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혁명이 20세기와 같은 비약적인 생산력을 가져오지는 않을거라는 신경제 비판론자들의 요지는 간단하다. 정보통신혁명이 서비스산업의 비약적 생산력 발전을 "아직은" 동반하지 않는다는 거다.

컴퓨터 사용은 60년대부터 꾸준히 늘었다. 90년대에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이 컴퓨터를 피부로 느끼지 시작했을 뿐이다. 중요산업에 중앙컴퓨터는 우리가 PC를 쓰기 이전부터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도 컴퓨터 칩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컴퓨터의 연산속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지 않냐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맞다, 컴퓨터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하급수적 발전이 생산력의 기하급수적 발전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인간의 능력이 그에 맞춰서 늘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가지 저널이 출간되자마자 도서관에 갈 필요없이 내 이메일로 출간 사실을 통보해 오고, 인터넷 접속 만으로 논문을 받아볼 수 있지만, 내가 그 저널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궁둥이 붙이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가 어떤 쌈빡한 아이디어가 있을 때 가지고 있는 데이타를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단시간 내에 복잡한 모델을 돌려볼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논문으로 쓰기 위해서는 옛날에 타자기로 썼던 것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만큼을 라이팅에 보내야 한다.

인간이 손과 머리로 직접 해야 하는 서비스를 기계와 로봇이 대신해주는 발전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즉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인간이 만족할만한 자동화, 로보트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20세기에 봤던 급속한 생산력 발전을 신경제로 다시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ps1. 전기모터는 1800년대 초에 발명되었지만, 전기가 일상의 삶을 바꿔놓은건 20세기 중반이다.

ps2. 오트론 대신에 스타크래프트하는 게 발전인 건 분명한데, 자치기 하다가 오트론하는 발전만 못하다.

ps3. 아이팟이 워크맨보다 훠~얼씬 좋기는 하지만, 라이브 연주회가 아니면 음악이 없었던 시절에서 워크맨 듣던 것과 비교해서 훠~얼씬 덜 혁명적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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