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회학 공부할 때는 폴라니에 대해서 하도 날라리 학생이라 별로 들어보지 못했는데, 미국에 오니까 폴라니를 읽힌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인 폴라니는 미국에서는 이미 10년도 전에 유행이었다.

현대 경제사회학 재발견의 콜럼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라노베터가 "Economic Action and Social Structure: The Problem of Embeddedness"이라는 논문을 발표한게 1985년이다. 그 후 사회학에서 산업사회학(industrial sociology)이 거의 없어지고, 경제사회학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리 선호하는 이론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대유행하고 있는 네트워크 이론도 경제사회학의 한 가지다. 요즘은 경제사회학과 계층론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많다.

어쨌든 그라노베터가 차용한 "embeddedness"라는 개념은 폴라니가 바라보는 시장관계와 사회관계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요즘에 너무 광범위하게 쓰여서 오히려 무슨 뜻인지 불명확하게 되어버렸다. 그 탓인지, 얼마 전에 그라노베터는 자신은 더 이상 embeddedness의 학자라 아니라고까지 얘기했었다.)

하도 여기저기서 폴라니 폴라니 하다보니 프레시안에서 폴라니 제대로 알기 캠페인을 벌였다. 홍기빈 박사가 강연을 한단다.

두 번의 강연 요약이 올라왔는데, 첫번째 강연은 경제조직원리로써 market; redistribution; reciprocity라는 개념을 이해하기같고, 두번째 강연은 market이 전일적인 경제조직원리로 등장하는 역사적 과정에 대한 얘기다. 첫번째 강연 요약은 재미있고, 두번째 강연 요약은 너무 많은 얘기를 짧은 시간에 해서인지 그저 그렇다. 일독을 권한다.

강연요약 1: 인간과 시장
강연요약 2: 자기조정시장 개념

참고로 아직 홍기빈 박사의 강연에서 언급되지는 않았는데, 폴라니는 파시즘의 탄생을 영국의 빈민구호법에서 찾는다.

그럼 왜 요즘 갑자기 폴라니인가? 홍기빈 박사의 강연은 여기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홍박사가 언급하지 않으면 나중에 한 번 얘기하겠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바람계곡 2009.07.19 1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커님 좋은 글과 소개해주신 링크 잘 읽었습니다. 이 글 아크로에도 같이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제가 링크거는 것도 좋지만, 바이커님이 게재를 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부탁드립니다.

    ***
    제가 문제 당사자이기도 하고 살짝 스토킹(?)을 당하는 처지라 말하기가 민감한 문제이긴 한데, 바이커님께서 말씀하시는 바에 공감합니다.^^;; '각서쓰고 산으로 올라가자'는 표현도 있었는데. ㅎㅎ, 제가 그냥 어떤 분 풀릴 때까지 당해주거나 글을 안쓰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 다 산속으로 끌려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다.^^;;;

    시작한 사이트에 찬물 끼얹어 다른 좋은 분들 놓칠까 그게 더 안타깝습니다.

    • 바이커 2009.07.19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혹시 홍박사가 폴라니가 요즘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강연하지 않으면 그 때 그 이유를 써서 글을 올리겠습니다.

      acro 관련해서는 빈대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는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2. 호접몽 2009.07.19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 그래도 폴라니에 관심이 가서 이것 저것 찾아보는데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전 폴라니식 담론이 시장에 대한 비판은 될 수 있겠으나 그에 대한 대안으로선 적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바이커님 생각이 궁금하네요.

    • 바이커 2009.07.19 1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폴라니가 제시하는 always embedded market이라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운영되는 경제체제에 대한 대안적 개념으로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학에서 유행하고 있는 Varieties of Capitalism이라는 개념도 이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고요.

  3. 피노키오 2009.07.19 2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폴라니는 저도 궁금해서 사알짝 알아보기는 했는데, 가능성이 있을까 의문은 들데요. 분배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와 같은 거대한 협동이 이루어지는 체제에서 각 개인들에게 돌아갈 몫을 어떻게 측정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똑같이 나눌게 아니라면, 차등적으로 분배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분배할 거냐의 이야기죠. 과거 사회주의처럼 정부가 할것인가 아니면 시장에 맡기느냐 아니면 새로운 그 무엇이냐.. 이 부분에 대해서 일반인도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논지가 전개되지 않으면 도입이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 바이커 2009.07.20 0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폴라니의 주장을 분배를 강화하자로 읽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의 경제 개입이 자연스럽다로 읽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경제 운영 원리로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이데올로기가 설 땅이 좁아들고, 조절/개입/타협 등이 설 자리가 커지죠.

      예를 들어 SSM이 들어오는걸 국가에서 막으면 위헌이라고 (명박통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결정을 내리는게 아니라, 소규모 상인이 망하는게 명약관화할 때는 SSM을 규제하는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인식이죠.

      폴라니의 주장은 어떤 구체적인 경제 정책을 제공한다기 보다는 경제가 돌아가는 기본원리에 대해 지배적인 경제관과는 다른 이데올로기를 제공합니다. 경제가 돌아가는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보이는 손이 경쟁 상황을 셋팅했다"는 거죠.

    • 피노키오 2009.07.20 0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보기에 폴라니의 주장은 선한 인간들, 특히 선한 자본가를 설정하는 것에서 에러가 아닌가 싶어요. 폴라니식의 경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여기지는 공정무역같은 것도 결국 고도의 상품 포장술의 하나일 뿐, 그 본질이 '인류애의 발현'은 아니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있던데요. 자본은 그런 인류애조차도 상품의 판매에 이용한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대형마트나 SSM에 대한 규제는 임금노동자가 자신보다 형편이 나은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다라는 반론도 있던데 바이커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바이커 2009.07.20 0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피노키오/ 폴라니가 선한 자본가를 설정하나요? 저는 못들어봐서.

      폴라니식 경제라는 게 그 실체가 있는지도 의심스럽고요. 폴라니는 사회로부터 독립성을 가진 교환경제가 애초부터 지배적인 경제조직양식이었다는 믿음이 허위라는걸 밝히는데 노력했지, 다음 대안은 뭐다라는걸 별로 얘기한 적이 없는듯 한데요.

      대형마크 규제와 관련해서, 자영업자들이 망해서 산업예비군을 형성하면 임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지는 효과는 계산에 안넣었나 보군요.

      폴라니의 주장은 대형마크에 대해서 "사회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결정이 무엇이 되었든 자연스럽다는 거구요. 규제는 부자연스럽고, 자유경쟁만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사실은 역사의 특정 시점에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의식이라는거죠.

  4. zeno 2010.01.16 0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강연 듣다가 내켜서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게 된 사회학도로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ㅎ

    • 바이커 2010.01.17 1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회학도라고 하시니, 폴라니의 직관이 위대하지만, 거기에 모든 답이 있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 현실은 구체적 분석과 인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덧붙이고 싶네요.

    • zeno 2010.01.18 0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ㅎ 저도 폴라니 책 읽고 나서 허술한 점이 눈에 띄어서 직관은 받아들이되 현실적으로 보충해나갈 생각입니다. 이 곳에서 좋은 글들 많이 볼 수 있어 좋네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바랄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