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며칠 전 2020년 가금복 결과가 발표되었다. 불평등이 크게 증가했다는 결과가 없어서인지, 언론에서 비중있게 보도하지는 않더라. 빚이 늘었다는 기사 정도만 나오고. 

 

통계청 결과에는 많은 정보가 있지만 두 가지 정도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는 빈곤율의 변화다. 아래 그래프는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 변화를 매우 잘 정리하여 보여준다. 처분가능소득의 지니계수, 5분위배율, 상대빈곤율은 모두 하락하고 있다. 시장소득의 불평등 감소가 없는 상태에서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점은 한국에서 세금과 재분배로 인한 불평등 감소 효과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재분배의 지니계수 감소 효과가 2011년에 0.03포인트에 불과했는데, 2020년에는 0.074포인트로 2배 이상 커졌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이 크게 증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18-65세 노동연령층만 보면 상황이 다르다. 크지는 않지만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0.003포인트 증가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커진 이유는 빈곤층의 증가 때문이다. 위 그래프에서 상대적 빈곤율이 2019년과 2020년에 급증하는걸 볼 수 있다. 그런데 빈곤층 증가 이유가 2019년과 2020년이 다르다. 이전 연도의 가금복 결과를 살펴보면, 2018-2019년의 빈곤층 증가는 주로 노인인구의 증가와 노인층의 빈곤율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2020년에는 노인층의 빈곤율은 줄었다. 2020년의 빈곤층 증가는 노동연령층의 빈곤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2020년에 코로나로 인해 노동연령층 가구 하층의 시장소득이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다행히도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분배 정책으로 처분가능소득의 빈곤율은 줄어들었지만. 

 

빈곤율 추이에서 추정할 수 있는 또 한가지는 최저임금의 효과다.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에는 노동연령층의 시장소득 빈곤율이 0.5%포인트 줄었다. 2018년의 0.2%포인트 빈곤율 증가는 순전히 노인층의 빈곤율 증가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율이 낮아진 2019년에는 노인연령층 빈곤율이 0.3%포인트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0.8%포인트 높아졌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하층의 소득을 오히려 낮춘다면, 인상률이 높았던 2018년에는 노동연령층 가구의 빈곤율이 낮아지고, 인상률이 낮았던 2019년과 2020년에 빈곤율이 높아진 이유가 무엇인가?

 

앞으로 세금인상과 재분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연령층 소득하층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1차 분배 개선 정책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다. 노인빈곤은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쉽지만, 노동연령층의 빈곤은 나태의 결과라든가 본인의 선택의 결과라는 공격에 취약하다. 한국 빈곤과 불평등의 가장 큰 문제인 노인빈곤 해결에 자원을 더 투입하기 위해서 노동연령층 빈곤문제를 개선할 정책이 필요하다.  

 

소득 관련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가구주 연령대별로는 60대+를 제외하고 봤을 때, 2019년 대비 2020년에 30대의 소득증가율(4.8%)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은 20대(3.3%)다. 평균소득의 측면에서 40대가 가장 낮고, 그 다음이 50대. 중위소득으로 보면 50대가 가장 낮다.

 

 

 

 

두번째로 가금복 결과에서 자산불평등 변화도 상당히 흥미롭다. 아래 표는 소득 5분위별 자산보유액과 점유율의 변화다. 보다시피 소득 하위 20% 가구의 자산이 가장 크게 증가했고, 소득 상위 20%의 자산은 상대적으로 덜 증가했다. 그 결과 소득 상층의 자산 점유율은 줄어들고 소득 하층의 자산 점유율은 늘었다. 

 

경제적 불평등이 자산과 소득의 종합이라는 측면에서 소득 분위와 자산 증가율의 불일치는 경제적 자원의 분배가 더 좋아졌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소득이 높아져봤자 소용없다는데 그거 아니다. 소득과 자산의 지위불일치는 경제적 역동성을 나타낸다. 자산 상위계층이 소득도 상층을 점유하면 계층이 공고화되지만, 양자가 불일치하면 계층 변화가 더 크다. 한국은 지난 10여년간 이러한 역동성이 지속적으로 커졌다. 

전년 대비 전반적인 자산불평등은 증가했는데, 그 이유는 자산 최상층의 점유율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아래 표에서 보다시피 8분위와 9분위의 점유율이 늘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최상층보다는 중상층의 자산을 늘렸다. 2018, 2019년에도 자산불평등이 증가했는데, 그 때는 최상층의 자산이 늘었다.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자산불평등은 2020년이 아니라 그 전에 더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 중산층의 부동산 보유율이 높아서, 부동산에 의한 자산 불평등 증가는 중상층도 이득을 공유한다. 

 

 

 

Ps. 가구주 연령별로는 20대의 증가율이 가장 높고, 50대가 가장 낮은 편이다. 소득과 자산 모두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86세대가 더 큰 이득을 누리는 그런 결과는 없다. 

 

Pps. 가구주 연령별 순자산 보유 증가율이 39세 이하는 12.8%인데, 더 세분해서 30대와 20대이하를 나누면 전자는 13.6%, 후자는 18.6%다. 20대와 30대를 합친 숫자가 두 숫자의 중간이 아니라 그보다 크게 낮다. 이런게 통계의 착시인데, 그 이유는 틀림없이 20대 가구주의 급증일 것이다. 2020년에 20대 가구주가 왜 급증한건지?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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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엔지니어 2021.12.18 18: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주택자가 20대 자녀들에게 증여, 주택 구매 등의 목적으로 가구를 구성한 20대 가구주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라고 추측해봅니다.

  2. 2021.12.21 0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에선 문crisis, 누군가에겐 moon님인 '그 정권'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도 분명 있긴 하군요.

    • 바이커 2021.12.21 1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반적 불평등 감소의 추세라는 측면에서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의 성과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2012년에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의 차이가 .026이었는데, 2017년에 .052가 됩니다. 그리고 2020년에는 .074로 커집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성과는 상대적 빈곤율 축소입니다. 시장소득 빈곤율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거둔 성과죠. 기존 빈곤층의 삶이 현정권에서 개선되었다는 증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시장소득 빈곤율이 높아졌는데도, 지니계수나 5분위배율에 큰 변화가 없다는건, 상위 50% 내에서는 불평등이 축소했다는 의미입니다. 중산층이 강화되었다는거죠.

  3. 20대가구주 2022.01.10 2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방의 부모님댁에서 서울 소재 기숙사로 나와산지는 꽤 되었으나 서울시의 가구주여야만 청약등 각종 부동산 제도에서 더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현 거주지로 주소이전해 세대주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부모님과 살고있으나 부모님댁으로 주소이전을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기숙사 우편함을 보면 저처럼 퇴소한지 한참 되었는데도 주소를 옮기지 않고있는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근 부동산광풍에 영향을 받은 제 또래들이 위장전입을 하거나 저처럼 무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