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다른 이유가 없으면 이 번이 "세습 중산층" 관련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이다.

 

이 전 포스팅에서 말했던 계층 이동 경로의 OED 삼각형 모델에서, O->D든 O->E->D든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의 계층이 얼마나 공고화되었는가다. 

 

아래 그래프는 이수빈,최성수 (2020)의 <Figure 3>의 일부이다. 부모 계층 하위 40% 출신자 중에서 대졸 졸업 후 초기 노동시장에서 소득 상위 40%에 진입한 비율을 보여준다.

 

그래프에서 각 라인은 학교 레벨이다. 제일 위의 보라색이 엘리트 대학이고, 가장 아래 초록색이 2년제 대학 출신을 나타낸다. 각 출신 대학별로 부모 계층 하위 40%가 졸업 후에 소득 상위 40%에 몇 퍼센트나 진입했는지 보여준다. X축의 연도는 졸업 연도다.

 

최근들어 개천룡이 안나오고 계층 이동성이 줄어들었다면, 저소득층 출신이 어떤 대학을 나오든 소득상층 진출 확률이 낮아졌을테니, 아래 그래프에서 대부분의 선이 우하향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또한 학벌에 따라 노동시장 성취 격차가 심해졌다면, 엘리트 대학과 지잡대의 성취 격차가 최근 연도로 올수록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우하향 경향이 나타나지도 않고, 연도별 그래프의 간격이 커지지도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교 레벨에 따른 중산층 진입 확률의 격차 축소다. 엘리트 대학은 조금 줄어들고, 2년제 대학은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하위 40% 계층 출신 대졸자들이 상위 40% 중산층 진입 확률에서 학벌의 설명력이 2006년에 비해 2014년에 줄어들었다. 

 

희망적인 얘기라면 학벌에 따른 계층결정력이 약화되었고, 절망적인 얘기라면 좋은 대학 나온다고 졸업 직후에 상위 계층이 보장되지 않는다. 더 희망적인 얘기라면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엘리트 대학보다는 2년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은데, 2년제 대학 출신이 고소득을 올릴 확률이 높아져, 저소득층 출신이 고소득층으로 진출할 확률이 높아졌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렇게 학력에 따른 계층결정력이 약화되는게 맨날 얘기하던 학벌없는 사회에 좀 더 근접한 모습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하위 40% 계층 출신이 괜찮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뚝 덜어지지는 않았을지 궁금할텐데, 그렇지 않다. 아래 그래프는 하위 40% 계층이 각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율인데 보다시피 큰 변화가 없다. 

 

 

위에 언급한 논문의 저자가 올린 온라인 자료에서는 상위 20%, 40% 가족 출신 대졸자가 졸업 후 상위 계층을 차지할 확률도 계산했는데, 이 역시 큰 변화가 없다. 온라인 자료의 <그림 3>을 보면 상위 40% 계층 출신의 학벌 효과도 줄어들었다. 

 

이 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결과로 90년대생의 계층 세습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2014년 졸업자는 90년대 초반생 일부를 포함할 뿐이다. 엘리트 대학 출신의 노동시장 성취가 낮아진 이유 등을 논의하자면 더 복잡한 얘기들이 많다.

 

하지만 이 논문은 적어도 최근들어 계급 세습이 강화되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려운 상당히 강력한 증거를 제공해준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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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E 2020.05.08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교수님.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1) “ 엘리트 대학 출신의 노동시장 성취가 낮아진 이유 등을 논의하자면 더 복잡한 얘기들이 많다.” 와 같이 말씀하셨는데 혹시 포스팅을 통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2) 계층이 설령 세습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리버럴 중도좌익 정권이 장기집권하여 재분배를 잘 해낸다면 계층 세습의 문제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3) 재분배를 잘 해내려면 조세정책이 중요할텐데 주요 세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득세와 소비세, 토지세일까요?

    • 바이커 2020.05.08 1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1)은 차후에 얘기하겠습니다. reservation wage문제인지, 고용안정성 추구 문제인지, 추가 교육문제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건지 등등을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20대의 경제적 처지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자체를 여러 측면에서 따져볼 여지가 있습니다.

      2) 계층 세습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책으로 성공한 국가가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3) 소득세, 상속세, 보유세. 기회가 될 때마다 올려야죠. 특히 소득세는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2. augustine 2020.05.08 2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분명 참고할 data이긴 하지만, 대졸자의 불과 졸업 1년 후 상태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너무나 분명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Chetty의 경우 30-32세 본인 소득기준 상위소득층에 진입하는 비율을 평가).
    2) 그리고 이 연구는 2006-2014년의 변화를 보기에는 부적절한 연구라고 생각하고 이 연구에서 어떤 변화의 추이에 대한 해석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바이커 2020.05.09 1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게 최선의 데이터니까요. 그리고 추이에 큰 변화없다는게 결론입니다.

    • 그릉그릉 2020.05.10 1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augustine
      혹시 어떤 측면에서 "2006-2014년 변화를 보기에는 부적절한 연구"라고 여쭤봐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