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사: 물질적 자유가 목표

 

김종인 대표가 "물질적 자유가 목표"라는 지향점을 제시했다. 과거에 김종인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때 뭘 뜻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 번에는 의외로 그런 비판은 없는 듯 하다. 다들 기본소득으로 인식한다. 조선일보에서는 기본소득 학자인 파레이스의 "실질적 자유" 개념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자유"가 보수의 언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자유는 매우 진보적인 언어다. 자유가 없으면 평등이 없고, 평등이 없으면 자유가 없다.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넘어올 때 생겨난 사적 소유권도 개인은 모두 자기 자신의 신체를 절대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자신의 신체와 의식을 통제할 자유를 가진다. 이런 자유는 누구나 누리는 불가침의 것이기에 개인은 평등하다 (로크). 자유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평등의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자유의 개념을 확장하지 않고서는 사회가 진보할 수 없다. 진보는 오직 개인의 자유를 확장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자유의 확장없는 평등은 항상 전체주의적 사고로 반동을 경험하게 된다. 자유의 확장에 기반하지 않았던 소비에트식 사회주의나, 북쪽의 김씨 일가가 결코 진보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미국을 뒤덮고 있는 인종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는 인종을 구속되지 않는 "자유의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때의 자유는 봉건제에서 자본제로 넘어오는 시기에 확립된 개인이 반드시 누려야할 불가침의 신체와 의식의 자유 개념이다. 미국에서도 기본소득이 논의되지만 인종문제에 관한한 수 백 년 전에 해결되었어야 할 자유도 아직 제대로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많은 사상가들이 그린 이상향은 대부분 자유가 확장된 사회다. 공산주의 사회도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물질적 소유가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 자유로운 사회다. 맑스가 그린 공산주의 사회는 "자유로운" 개인의 연합에 의해서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사회다 (개인적으로 그런 통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맑스는 공산주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
"어느 누구도 한 가지 전문적인 활동 영역을 갖지 않고 저마다가 모두 원하는 분야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전체로서의 생산이 사회에 의해서 규제됨으로써 나로서는 결코 사냥꾼이나 고기잡이, 또는 양치기나 비평가가 되지 않고도 오늘은 이 일을 하고, 또 내일은 저 일을 하는 식으로 아침엔 사냥을 하고, 오후엔 물고기를 잡으며 또 저녁에는 가축을 몰고 저녁 식사 뒤에는 비평에 종사할 수가 있다."
----------

 

보다시피 공산주의 사회는 먹고사니즘을 위해서 한 가지 일에 속박되지 않을 자유가 있는 유토피아다. 요즘 덕업일치를 훌륭한 가치로 여기는데, 맑스의 이상향은 덕과 업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고, 덕이 계속 바뀌어도 괜찮은 그런 자유로운 사회다. 좀 쌈마이로 표현해서 취미활동으로 나날을 보내는데 경제적 궁핍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사회가 공산주의 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적 자유는 생산력이 발전하면서 제조업 생산성이 높아지는 사회에서 실현 가능하다. 삶을 제약하는 물질적 조건을 축소하고 개인의 선택 범위가 넓어지도록 자유를 부여한다. 

 

과연 보수당에서 김종인 대표가 주장하는 보수를 버리고 물질적 자유를 목표로 삼을 수 있을지, 정책적으로 무엇을 제시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제시한 "물질적 자유"는 자유의 개념을 확장하는 매우 환영할만한 진보적 컨셉이다.

 

진보는 분발해서 개인에게 더 많고 더 풍부하고 더 고차원의 자유를 부여할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