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경제사회학 2020. 3. 18. 05:16

이게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a big research question인데 한국 성공의 원동력은 무엇인가라는 점.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도전에 직면해서 어쨌든 지금까지는 한국 모델이 가장 정상적 대응모델로 인정받고 있음. 이걸 이문덕으로 해석하는 분들도 있는데, 정치적으로는 이해가 감. 하지만, 그건 정치적 레토릭일 뿐.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듯 상대적 성공의 이유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전문가 집단인 질본이 잘 준비되어 있었고, 민간기업에서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바로 검사키트를 개발하였기 때문. 공적 부문과 사적 부문의 유기적 연대가 있었던 것. 한국일보, 신천지, 태극기부대 같은 바보짓도 횡행하지만, 중요한 사회기능이 이 소란에도 불구하고 매우 체계적으로 준비되고 대응한다는 것. 모든 것이 주먹구구식 대응이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많이 차이가 남. 이 정도로 체계가 잡혀있는 국가는 많지 않음.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 모델이 각광받는 것은 한 현상일 뿐. 저는 BTS 봉준호 코로나 방역 등이 모두 지속적인 발전의 경향 속에서 우연한 기회에 몇 가지 지표가 튄 것으로 이해함.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지난 50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가 한국. 한국 방문 때 마다 여러 사람들에게 주장했던 바임. 이 얘기를 하면 당연히 듣게되는 반박이 헬조선론. 객관적인 수치는 그렇지 않다고 도대체 왜 한국은 지난 반세기동안 가장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헬조선이라고 여기는지, 이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질문함. 답은 아무도 제시 못함. 

 

그래서 들게되는 생각이 이렇게 객관적인 수치와 주관적 인식의 불일치가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 그런데 이런 설명은 자칫하면 문화적 설명론(cultural explanation)으로 빠지기 쉽상. 문화적 설명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비교방법론 연구에서 강하게 지지되는 경우가 별로 없음. 

 

결국 문화로 표현되는 현상까지 포괄해서 설명할 수 있는 제도나 구조에 대한 설명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발전동력에 대한 빅퀘션이라 대답이 어려움. 지난 50년 동안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사례가 한국 하나니. 

 

아래 그래프는 2000년과 2018년의 1인당 GDP (PPP) 비교 (그래프 원소스는 OECD). OECD 국가 중에서 구사회주의권은 빼고 그린 것. X축이 2000년의 GDP per capita고 Y축이 2018년 GDP. 모두 로그전환된 소득이기 때문에 트렌드 선에서 위에 있으면 평균 경제성장률이 높은 것이고 밑에 있으면 낮은 것. 

 

보다시피 한국과 아일랜드, 터키가 확실히 트렌드에서 윗쪽에 위치함. 이 중 아일랜드는 선진국 --> 선진국이고, 한국만 중진국 --> 선진국. 터키, 칠레도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중진국. 

아래 그래프는 2018년의 GDP(PPP) per capita와 1년 평균 성장률. 21세기에 평균 2% 이상 꾸준히 성장한 국가는 4개 국 밖에 없음. 작년 GDP per capita가 일본을 앞섰다니, 멀지 않은 미래에 프랑스, 영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음.  

현재 생각할 수 있는 바는 세 가지. 

 

하나는 민주주의. Acemoglu등이 주장하는 경제발전 원동력이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제도(institution)에 있다는 주장의 차용. 한국은 민주주의 덕분에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창의성에 바탕한 혁신 경제의 힘을 얻었다는 것. 민주주의가 만개하여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나오다보니 갈등이 많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는 혁신 경제의 한 측면일 뿐. 그럼 여기서 반박은 왜 민주주의가 먼저 발전하고 오히려 더 심화되어 있는 유럽은 한국보다 덜 발전하는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민주주의가 베버가 효용이 발전을 저해하는 관료제를 설명하면서 도입한 개념인 iron cage가 되는건지? 

 

다른 하나는 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경제 조직 원리가 신자유주의로 변한 것. 각자 도생. 영어 능력을 강조하는 세계화. 대규모 유학. 이런 것들이 삶을 피곤하게는 만들지만, 발전국가 모델에 머물고 있던 한국 같은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회 조직 원리를 바꿔서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 1997년 아시안 경제 위기가 사회를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는 설명. 그럼 왜 경제위기를 경험한 남미의 다른 나라들은 위기를 기회로 살린 경우가 하나도 없는건지? 남미는 칠레만 여전히 신자유주의고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 것인지? 

 

세 번째는 적절한 믹스 모델. 사회학의 embeddedness 이론의 확장판. 사업이 성공할려면 arms-length relations(경제적 계산에만 의존한 단기적 관계)와 embedded relations(밀접하고 지속적인 관계)가 적절히 섞이는 것이 둘 중 하나에만 경도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embeddedness 이론의 대략적 결론. 한국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민주화로 급속히 이양되면서, 국가주도 발전경제 모델과 개인의 자유방임모델이 적당히 섞여서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 헬조선이라는 인식과 실제 경제발전 현상과의 괴리는 이 두 모델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이해. 그럴 듯 하게 들리지만, 여기서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 질적/양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이론적 설명으로써의 완성도가 떨어짐. 그래서 뭐 어떻게 해야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할 수 있을지? 

 

또 뭐가 있나요?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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