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기사: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 의외의 응답 편

 

한국이 방역에 성공한 이유가 기 소르망이 얘기했던 정부 말을 잘듣는 유교문화의 선별적 격리조치 때문이 아니라,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 때문이라는게 시사인의 분석. 정보량과 생각할거리가 매우 많은 좋은 기사. 

 

아래 그래프는 기사에 나온건데 "외출시 마스크 착용" 등 10여개 방역 행동 문항에 1(전혀 안한다)~4(항상 한다)의 점수를 부여하여 총 10~40점이 나오도록 계산한 결과를 보여준다. 회색 빛 그래프인 권위주의, 순응지향, 집단주의는 상-중-하 그룹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다. 반면 민주적 시민성이 높아질수록, 수평적 개인주의가 높아질수록 방역에 더 참여하고 통계적 차이도 유의하다.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는 이 결과에 근거해서 한국인이 방역에 성공한 이유는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라고 주장한다. 방역참여에 차이가 나는 변수가 그 두 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는 이 그래프를 보고 느끼는 바가 천 기자와 다르다.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가 높아질수록 방역에 더 참여한다는 차이점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 집단주의, 민주적 시민성, 수평적 개인주의 등 이 모든 이념적 차이, 행동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방역 참여 정도가 매우 유사하다는 동질성이 놀랍다. 민주적 시민성의 상-중-하 그룹에서 하인 집단과 상인 집단의 격차가 점수로 2점 밖에 안된다. 10개 행동 수칙에서 2개 정도 항목에서 "항상 한다"와 "자주하는 편이다"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념적 차이와 성별, 연령별 격차에도 불구하고 관철되는 동질성이 코로나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다. 

 

이런 동질성과 달리 오늘 뉴욕타임즈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집단별로 방역 참여 정도가 크게 다르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갤럽의 조사에 근거한건데, 아래 그래프가 주요 결과다. 

 

보다시피 공화당 지지자는 26%만 항상 마스크를 쓰는데, 민주당 지지자는 49%가 항상 쓴다. 남녀 간에도 큰 격차가 있고 학력별로도 많이 다르다. 한국인의 특징인 동질성과는 매우 달리 집단별 이질성이 특징이다. 

 

한국은 방역에 성공하고 서구는 방역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은 동질적으로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등 전국민이 방역에 유사한 수준으로 동참하는데, 서구 국가들은 방역에 일부만 참여하고 인구학적 계층적 위치에 따라 참여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성공에 대한 진짜 질문은 특정 성향에 따라 방역 참여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가 아니라 도대체 왜! 어떻게! 한국은 온국민이 방역에 이념, 성, 연령, 행동성향, 지지정당을 떠나서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동참하였는가이다. 

 

이 동질성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사회학적 질문이다. 지난 번에 코로나로 갑자기 나타난 사회적 신뢰 포스팅에서 제기했던 질문과 가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추가로 시사인의 이런 서베이로는 원래 시사인 기사가 던진 왜 한국은 성공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한국은 왜 성공했는가는 국가 간 비교가 되어야 하는데, 시사인 기사는 국가 내 성향 차이에 따른 방역 참여도를 체크할 뿐이다.

 

정치학자인 겔만이 보여준 유명한 모델이 있는데, 미국에서 부자가 민주당 지지하고, 가난한 사람이 공화당 지지하는 것 같지만, 주별 특성을 통제하면 각 주 내에서는 부자가 공화당 지지하고 가난한 사람이 민주당 지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도시가 있는 부자 주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시골인 가난한 주에서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해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겔만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서 민주적 시민과 수평적 개인주의가 방역참여와 긍정적 상관을 가지더라도 이 관계가 프랑스와 비교한 한국의 방역 성공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민주적 시민/수평적 개인주의와 방역참여의 상관관계가 한국보다 프랑스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위의 미국의 예처럼 성향에 따라 방역참여의 정도가 크게 달라질 때 상관관계는 더 강해진다. 이런 강한 상관관계는 방역의 실패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일부 집단은 방역에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니까. 

