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사: '월급' 8000만 원 받아야 0.1% 직장인... 얼마 벌면 중간일까

 

한국일보의 이 기사 트윗은 다음과 같다: "2021년 귀속 근로소득 1천 분위 자료 분석 결과 0.1% 최상위 고소득자의 월급이 1000만 원 넘게 뛰는 동안 중위소득자는 10만 원도 늘지 않았습니다."

 

1년 만에 불평등이 급등한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이 국세청에 요청해서 근로소득 1천분위 자료를 받고 그에 근거해서 불평등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고하는 기사들이 연례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된 다른 변수에 대한 아무런 고려없이 소득 자료만으로 계산해서 분석하고 보도하는 이런 행태를 그만 멈추어야 한다.

 

개인 근로소득 분포는 노동자의 연령 분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사에 나온 것과 같은 연도별 비교는 같은 그룹을 비교하는게 아니다. 통계적으로 평균소득은 상위소득층의 급격한 소득 증가에 민감하고 중위소득은 그렇지 않지만, 다른 한 편으로 중위소득은 노동자의 구성변화에 따른 순위 변동에 민감하다. 동일한 집단 내에서는 소득분포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새로운 집단이 노동시장에 들어오면 순위에 변동이 생기고 중위소득이 바뀐다. 

 

2000년에 전체 노동자 중 60세 이상의 비중은 9%에 불과했다. 그런데 2022년에는 21%에 달한다. 60세 이상 노동자의 소득은 핵심노동인구의 소득보다 크게 낮다. 정부에서 노인층 가구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 노인알바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런 일자리에 더 많은 노인층 인구가 참여하면 저소득 노동자의 숫자는 늘어나고, 중위소득자의 소득은 내려간다. 최상층 소득층과 중위소득층, 내지는 중위소득층과 하위소득층의 격차는 벌어진다. 하지만 실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노인층 가구의 소득이 늘면서 불평등은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성별 노동시장 참여 격차를 줄여서 더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데, 평균적으로 이들의 소득은 기존 풀타임 남성노동자보다 낮다. 그러면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 축소가 중위소득과 상층소득의 격차 확대를 이끄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노동시장의 참여자 구성이 바뀌는 것을 통제하지 않아서 생기는 착시다. 과거에는 소외되었던 계층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 실제로는 불평등이 줄어드는데, 분포상에서는 불평등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다른 국가에서는 노동시장 참여자의 구성이 통시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런 착시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급격한 노동층의 고령화로 노동시장 참여자 구성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구성변화를 통제하지 않은 통계는 큰 의미가 없다. 

 

 

 

 

기사에서 보도한 구체적 내용으로 돌아가서, 국세청 자료에서 제시한 2021년 최하위 1%의 월노동소득은 1만8천원이다. 이 소득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동소득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위 10%분위에서의 월평균 소득은 56만원이다. 이런 분들까지 다 포함해서 계산한게 국세청 분위 자료다.

 

2020년과 비교하면 최하위 1%의 월평균소득은 1만300원에서 1만8천원으로 무려 75%가 올랐다. 그래서 하위 계층의 불평등이 엄청 줄어든건가? 2020년이 아니라 2019년과 비교하면, 상위 0.1%의 소득은 14.7% 올랐는데, 하위 1%의 소득은 108% 올랐다. 그야말로 최하층 소득이 폭등한거다. (그래봤자 월 8천7백원에서 1만8천으로 바뀐거다)

 

2020년대 2021년은 기간이 너무 짧다. 국세청 자료에서 가장 옛날 자료인 2015년과 2021년을 비교해 보자. 상위 0.1% vs 중위소득는 너무 극단적이니 상위 1% vs 중위소득으로 비교를 바꿔보자. 그랬더니 6년 사이에 상위 1%의 소득은 29% 상승하였고, 중위소득의 소득도 29% 상승하였다. 소숫점 단위에서 중위소득 증가율이 상위 1% 증가율보다 높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소득이 있는 노동자수는 15.1% 증가하였다. 동기간 동안 전체 인구는 0.2% 증가했을 뿐이다. 6년 사이에 노동소득이 전혀 없는 인구의 비중이 줄어들고, 노동소득이 있는 인구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과거에 소득이 없다가 새로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인구의 소득은 당연히 그리 높지 않다. 그러니 노동소득이 있는 인구 내부에서의 소득 분포는 바뀔 수 밖에 없다. 

 

노동인구의 구성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점에서 노동자의 성, 연령 분포를 표준화하지 않은 자료는 그야말로 추후 연구와 분석을 위한 참고자료로만 삼아야 한다. 이 때문에 국세청 집산자료에만 근거해서 실제로 큰 변화가 있었다고 결론내리는 보도와 연구들은 지켜보기에 좀 짜증스럽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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