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적관계의 기본이다. 사회학 용어로 homophily(동질성)라고 한다. 그런데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과 교류하면 추가적 사회자본을 쌓게 되고 이로 인한 추가 정보의 획득, 물적 도움등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관계를 heterophily(이질성), 그 중에서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과의 관계맺는걸 upward status heterophily라고 한다.
그런데 사회학에서 이렇게 지위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기가 긍정적 결과만 가져오는게 아니라, 어두운 측면이 있다는 논의가 늘었다.
그래서 이화여대 김현수 선생의 아이디어와 제안으로 시작한 연구가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과 주로 교류(upward status heterophily)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 SWB)이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이 사람들의 주관적 웰빙이 유유상종하는 사람들의 웰빙보다 낮은데, 특히 경제적 불평등이 큰 지역에 거주할 경우에 부정적 효과가 컸다. 이에 반해 경제적 불평등이 낮은 지역에서는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교류하는게 주관적 웰빙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아래 그래프에서 X축은 지역별 소득불평등 정도이고, Y축은 지위가 높은 사람과 교류하는게 주관적 웰빙에 끼치는 영향력이다. 영향력이 긍정적이다가 부정적으로 바뀌는데, 이렇게 바뀌는 지점은 지니계수 .393이다.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니인데, 시장소득의 지니이기 때문에 세부 지역별로는 지니계수가 이것보다 높은 경우가 꽤 된다.
지위가 높은 사람과 교류하는 부정적 효과가 지역의 경제적 불평등에만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다른 여러 맥락적 요소와 관련이 있는데,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이 크고, 직업위계가 낮은 사람들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고, 자기 효능감(self-efficacy)가 낮은 사람에게 더 컸다. SWB 뿐만 아니라 건강 자기평가(self rated health)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4개국을 조사한 East Asian Social Survey (EASS) 2012년 자료이고, 한국 자료는 2012 KGSS의 일부이다. EASS라는 조사가 별도로 있는건 아니고, 각 국가의 GSS 비슷한 서베이에서 EASS 네트워크 사회자본 모듈을 질문한 것이다.
논문에는 안쓰여있지만, 4개 국가별로도 각각 측정했었는데,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지역별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지위가 높은 사람과 교류하는 효과의 변화 정도가 컸다. 불평등이 큰 지역에서 사회자본의 부정적 효과가 다른 국가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사회적 신뢰는 낮은데, 지위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큰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