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계층론에서 종속변수를 직업으로 할지, 소득으로 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소득보다 직업에 주목한 이유 중 하나는 소득은 변동이 크지만, 직업은 변동이 작고 평생소득의 대리 변수로 더 잘 작동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업이 개인의 "life chance"를 잘 나타낸다는 거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소득은 서베이에서 물어보기 어렵고, 기억의 부정확성이나 프라이버시 이슈 때문에 생기는 측정 오차도 크고, 실제 자료도 부족하다. 한국 센서스에서도 소득을 묻지 않는다. 예전에 물어볼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결과가 워낙 엉망이라 포기했다고 하더라. 

 

이론적으로 "life chance"는 계층론에서 베버리안의 핵심 컨셉이다. 평생소득의 대리변수로써의 직업은 사회학 계층론의 거두인 Hauser가 논문에서 주장하였고, Sociology of Education 편집장을 지낸 Rob Warren, 현재 스탠포드 교수인 Torche가 사회학과 경제학 계층론 비교 논문에서도 언급한 것이다. 베버리안 사회학 계층 구분(소위 EGP classes)의 창시자인 Goldthorpe도 그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였다.

 

베버리안만 직업을 중시하는게 아니다. 맑시스트인 Wright의 계급구분도 기본이 직업이다. 뒤르켐 계급론이라 할 수 있는 Grusky & Weeden의 마이크로클래스는 베버리안이나 맑시스트보다 직업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베버리안처럼 life chance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맑시스트는 묵시적으로 생애 내 계급의 연속성을 가정(그러니까 흙수저가 노력하면 재벌이 되는게 아니라고 전제)하고, 뒤르껨주의자도 세부직업이 객관적 경제적 조건 뿐만 아니라 생활양식, 이데올로기도 비슷한 Gemeinscahft(=공동체)와 같은 실제 계급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사회이동 논문의 절대 다수가 직업 이동을 연구한다. 

 

근데 정말 직업이 평생소득과 life chance의 더 나은 대리변수인지는 경험적으로 검증이 안되었다. 최근까지는 말이다. 며칠 전 온라인판이 올라온 European Sociological Review (ESR)에 출간된 논문에서 스웨덴 1940년대 출생자 전원의 평생 소득 세금 자료를 이용해서 검증을 해보니, 직업이나 계급보다 특정 시점의 연간소득이 평생소득의 대리변수로 더 잘 작동하더란다. 다만, 노동경력 초기와 말기에는 소득보다 직업이 평생 소득과 더 연관이 있다고. 광범위하게 공유된 사회학의 전제가 잘못되어 있었다.  

 

이 논문이 왜 중요하냐면, 논문의 출발점이 2018년에 미국 자료를 이용해 출간한 다른 논문에서 제기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적 상식에 반기를 들었던 2018년 논문의 주장을 이론적 셋팅으로 삼고, 전국민의 평생 소득 기록이 있는 스웨덴 행정 자료로 검증해 보니 기본적으로 옳다는거다. 이 논문의 주저자가 바로~~ 

 

저도 안다. 후안무치한 자기 자랑인거. 

 

하지만 이 번 아니면 언제 이런 자랑 해보겠는가. ESR급 논문에서 제 주장을 검증하는걸 목적으로 삼고 그게 옳다고 결과를 제시하는건 이 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소득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소득은 합리적 행위자의 생산성에 기반한 결정이라고 하기에는 훨씬 더 많은 사회적 요인들이 개입한다. 

 

 

Ps. Goldthorpe가 반박 논문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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