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한국에서 소득불평등 얘기하면 꼭 따라나오는 주장이 소득이 아니라 자산이 문제라는 것.
과연 그럴까? 전에도 한 두 번 얘기했지만 이 얘기는 반복할 필요성을 느낀다. 아래 표는 국가별 자산불평등 지니계수와 성인 1인당 자산의 중위값이다. 10개 국가를 임의로 고른 것이다. 지니계수 자료 소스는 요기, 1인당 자산 중위값은 요기다. 지니계수 원소스는 UN이고, 중위값은 Credit Suisse 은행 발표다.
보다시피 한국은 자산불평등이 상당히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자산불평등으로 따져서 이 10개 국가 중에서만 낮은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자료가 있는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이 자료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가용가능한 자료로 봤을 때 한국의 자산불평등은 상당히 낮다. 한국의 자산불평등이 커서 문제라면 전세계는 자산불평등 문제로 폭발했어야 정상이다.
자산불평등은 낮은데 반해 1인당 자산 소유액은 한국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1인당 자산 소유액에서 한국이 미국, 덴마크, 스웨덴, 독일 보다 높다. 한국은 전국민이 자산을 상당히 평등하게 나눠 가지고 있고, 그 액수도 상당히 큰 국가 중 하나이다. 전세계적으로 불평등이든 1인당 자산 보유액이든 자산 문제가 가장 작은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자산 불평등이 낮고 1인당 자산이 높다고 좋아할 일일까? 도발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과장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한국에서 자산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즉, 집값 대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자산불평등 Gini (2019) | 성인 1인당 자산 중위값 (2019, US$) | ||
1. 네델란드 | .902 | 1. 스위스 | 227,891 |
2. 스웨덴 | .867 | 2. 호주 | 181,361 |
3. 미국 | .852 | 3. 일본 | 110,408 |
4. 덴마크 | .838 | 4. 스페인 | 95,360 |
5. 독일 | .816 | 5. 한국 | 72,198 |
6. 스위스 | .705 | 6. 미국 | 65,904 |
7. 스페인 | .694 | 7. 덴마크 | 58,784 |
8. 호주 | .656 | 8. 스웨덴 | 41,582 |
9. 일본 | .626 | 9. 독일 | 35,313 |
10. 한국 | .606 | 10. 네델란드 | 31,057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전세계 어느 나라도 자산불평등을 줄여서 자산불평등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 거의 모든 중산층과 서민은 자산에 의존해서 삶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해결 방법은 자산불평등을 직접 줄이는게 아니라, 자산불평등의 중요성을 줄이는 것이다.
자산은 (1) 투자를 위한 소스이면서, (2)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 안정망으로 기능한다. 중산층 이하에게 자산은 (1)의 기능은 거의 없고, (2)의 기능이 주가 된다. (2)의 기능을 자산이 아닌 다른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자산의 효용성을 지우는게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달리 말해 은퇴 후 소득이나,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질을 결정하는 자산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다. 자산불평등을 줄이는게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자산의 영향력을 줄이는 게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북구 복지국가들이 자산불평등이 한국보다 높은데 반해 1인당 자산의 중위값은 오히려 한국보다 낮은 이유는 자산을 축적할 필요가 없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 연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건물주로 소득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중산층도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공공주택이 발전되어 있어서 자가 주택을 소유하기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도 없다. 상위층만 자산을 가지고 있고 중산층 이하는 자산이 없기 때문에 이들 복지국가에서 자산불평등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자산불평등 문제는 자산불평등을 줄여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산 문제에 신경을 덜 쓰게 되고 그로 인해) 자산불평등이 늘어나면서 해결될 것이다.
자산불평등을 원인이 아니라 (복지시스템과 역상관관계를 가지는) 결과로 취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