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기사: 박홍근 "근로소득 상위층 쏠림 완화…최저임금 효과"

 

이 블로그에서 계속했던 얘기 중 하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은 계속 줄어드는 중. 하지만, 이를 최저임금 효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고 저소득층의 점유율이 낮아진다는 증거도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거의 없다. 박홍근 의원이 그냥 그렇게 주장하는 것.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박홍근 의원이 제시한 행정자료 분석에 대한 것. 

 

한국에서 불평등이 줄었다고 하면, 상위층의 소득이 서베이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한 최근의 공식 불평등 지수 계산은 행정자료로 상위층의 소득까지 보정한 것이다. 서베이에서 잡히지 않는 상위 1%의 소득까지 모두 보정해도 불평등은 줄어든다. 

 

행정자료는 상위층의 소득은 잘 파악하지만, 반대로 하위계층의 소득은 잘 파악하지 못한다. 세무당국에서 과세점 이하 소득 계층의 소득에는 관심이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알아봤자 세금 부과 대상도 안될 정도로 적은데 뭐 때문에 행정력을 동원해서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겠는가. 

 

그래서 행정자료와 서베이 자료를 비교하면 고소득층은 서베이에서 실제버는 것보다 더 적게 얘기하고, 저소득층은 행정자료에서 잡히는 것보다 서베이 자료에서 소득이 더 많이 잡힌다. 이런걸 전문 용어로 mean-reverting error라고 한다. 서베이와 행정자료를 통합해서 불평등 변화를 파악해야지, 어느 하나만으로는 안된다. 

 

최근 한국의 불평등 변화는 행정자료와 서베이를 통합해서 파악한 것이기에 소득불평등이 완화되었다는 것은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믿어도 된다. 진짜 질문은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그런데 이건 잘 모른다. 

 

 

 

 

그럼 여기서 당장 소득이 문제가 아니라 자산이 문제라는 소리가 나올 것. 자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더 파악하기 어렵다. 자료도 더 없고. 하지만 적어도 가용 가능한 자료로 분석해보면 자산 불평등이 크게 늘어나지도 않았다. 

 

자산의 절대 액수의 격차가 커지니 money illusion에 의해서 격차가 커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비율적 격차는 그대로라는 것. 

 

 

 

 

진짜 사회학적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이 나빠졌다고 강하게 믿는 이유가 뭐냐라는 것. 왜 개선된 현실을 부인하는 인지적 경향을 가지는지? 학계 밖의 사람들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학자들도 상당수가 그런다. 몇 가지 데이터가 일관되지 않으면 꼭 가장 나쁜 통계를 현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가설은 베버가 제시했던 status inconsistency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 말은 서로 다른 지위가 충돌하는 상황을 나타낸다. 한국에서 소득, 자산, 교육, 명예, 권력 등이 일치하지 않고 어긋나는 경우가 증가했는데 사람들이 그 중에서 가장 나쁜 쪽으로 자신의 상황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아래 그래프는 이성균 외 (2020, 경제와사회)에 실린 자산과 소득의 상관관계. 보다시피 점점 양자의 상관관계가 최근 줄어들었다. 고소득층이 반드시 고자산가는 아니고, 자산 상층이 고소득층이 아니다. 주원인은 고연령층이 늘어나고, 이들이 자산은 많지만 가처분소득은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 

 

 

자산은 많지만 소득이 적은 사람은 자신의 처지가 안좋아져서 불평등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소득은 많지만 자산은 적은 사람은 자산 불평등이 늘어서 불평등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거 아닌지? 

 

그런데 이렇게 status inconsistency가 일어난다는 것은 계층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이 한 개인에게 누적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교차 소유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등은 오히려 높아지는 상황이다. 교차 소유로 전체 평균 평등이 높아지면, 비록 개인이 소유한 지위의 평균으로써의 불평등은 줄어들지만, 각 리소스별 지위의 부조화가 생기고 오히려 불평등을 더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은 아닌지... 

 

 

 

Ps. 최근 이슈는 단연 북한 문제지만 뉴스보도 외에는 아는 것도 없고, 이 블로그 방문자가 많아져 잘모르는 분야는 말조심하다보니 블로그에서 헛소리 확률은 확실히 줄어드는 듯.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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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역 2020.09.26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문 잘 읽었습니다. 아! 지위불일치일 수도 있겠네요.

    1. 불평등해졌다고 생각하는 게 인식적 차원이면, 절대적 기준(노력) 대비인 지, 비교 대상 집단이 어디쯤에 있는 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계층 피라미드의 분포와 상관 없이 절대적인 목표치는 모두 같을 수도 있지 않나요. 상층 이상의 생활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어서 사람들의 절대치가 계속 높아져서 일 수도 있겠네요.

    2. 자산-소득 상관관계 부분이 흥미롭네요. 정기적인 소득으로 대출을 받고, 그것을 담보로 자산을 구매하는 구조라서 정의 상관관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줄어드는 중이군요. 머니일루전 효과는 계층 간 비율/차이로는 상관없을 수 있겠지만, 소득이 자산만큼 증가하지 않았는데, 자산만 올랐다면, 말씀하신대로 하우스푸어이면서 지위불일치가 일어나네요. 은행신용데이터라도 있으면 어떤 확실한 (인과) 결과가 있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3. 소득 하층의 소득이 2010년대 개선된 것과 관련해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부족하지만 경제지표를 찾아봤는데요. 60-64세 고용률이 2010년 53%에서 2017년 60%대로 올라왔네요. 고졸이하 저학력층 비중이 80% 내외인 서비스업/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가율이 2013-14년 다른 업태 대비 양호합니다 (경기동행지수 내 서비스업 활동지수/건설기성액도). 공공행정 일자리(사회복지 서비스업-계약직인지 정규직인지 알 수 없지만)도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2012-2013년에 대형마트 규제나 프랜차이즈 출점제한, 중국인 관광객 증가(2010-2015년까지) 등 자영업자에게 다소 우호적인 환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논문에 언급하신대로 소득불평등은 여러 가지 요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만, 아마도 저는 계약직/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한 불안정성을 불평등 탓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라서 순자산 음수는 어찌 처리하나 했는데, marginal이 있었네요. 계속 좋은 연구/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 바이커 2020.09.26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코멘트 감사합니다.

      1. 비교집단은 중요한 질문인데 답을 모릅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미국의 Joneses 모두 relative deprivation의 reference group에 대한 질문입니다. 한국은 뭔가 바뀐거 같기는 한데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3에서 언급하신 것은 그럴 개연성이 높다고 저도 추측합니다. 다만 자영업자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기에 될놈될이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불안정성 문제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게 노동시장 내의 공시적 불안정성의 증가 때문인지, 생애사의 통시적 불안정성의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연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집여우 2020.09.28 0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에 바이커님의 글을 눈팅하면서
    학자들의 연구방법과 고충등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통계를 모르는 게 한탄스럽네요. 수포자였는데 다시 통계나 그래프 보는 법만이라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꾸준한 연제 감사드립니다.

  3. 다시다 2020.09.28 2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자신에 대입해서 생각해봐도 정말 가장 안 좋은 쪽으로 제 지위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