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의 자격요건

기타 2009. 7. 18. 13:41
어떤 조직을 무력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해당 분야에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그 조직을 채우는 것일게다. 해당 조직의 행동양식이나 목표를 바꾸겠다는 생각이면 그 조직의 수장으로 어떤 굳건한 신념을 가진 사람을 임명하겠지만, 조직을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만들려면 무능한 사람이 최적이다.

그런 면에서 현병철 교수의 인권위원장 임명은 인권위 무력화 시도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실무 경험이 없으면 이론적 바탕이라도 튼튼하면 좋을려만 현 교수의 논문 목록에서는 그런 면을 찾기 어렵다.

현 교수 스스로 돌아보기에도 인권과 관련된 연구나 실무경험이 없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덜커덕 맡는 것을 볼 때, 그가 얼마나 인권에 대해서 안일하게 생각하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낙마시키기 위해서 논문표절을 문제 삼는 건 별로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학문은 외국에서 배운 것을 물려주는 교육(티칭)이었지, 새로운 내용을 밝혀내는 연구(리서치)가 아니었다. 논문을 쓰는 연구는 장식물에 가까웠다. 바꿔야할 잘못된 관습임에 틀림없고, 많이 바뀌었지만, 이걸 문제삼아 공직 진출의 기회를 박탈하는게 옳은 일인지는 의문이다.

참여정부 때 보수주의자들이 억지에 가까운 논문표절의 잣대를 들이대서 여러 사람을 물먹였지만, 굳이 똑같이 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학문적 발전을 위해 표절을 금지하고 그런 문화를 만들었는데, 정치적 동원의 논리만 되어서야 쓰겠는가. 표절이 교수직을 유지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 공직에 진출할 때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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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09.07.20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절이 교수직을 유지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 공직에 진출할진출할 때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 --> 공감 만페센트입니다.

  2. 스크류바 2009.07.21 0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절이 교수직을 유지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 공직에 진출할진출할 때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 --> 거칠게 읽으면 표절 제제에 대해 일종의 물타기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공직 윤리측면에서 후보자의 표절은 자격미달로 볼 근거가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즉, 표절에 대한 제제가 가능한 상황이겠지요.

    제제가 가능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학문적 발전을 위해 표절을 [실체로] 금지하고 그런 문화를 만들"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이라 보이는군요.

    • 바이커 2009.07.21 0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직도 표절이 횡행하고 있다면 그런 식의 본보기가 효과가 있겠지만, 지금은 학계에서는 표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아있는 이슈는 예전에 표절을 크게 문제삼지 않을 당시의 행위를 지금 어떻게 단죄할 것이냐죠. 학계에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는데, 정치사정할 때만 문제가 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