 

이 경우 한국은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 성향과 방역 참여의 상관관계가 프랑스보다 약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된다. 즉, 한국은 민주적이지 않고 개인주의자도 아닌 사람도 방역에 그러한 사람과 거의 다를 바 없이 방역에 참여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지,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가 지배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이 예가 한국의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가 프랑스보다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가 방역 성공의 이유라는 설명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고. 이 기사의 결과로 그렇게 결론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걸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알 수 없다는 것. 

 

 

Ps. 원래 시사인의 질문은 통계적으로 multilevel model에서 var(beta_0)를 어떤 변수가 설명하는가라인데 분석은 var(beta_1)를 한국에서는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가 설명한다고 제시. 국가 별 상수항의 분산 문제인데, 국가 내 슬로프의 기울기를 논의하고 있음. 핀트가 어긋남.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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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지랍문화 2020.06.05 0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파놉티콘식의 오지랍 문화때문에 그런게 아닐까요? 아직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기 전에 지하철을 탔었는데, 어떤 2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마스크를 안 쓰니까 5-60대쯤 되보이는 중년 남성이 거친말과 욕설을 퍼붓더군요.

    게다가 만일 병에 걸려 동선이 공개되면 강남모녀나 게이들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신상을 까이고 불링을 당하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ps. 그 양반이 그 후 나타난 마스크를 안 쓴 다른 중년남성에게는 한마디도 안하던 모습도 나름 한국적인 풍경이었습니다.

    • 바이커 2020.06.05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간섭의 문화: https://sovidence.tistory.com/1052

    • 지나가다 2020.06.07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굉장히 일반화와 단정적 결론이 심하시네요 바로 파놉티콘으로 급발진이라...

    • 오지랍문화 2020.06.13 0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확진자 사는 집 주변이나 쿠팡 들어오지 말라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공고문들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겁니다. 기사댓글이나 지자체 블로그 댓글만 보다가 눈으로 직접 그런걸 보니 섬뜩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2. 재떨이 2020.06.09 0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갑자기 궁금한 것이, 홍콩은 어떤가요? 홍콩도 인구당 검사를 꽤 많이 했고, 인구 당 환자 수도 꽤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콩도 저희와 같이 사회 구성원 간에 간섭과 오지랖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제 생각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사스나 메르스 등에 많이 노출되었으니까, 과거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냐 없냐도 중요한 인자인 것 같습니다,

    • 바이커 2020.06.09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홍콩이 어떤지 잘 모릅니다. 방역 성공의 길이 하나인지 다양한지도 잘 모르고요.

  3. 은국 2020.06.11 1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올려주시는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출근하다 느꼈는데요.. 한국은 전세대가 백신 맞는데에 큰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윗 세대분들은?

    윗세대분들은 백신을 맞지 않아 아이들이 죽는걸 보아왔던 세대라서 이런 <괴질>에 정부의 수칙에 잘 따라주시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인은 한가롭게 백신에 반대할 시간이 없었던 거죠!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 바이커 2020.06.11 2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에는 과학 교육이 왜 중요한지 몰랐는데, 백신반대하는 분들 보고서 중요성을 확 깨달았습니다.

  4. 기린아 2020.06.11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문에서

    "주별 특성을 통제하면 각 주 내에서는 부자가 공화당 지지하고 가난한 사람이 민주당 지지한다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미국 정치지형에서 주별 특성이라는게 어떤 실체가 있는 것으로 볼수 있나요?

    한국의 경우는 대통령의 출신고향이라는 것에 기반한 스토리라인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이런류의 스토리라인이 있을것 같지는 않고... 남부와 북부는 차이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것 이외에 또 컨트롤될만한 실체가 있습니까?

    • 바이커 2020.06.12 0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동서부의 부자 주들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거든요. 중부는 스윙보트주고요.

      지역별 문화 격차에 대한 이런 책도 있습니다: https://www.amazon.com/American-Nations-History-Regional-Cultures/dp/0143122029

    • young026 2020.06.25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없지는 않죠.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2차대전 이후로 보면 대통령 후보 출생 주에서 다른 후보가 이긴 적은 몇 번 없습니다. 일방적으로 깨진 후보도 자기 출신주에서만은 이긴 경우가 많고 1948, 1968년에는 제3후보가 자기 출신주에서 이기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