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우: 지방총각들도 가정을 꿈꾼다

 

이 칼럼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부 사실관계가 다르고 너무 상식적인 얘기를 한다는 비판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전통적 가족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자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내용이 반페미니즘으로 그렇게 비판받을 일인지. 천현우 작가의 이전 글과 연결되어서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인지, 조선일보에 썼기 때문에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인지. 

 

서구사회에서 관찰되는 혼인과 관련된 변화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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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인이 모든 사람이 겪는 생애사 이벤트에서 점점 중산층 이상 계급만 달성하는 계급성취물이 되어가고 있다. 혼인이 연령의 지표에서 계급의 지표로 바뀌고 있다. 

 

2. 혼인의 조건만 변한게 아니라, 혼인한 커플의 관계도 변했다. 결혼한 커플 내에서의 평등성이 강화되었다. 결혼이 전통적인 성별 가사분업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케어하는 커플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결합이 되고 있다. Equality within marriage 없는 결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3. 이런 현상을 총칭하여 사회학에서는 deinstitutionalization of marraige(Cherlin)이라고 부른다. 결혼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지만 중산층 이상의 혼인 안정성은 여러가지 지표에서 흔들림없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급에서의 혼인 안정성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혼인을 안하고, 혼인을 해도 이혼율이 높다. 결혼의 중산층화라 부를만하다. 

 

4. 중산층 이상에서는 혼외 출산의 비율도 높지 않지만, 노동계급층과 중하층 이하에서는 혼외 출산 비율이 높다. 10대 미혼모의 비중이 줄면서 중산층 이상의 혼외 출산 문제는 오히려 감소했다. 노동계급에서는 결혼과 출산의 디커플링이, 중산층 이상에서는 여전히 양자가 결합되어 있다. 

 

5. 중산층 이상의 여성은 과거보다 오히려 가정, 일, 육아를 모두 추구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변화하였다. Goldin의 책에서 말했듯, 과거에는 커리어 우먼은 가정을 포기했는데, 요즘은 가정과 일, 출산을 모두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가 형성되고 있다.

 

6. 그런데 혼인을 하고자하는 의도나 욕구 자체는 노동계급에서도 큰 변화가 없다. 저학력 여성, 노동계급 남성도 모두 혼인을 원한다. 보다 전통적인 가정을 현성하고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노동계급에서 여전하다. 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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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기는 아이러니 중 하나가 노동계급에서는 전통적 가족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더 결혼해서 안정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동계급에서는 Equality within marriage 가 아니라 male breadwinner model 을 유지하는 커플이 동거에서 결혼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결혼한 커플의 평등성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남성가족부양모델 가족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증가하는 데이케어 센터 비용도 있다. 돌봄노동 비용이 증가해서  전업주부로 가족을 돌보는 것에 비해 노동계급 여성이 노동시장에 있으며 돌봄노동을 외주화하는 것의 경제적 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족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혼인 확률이 계급화되는 것에 더해서, 결혼 후 혼인생활의 패턴도 계급화되는 조짐이 보인다. 

 

한국은 서구 사회에 비해서 결혼과 결혼생활, 출산의 계급화 현상이 현저히 약하다. 계급에 관계없이 결혼 연령이 미뤄지고, 미혼 비율이 높아졌고, 계급에 상관없이 저출산, 무자녀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인구행동의 계급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서 사회적 동질성이 높지만, 동시에 인구행동의 계급화가 약해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도 어렵다. 

 

사회학에서 Michèle Lamont의 <Dignity of Working Men>이라는 연구가 있다. 백인 하위계급 노동자들이 세계화, 여성과 소수인종의 사회진출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가치와 존엄성을 인식하는지 비교사회학적으로 연구하였다. 노동계급 남성이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발견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의 부양이다. 천현우 칼럼과 같은 내용이다. 이 연구가 백인 노동계급 남성을 로맨티사이즈한다는 비판도 있긴 했다. 백인 노동계급 남성은 매우 인종주의적 인식에 기반해서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확인하고 있기도 하고. 

 

어쨌든 노동계급 남성들이 전통적 가족주의를 가까운 미래에 폐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페미니즘이 한국보다 큰 격차로 발전한 미국에서도 노동계급 남성은 가족부양과 전통적 가족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데, 한국은 오죽 하겠는가. 

 

여성의 사회진출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전통적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개혁하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맞벌이가 양성 모두에게 실질적 경제 이익이 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효율적일 것.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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