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기사: Vast New Study Shows a Key to Reducing Poverty: More Friendships Between Rich and Poor.

Chetty et al. Nature 논문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사회과학 논문은 체티와 동료들이 페이스북 자료를 이용해 작성한 위 글일 것. Nature의 논문 출간에 맞춰 뉴욕타임즈에도 대문짝하게 기사가 나왔다. 체티의 파워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

 

워낙 화제가 된 논문이고, 한국 언론에도 많이 소개되었고 (예를 들어 요기), 여기저기서 공감한다는 얘기도 보여서 관련 논쟁을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논문의 내용인 즉, 어렸을 때 계급을 뛰어넘는 친분을 쌓았던 경우에 커서 빈곤을 극복하고 더 나은 경제적 삶을 사는 확률이 높다라는 것. 현재 자신의 처지가 가난하더라도 부유한 친구를 사귀고 부유한 가족의 삶을 알면 커서 뭔가 달라진다는거다. 

 

이 논문이 나온 직후에 미국사회학대회가 열렸는데, 거기서 만나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략 세 가지였다. 하나는 드디어 경제학자도 사회학자들이 강조한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알기 시작했다는 환영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더라. 

 

다른 하나는 이거 사회학계에서 수십년 한 소리인데 이제와서 경제학자가 빅데이터 써서 얘기했다고,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홀리그레일을 찾았다는 듯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뭐냐는 거다. Coleman의 1988년 AJS 논문인 Social Capital in the Creation of Human Capital 이후 진짜 지겹게 연구한 주제 아니던가. 그래도 사회학자 연구들이 20편 정도 인용되었으니 그렇게까지 열받을 일은 아니라는 반응도 있었고 (David Brady 교수가 직접 세어봤단다). 

 

마지막은 이 연구에서 말하는 사회자본의 효과가 과장 되었다는 지적이다. Richard Alba 교수의 비판인데 Andrew Gelman 교수의 블로그에 실려있다. 사회자본이 효과가 있는건 다 아는데, 체티의 연구에서 말하듯이 크지는 않다는 것이 알바 교수 비판의 핵심이다. 

 

저는 계급 간 친분을 통한 사회자본의 효과에 대해서 의심하는 쪽에 가깝다. cross-class friendship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다른 인종보다 성공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Jennifer Lee and Min Zhou 교수에 의해서 제안되기도 했다. Hyper-selectivity 가설이라는 이론이다. 간단히 말해,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워낙 학력이 높은 쪽으로 편향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같은 인종끼리 친구를 형성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은 하위계급 출신도 상위계급과 친구가 되는 cross-class friendship을 형성하고, 부모들도 cross-class networks를 형성한다는 거다. 

 

하지만 사회자본은 선택편향을 통제하기 매우 어렵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하지 않던가. 하위계층이라도 상위계층적 마인드나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 cross-class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결국 성공하는건지, 사회자본이 실제 원인으로 작용하는건지 알기 어렵다. 설사 사회자본이 원인으로 작용하더라도 전자의 상관관계 때문에 양적으로 측정하면 사회자본의 효과를 과장될 가능성이 크다. 

 

체티의 연구가 사회자본의 효과에 대해 크게 강조한 반면, 수십년 동안 사회자본의 효과를 연구한 사회학계에서는 최근들어 사회자본의 효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내는 경우가 늘었다. 그 중 하나가 작년 Sociology of Education에 발표된 Gamoran과 그의 동료들의 논문이다. 아리조나와 텍사스에서 3천명의 1학년 학생들을 무작위로 사회자본을 강화하는 프로그램(Families and Schools Together, FAST)이 있는 학교로 배정한 Treatment Group과 그렇지 않은 Control Group으로 나눠서 봤는데 2년 후에 읽기와 수학 성적에서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더라고. 

 

사회자본 강화를 위해서 학교에 프로그램을 만들고 비용을 투자했는데, 실제 효과는 없더라는 것. 방법론적으로 이 논문이 지금까지 나온 어떤 논문보다 가장 엄격하게 선택편향을 통제한 것이다. 이 실험이 cross-class에 초점을 맞춘건 아니니, 체티의 연구와 어긋나는건 아니지만...  

 

더 놀라운 건, 실제로는 차이가 없는데, 서베이에서 물어보는 방식으로 사회자본을 측정하면 사회자본과 학업성취에 긍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Ps. 친구 따라 강남가고, 맹모삼천지교라 하지만, 다음 세대의 빈곤을 극복하는 첩경은 사회자본을 길러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니라 현재 세대의 빈곤을 줄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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