득이 없는 것도 아님. 하지만 이 모든 소득을 고려하더라도 대졸자가 고졸자의 누적소득을 뛰어넘는 것은 30대 초반이 되어서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18살 청년의 관점에서 보면, 대학 진학은 10년 이상 누적적 보상의 연기를 의미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학에 가는 것이 고졸에서 멈추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함. 당장의 보상보다는 누적적 보상, 장기적 관점을 가지기 때문.

 

이런 장기적 관점을 영어로는 delayed gratification. 미래를 계획하는 기간의 성향차이를 일컬어 time horizon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함. 어린 애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마쉬멜로 실험이 이 성향에 대한 실험임. 

 

그런데 남성이 여성보다 time horizon이 짧은 경향이 있음. 현재 미국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 여성의 은퇴 연금 부입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이 이런 성향의 평균적 격차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이 있음. 18살 청년의 관점에서 30대 초반은 세상의 끝일 수 있음. "서른 잔치는 끝" 아니겠음. 

 

한국도 마찬가지. 30대 후반은 되어야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남성의 누적소득이 여성의 누적소득을 앞서는데 젊은 남성들의 time horizon이 짧다면 평생 남성이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 (군대에서 길러온다는 그 참을성은 다 어디로 간건지...)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음. 삶은 계속됨. 노동시장 경력 전체의 누적소득은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하고, 여성의 경력단절이 없고, 성별 승진의 차이가 없을지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높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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