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좀 바빠서 블로그할 심적 여유가 안생기는데, 여당에서 제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언급한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 안할 수가 없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도대체 뭘 하자는건지 모르겠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언급했듯이, 역사적으로 전염병 위기는 사회 전체의 불평등을 줄이기 보다는 늘리는 경우가 많았다. 몇몇 대표적인 케이스에서 불평등이 줄었다. 그런데 이 번 코로나 위기가 어떤 식으로 불평등의 변화를 가져올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뭐가되었든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단기적으로는 코로나로 경제적 위기에 빠진 집단의 어려움을 경감시켜 주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복지와 정부 기관의 신뢰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바뀔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위기는 진보 정당이 선거에서 계속 이겼지만 복지 태도에서는 점점 보수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역사적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오는 소리가 이익공유제나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기상조라니. 이러니 자영업자들이 집단 저항하고, 각자도생의 멘탈리티만 강화되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한국은 자료가 제대로 없어서 분석하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코로나 효과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은 매월 지난 달의 "현재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CPS)"라는 불평등과 노동시장 분석의 원자료를 즉각 공개한다. 코로나 유행병 사태가 터진 후 자료 릴리스 타이밍이 더 빨라졌다. 

 

하여간 CPS를 분석해서 코로나 관련 논문을 한 편 썼고, 추가로 몇 편을 준비 중인데, 코로나 경제 위기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계층은 최하층이 아니라 중하층이다. 고졸 미만의 최하층은 고용이 유지되었고 소득도 거의 줄지 않았다. 고졸이나 초대졸 후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던 계층의 타격이 제일 컸다. 

 

최하층은 소위 얘기하는 배달, 청소, 사회의 최소 기능 유지를 위한 essential workers들이 많아서 오히려 수요가 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은 저학력 흑인이 가장 높지만, 코로나로 인한 실업률은 저학력 흑인이 상대적으로 덜 나빠졌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닐까 추측한다. 온갖 배달 서비스의 수요가 폭증했는데, 이 직무에 종사하는 분들의 소득이 줄었겠는가? 업무 강도는 늘었겠지만, 소득이 줄었을 가능성은 낮다. 수출 성과가 나쁘지 않아서 수출 중심 대기업도 그 밑의 하청, 재하청 중소기업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전해 들었다. 추측컨대, 코로나 이익공유제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쁘지 않은 기업들이 많다는 내부 분석에 근거할 것이다. 

 

코로나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소비자 접촉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영업자일 것이다. 코로나 경제위기는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중간계급의 몰락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경제 위기의 결과는 소득 양극화가 아니라, 소득하층과 소득상층의 소득은 올라가거나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고, 소득중간층의 소득이 크게 낮아지는, 중간층 몰락을 초래할 것이다.

 

코로나로 크게 타격을 입은 다른 계층은 청년층이다. 노동시장에 이제 진입해야 하는 청년층과, 노동시장 진입 초기에서 자신의 적성에 따라 직업, 산업, 기업 이동을 해야 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연령층이 크게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고용 타격이 가장 큰 집단이 청년층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코로나로 이득을 본 중상층 이상과 최하층이 중간층을 차지하는 자영업자 및 그 종사자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나? 코로나로 essential workers의 수요가 늘면, 하층 노동시장이 활성화된다. 청년층 중 중상층 이상의 자녀들은 가족복지의 혜택으로 시장 진입을 미루고 실업상태로 남을 거이고, 중하층 이하의 자녀들은 하층 노동시장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중상층 청년층은 소득이 없고, 중하층 청년층은 소득이 있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서 어떻게 이익을 공유할 것인가? 

 

 

 

 

복지를 늘리고 이익을 공유하는 최선의 방법은 광범위한 국민들에게 "같은 비율"로 하지만 가능한 "높은 비율"로 세금을 걷어서 모든 국민들에게 "같은 액수"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 검증된, 지속가능한 이익공유제다. 이 블로그 만들고 초창기부터 했던 얘기다. 왜 문재인 정부는 이 정공법을 쓰지 않는가? 

 

같은 비율로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한 조세 저항이 심한거 안다. 잘못하면 지지율이 폭락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는 세금 인상 이전에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같은 액수로 혜택을 받는 경험을 공유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나? 도대체 왜 이 기회를 살리지 않나? 

 

 

 

 

Ps. 이 기회에 자영업이 상대적으로 비대한 산업구조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자는 의도인가?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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