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기사: "쌀 사먹게 2만 원만.." 22살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
프레시안 기사에서 보도된 청년 간병인의 비극은 한국의 빈곤문제와, 복지의 사각지대, 특히 50대 빈곤의 문제를 드러낸다. 50대 빈곤은 기사에서 나오듯 20대 초반의 빈곤이 된다. 20대 후반만 되어도 독립해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 빈곤에서 탈출한다. 한국에서 빈곤은 주로 60대 이상 고령층의 문제지만, 빈곤의 구조적 문제는 1차 노동시장에서 탈락하는 50대 초반서부터 시작된다. 통계를 분석해보면 50대 이하에서도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이 지체되는 이유 중 하나는 빈곤문제가 어떻게 심각해지고 있는지 통계를 자세히 분석하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니계수나 팔머지수 등 한 개의 수치로 표현된 불평등 지수는 가끔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이 그런 경우다.
한국에서 소득불평등이 2009년 이후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면, 가처분 소득은 그렇지만 시장 소득의 불평등은 증가했다는 반론을 가끔 듣는다. 팔머지수라고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과 하위 10%의 소득 점유율을 비교하는 지표가 있다. 이 지표에 따르면 시장소득 불평등은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니계수로 측정하면 가처분 소득 불평등 뿐만 아니라 시장소득 불평등도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여러 지수가 다소의 차이는 있더라도 대부분 동일한 변화를 보여주는데 이상하게 한국은 지표에 따라서 불평등의 변화가 다르게 나타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아래 표는 2011년 이후 2019년까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 균등화 시장소득 증가율이다. 소득 상승률을 통계청에서 계산하지는 않지만 분위별 평균 소득의 연도별 변화로 증가율을 계산할 수 있다. 인플레를 감안하지 않은 명목 소득으로 계산한 것이다.
분위 | 소득상승률 | 분위 | 소득상승률 |
최상위 | 2.40% | 5분위 | 3.94% |
9분위 | 3.51% | 4분위 | 3.96% |
8분위 | 3.56% | 3분위 | 3.65% |
7분위 | 3.61% | 2분위 | 2.95% |
6분위 | 3.73% | 최하위 | 0.63% |
위 표를 보면 세 가지 놀라운 지점이 있다.
첫째, 소득 최하위 10%의 연간 소득 상승률이 0.63%로 다른 집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둘째, 소득 최상위 10%의 소득 증가율은 2.40%로 최하위 다음으로 낮다.
셋째, 3~9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3.51~3.96%로 매우 균등하게 높다.
시장소득의 측면에서 지난 10년간 중산층이 약화된게 아니라 강화되었다. 최상층의 소득이 중산층보다 높아진 것이 아니라, 최상층과 중산층의 간격이 좁아졌다. 이에 반해 최하층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소득 최하층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던 지난 10년간 소득이 감소하였다.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은 이러한 변화의 맥락 속에서 터져나온 비극이다.
하위 10%만 제외하면 한국의 시장소득 불평등도 줄어들었다. 팔머지수가 증가한 이유는 최상층의 소득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최하층의 소득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2010년대에 다른 국가보다 빠른 발전을 하고, 시장소득의 1차 분배도 개선되었지만 하위 10%는 이러한 긍정적 변화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지니계수에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약간 줄어드는 이유는, 지니계수는 소득 중간층의 변화에 더 민감한 지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불평등과 빈곤 문제의 디커플링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일부에서는 상위 10% 중에서 최상층의 소득은 더 빠르게 증가하고 5~10%의 애미한 상층만 희생당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분위 평균값이 아니라 분위 경계값의 변화를 보면 ln(P90)-ln(P80)의 값이 2011년에는 0.283이었는데, 2019년에는 0.279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는 상위 10%의 낮은 소득 증가율이 상위 10% 중에서 5~10%가 아니라 상위 1~2% 등 윗부분에서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아마 여기서 상층의 소득은 서베이 조사로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고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가금복 통계는 세금자료로 상층 소득을 조정한 수치다. 일반에게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서베이로 측정되지 않는 수익이 문제가 아니다.
종합하면, 한국은 지난 10년간 90% 가구의 시장소득 1차 분배가 개선되어서 불평등이 줄어들었다. 이는 광범위한 중간층의 소득이 상층보다 빨리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최하위 10%는 소득증가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과거보다 최하층과 차하층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 최하층과 차하층의 격차가 소득 최상층과 차상층의 격차보다 작다. 하지만 한국은 소득 최하층과 차하층(2분위)의 격차(로그소득 1.238)가 소득 최상층과 차상층(9분위)의 격차(로그소득 0.534)보다 2.5배 크다.
세상에 한국말고 이런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