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 간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이해가 좋아지면서, 슬슬 청년 세대 내 계급 문제로 이슈가 전환되는 것 같다. 얼룩소에 올라온 계급의 재발견도 그런 변화 조짐의 하나일 것.
각 세대 내에서 불평등이 있다는 건 뉴스가 아니다. 세상에 안 그런적이 어디있었나. 항상 같은 세대 내에 상당히 큰 불평등이 존재하지. 진짜 질문은 청년 세대 내 불평등이 시계열적으로 더 커졌는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서 다르게 변화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아래 표는 앞으로 발간될 것으로 기대하는 책에 실릴 챕터의 일부이다 (2019년에 썼는데 아직도...). 영어책이라 별로 보는 분들이 없을텐데, 청년 세대 내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요즘, 한 번쯤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가구단위 자료인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개인단위 자료로 전환해서 노동시장에 있는 인구의 세대 내 불평등 변화를 추적한 것이다.
<표 1> 연령대별 세대 내 개인소득 불평등 변화 (타일 인덱스)
2006-2010 | 2011-2015 | 2016-2019 | 변화 | |
18-29 | .159 | .158 | .175 | +.016 |
30대 | .191 | .149 | .145 | -.046 |
40대 | .248 | .223 | .198 | -.050 |
50대 | .312 | .279 | .258 | -.054 |
60대 | .370 | .330 | .305 | -.065 |
다른 모든 연령대는 세대 내 불평등이 줄어드는데 18-29세에서만 늘어나고 있다. 그럼 계급의 재발견이 확인된 것?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래 표는 학력별로 나누어서 청년층 내부의 불평등 변화를 살펴본 것이다. 각 학력 내에서는 청년 층 내부의 불평등이 줄었다. <표1>에서 나타난 18-29세 청년층의 내부 불평등 증가는 고졸이하와 대졸이상의 격차 증대 때문이다. 대학 나와도 소용없다고 주장하신 분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고졸대비 대학 졸업의 상대적 경제 가치는 청년층에서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졌으면 커졌지.
<표 2> 청년층 (18-29세) 내부 학력별 개인소득 불평등 변화, 고졸 이하 학력자 vs. 대졸 이상 학력자 (타일 인덱스)
2006-2010 | 2011-2015 | 2016-2019 | 변화 | |
고졸 이하 | .163 | .146 | .150 | -.013 |
대졸 이상 | .141 | .112 | .102 | -.039 |
그런데 문제가 더 복잡한게 이게 또 스토리의 전부가 아니다. 개인소득이 아니라 가구 균등화 소득으로 보면 20대 청년층 내부에서 불평등이 더 커지는 경향이 없다. 가구 균등화 소득이 삶의 질을 나타낸다고 봤을 때, 생활의 퀄러티 면에서 20대 청년층에서 다른 세대보다 딱히 더 균열이 심해지는 조짐이 없다. 2006-10년 대비 2016-19년의 변화가 0.0이다. 둘이 똑같다. 20대 청년층 내부의 개인소득 불평등은 커졌지만, 부모 세대의 내부 불평등이 줄어들면서 청년층 그 혜택을 봐서, 균등화소득 측면에서 불평등이 증가하지 않았다.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벌어들이는 개인 소득 불평등의 증가, 특히 학력에 따른 격차 증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다. 한 가지 실마리는 18-29세가 아니라 25-29세로 청년층의 범위를 좁혀서 보면 개인 소득의 측면에서도 청년층 내부의 계층 격차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아래 표는 변수용 선생과 같이 작업한 <교육 프리미엄>책에 실린 <표 5.3>의 일부이다. 시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보다시피 25-29세 전체의 내부 불평등은 지난 10년간 줄어들었다.
<표 3> 개인소득 타일 불평등 지수 변화, 25-29세
2009-10 | 2014-15 | 2018-19 | 변화 | |
25-29 | .113 | .120 | .100 | -.014 |
그러니까, 청년층의 개인소득 불평등 증가는 (1) 20대 초반과 20대 후반의 격차 증대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노동시장 활동을 시작하는 20대 후반만 보면 내부 불평등은 오히려 줄었다. (2) 20대 초반과 후반의 격차 증대는 고졸이하 학력과 대학이상 학력의 격차 증가와 일치한다. (3) 개인소득이 아닌 삶의 질을 나타내는 가구 균등화 소득으로 보면 청년층 내부에서 계층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을 종합하면 학업을 이수하지 않은 20대 초반 청년층의 개인 소득이 줄어든게 변화의 핵심이다. 그 이유가 대부분의 청년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20대 초반에 노동시간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20대 초반 숙련형성 이전 저학력 노동자의 소득이 낮아졌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20대 후반에서 청년 내부 불평등이 줄어든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확인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계급의 재발견, 청년 내부의 불평등도 좀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현실은 늘상 그렇듯 한 두 가지 구호로 정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 청년 문제는 가족 구성 문제, 학력변화 문제까지 얽혀있어 더욱 복잡하다.
Ps. 시대별 변화와 세대 내 시대별 변화가 불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에 둘이 일치한다.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면 자세한 설명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연구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