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던 주류 교체 논의의 세련된 버젼. 제가 진단했던 삼당합당체제의 종말과 같은 주장이라 생각. 역시 천관율 기자가 글을 잘 씀.
진보가 다수파가 되었다, 주류가 바뀌었다는 분석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시대가 변했다는 것. 아래 다시 언급하겠지만 인구학적 효과를 따질 때 중요한 한 요소인 시대 효과는 진보적인 것으로 변화했다는 것임.
그런데 이 번 총선에서 새로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이 번 총선에서 다시 확인된 현상이 20대의 성별 격차 심화.
KBS의 출구조사 분석에 따르면 아래 표에서 보다시피 20대에서 성별 격차가 도드라짐. 20-40대 여성이 모두 같은 투표 성향을 보이는데, 남성은 세대별 격차가 뚜렷. 40대가 가장 진보적이고, 젊은수록 보수 지지경향. 이 번 조사에서만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지지율에서도 비슷한 경향. 60대+ 남성 이외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 20대 남성.
20~30대 초반 남성의 보수성은 다 아는 얘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상이 매우 독특한 현상. 이 번 글에서 (1) 왜 이 현상이 독특한 것인지 좀 더 설명하고, (2) 이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얘기하고자 함.
1. 우선 20대남 현상의 독특성에 대해서.
사회학에서 얘기하는 인구의 APC (age-period-cohort) 효과 중에서 젊은층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진보성이 연령 효과고, 이 번 선거에서 주류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시대 효과. 시대 효과는 다 같이 경험하는거고 연령과 세대 효과를 구분해야 하는데, 현재의 20대는 연령 효과와 구분되는 확실한 세대 효과가 있는 듯.
정치적 태도는 세대에 따른 경험의 차이로 인하여 젊은시절에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짐. 86세대는 20대에 민주화 운동을 한 세대라 다르고, 70년대생은 IMF경제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해서 다르다는 것. 이게 세대 효과. 젊은층에서 진보 성향이 많이 나타나는 연령효과와 구분됨. 같은 세대는 같은 시대를 특정 연령대에 경험하기 때문에 공통의 주관적 의식을 가지는게 일반적. 다른 세대의 젊은층이 진보적 성향을 띄는 것과 달리 현재 20대는 보수성이 강해서 확실한 세대 효과가 있음. 그런데 그 세대 효과가 성별로 분화됨.
성별 성향 격차가 이렇게 특정 연령대에서만 나타나는걸 본적이 없음. 예전에 올렸던 여성 표 없이 진보 없다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 지지성향이 높은건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 하지만 그 성향이 연령대별로 크게 차이나지는 않음. 정치 성향에서는 연령효과나 세대효과가 성별효과보다 지배적임.
20대는 정치적 성향이 성별로 분화된다는 측면에서 이 전 세대와 다른 독특한 세대효과를 형성하고 있음. 세대 논의만 했다하면 아카데믹 글쓰기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만하임이 세대를 논하면서 세대 내 분화의 "유닛(unit)"을 언급하는데, 한국에서 20대 세대의 가장 명확한 분화 유닛이 젠더가 되는 듯.
전세계적으로 현재의 20대가 겪는 변화가 끼치는 일반적 효과를 따져서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20대 남성의 보수화는 더더욱 불가사의. 최근 다른나라 젊은층의 진보 지지 성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순수 연령효과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교육 효과. 아래 그래프는 피케티의 워킹페이퍼에 나오는 고등교육자의 진보 지지 성향. 보다시피 대학 교육이 엘리트 교육일 때는 고등교육자가 보수를 더 지지했지만, 대학 교육이 팽창하면서 대학 교육이 중산층과 그 이하로 보편화됨에 따라 고등교육자는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변화하였음.
고등 교육을 받을수록 공평성, 평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면서 진보 정책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나타남. 한국에서도 고등교육이 대폭 확대되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이론이 맞다면 젊은층에서 진보 정책 선호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나야 정상임. 하지만 20대남은 이런 경향에서 벗어남.
20대 여성의 진보적 태도는 연령 효과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교육 효과로 해석이 가능한데 20대 남성은 그게 불가능. 20대가 새로운 세대로써 독특성을 가지는 것은 여성 때문이 아니라 남성때문.
2. 그렇다면 20대남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20대남 얘기하면 당연히 성평등 문제가 부각될텐데, 교육 확대는 delayed gratification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져 당장의 이득이 아니라 미래의 이득을 계산하는 능력이 향상됨. 현재의 20대 남성이 군입대 등에서 여성에 비해 손해를 보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있고 이전 세대를 봤을 때 장기적으로 남성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교육 수준이 높은 20대에서 성평등 수용도가 이 전 세대보다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역시 이론에 부합함. 하지만 20대남은 이런 기대에서 벗어남.
페미니즘 이슈 때문에 20대남이 보수화 되었다는 것 까지는 알겠는데, 왜 이렇게 되는지가 잘 이해가 안됨. 시대적 변화, 교육확대라는 코호트 내부 변화 모두가 20대 남성의 보수화와는 반대의 경향을 띄어야 정상. 군대 문제가 현재의 20대남자에게서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님. 유독 현재의 20대에서 성별 분화가 일어날 이유가 안됨. 즉, 군대문제, 노동시장 문제로도 설명이 한계가 있음.
그래서 제가 주목하는 가설이 성비문제. 현재의 20대는 한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10년단위 코호트 전체의 성비가 110이 넘는 세대. 비정상적 성비는 반사회적 행동을 촉진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
확립된 사회학 이론은 아니지만 성비가 정치적 태도를 결정한다는 주장도 있음. 아래 그래프(소스는 요기)를 보면 미국에서 성비가 낮은 코호트가 투표를 하기 시작하면 진보가 득세하고, 성비가 높은 코호트가 투표를 하기 시작하면 보수가 득세. 1970년대 출생자의 높은 성비가 1990년대 미국 보수의 득세를 가져왔다고 이 그래프 작성자는 주장.
명확하게 이해가 안되다 보니 가설 차원에서 던지는 설명이지만, 20대남 현상은 1990년대 성비문제가 여러 형태로 불거진 것. 비정상적 성비가 왜 이런 정치적 성향 문제를 낳는지는 또 설명되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