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 Kim (2023) "Is hyper-selectivity a root of Asian American children's success?" SSR (논문은 무료 다운로드)
작년 말 한국 트위터에서도 한차례 인기를 얻었던 글로 Jennifer Lee의 NYT 칼럼이 있다. 아시아계 학생들의 학력이 높고 엘리트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이유는 hyper-selectivity라는 구조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hyper-selectivity라는게 뭔고 하니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이중의 긍정적 선택편향이 있어서 모국에서도 상대적 상층이고 미국본토 백인과 비교해서도 학력이 더 높은 층이 이민을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중상층의 문화를 미국에 가지고 왔고, 이민거주지에서 이민자들에게 특화된 학원이나 네트워크를 형성했는데, 이 문화가 고학력 아시아계 이민자와 그 자식들 뿐만 아니라, 저학력 아시아계 이민자와 그 자식들에게도 영향을 끼쳐서, 아시아계 학생들은 가족 배경과 관계없이 학력이 더 높다는 거다.
이에 반해 hyper-selectivity라는 구조적 이점을 가지지 못한 다른 소수인종들은 아시아계 학생같은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게 Jennifer Lee와 그의 동료인 Min Zhou의 핵심 주장이다. <Asian American Achievement Paradox>라는 질적 연구에 기반한 책에서 했던 주장이고, 이 주장은 사회학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사회학의 지위획득모델(status attainment theory)에 따르면 가족 배경이 자녀의 학력 취득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데, 아시아계는 그 영향력이 다른 인종보다 훨씬 약하다. 여기에 대한 전통적 설명은 아시아계의 "문화"다. 실제로 아시아계 학생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서 학습 시간이 더 길고, 부모들도 더 많이 재원을 투자하고, 노력을 중시하고, 부모들의 교육 기대도 높다. cultural scheme라고 표현되는 행동 선택의 toolkit이 다르다.
hyper-selectivity도 이렇게 아시아계 학생들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신 이 문화의 기원이 hyper-selectivity라는 구조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학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지만, 모두가 이 주장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일군의 학자들이 이 주장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면 요기, 요기). 하지만 이 주장을 직접 검증한 논문은 없었다. 그 이유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태도와 행동에 대해서는 문화론자와 hyper-selectivity론자의 의견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계 학생의 태도, 행동, 문화에 대한 변수로는 두 주장 중 어느게 맞는지 검증이 안된다.
이렇게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hyper-selectivity론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아시아계 성공의 원인을 아시아계 학생들의 남다른 노력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성취를 낮게 보려는 어떤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hyper-selectivity론은 이 분위기에 맞는 이론적 기반을 제시했다는 느낌이다.
2015년에 Lee & Zhou의 책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 주장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 고민했었는데, 마땅한 데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가 학력성취를 취득 학력이 아니라 고등학교와 대학교 재학 여부로 측정하는 것이다. 이 변수는 American Community Survey이라는 대형 데이터에 있고, 아시아계 학생들의 샘플수가 충분하다.
아시아계 이민자 중 특정 계급의 문화가 계급도 뛰어넘고 서로 다른 민족 그룹도 뛰어넘는 범아시아계 인종 문화가 되는 메카니즘은 Lee & Zhou의 주장에 따르면 local communities에서의 리소스(방과후 학원, 네트워크 등등)다.
그렇다면
(1) 아시아계 미국인의 hyper-selectivity 정도가 높은 지역 사회에서는 아시아계 학생의 고등학교, 대학 재학율이 더 높아야 할 것이다.
(2) 특히 저학력 부모 아시아계 학생의 고교/대학 재학율은 지역별 hyper-selectivity와 긍정적 상관을 가질 것이다.
(3) 아시아계 학생들의 높은 재학율이 hyper-selectivity 때문이라면, hyper-selectivity 통제 후에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다른 인종대비 상대적 이점(=높은 고교/대학 재학율)이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검증했는데,
결과는 위 세 가지 가설 중 어느 하나도 지지가 안된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hyper-selectivity 정도가 높은 지역 사회에서는 아시아계 학생의 고등학교, 대학 재학율이 더 높기는 한데, 부모의 학력을 통제하면 이 효과는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니까 지역별 hyper-selectivity와 개별 학생의 학력이 연관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아시아계 이민자의 평균 학력이 높은 지역의 개별 부모의 효과 때문이지 hyper-selectivity라는 사회자본의 효과는 없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hyper-selectivity 정도가 높은 지역 사회에서 저학력 부모를 둔 아시아계 학생의 학력 성취가 더 높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hyper-selectivity 정도가 높은 지역 사회에서 고학력 부모를 둔 학생과 저학력 부모를 둔 학생의 성과 차이는 더 벌어진다. cross-class culture로써 기능하는 hyper-selectivity는 없다.
Lee & Zhou의 책은 중국계와 베트남계를 많이 비교하는데, hyper-selectivity 정도가 높은 지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부모의 학력 수준이 낮은 아시아계 민족그룹의 자녀들이 더 학력성취가 높다는 증거도 없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지역의 사회자본인 hyper-selectivity 정도와 무관하게 부모의 학력 통제 후 다른 인종보다 더 높은 고교/대학 등록율을 보였다.
hyper-selectivity 통제가 아시아계 학생의 높은 학력 성취를 설명하지도 못한다. 부모의 학력과 인종별 hyper-selectivity가 모두 같은 조건을 설정했을 때, 아시아계 학생의 81%가 대학에 등록했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히스패택계는 71%, 백인은 59%만 등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계 학생의 학력 성취가 다른 인종보다 높은 이유는 그들의 행동, 태도, 선택이 다른 cultural scheme 때문이고, 그 이유는 hyper-selectivity 때문이 아니다.
사회학계에서 워낙 인기있는 이론을 비판한 논문이라 어떤 반응이 있고 비판을 받을지 모르겠다. "cultural scheme"으로 아시아계 학생의 학력성취를 검증한 논문이 AJS에 실렸는데도, 문화적 설명은 인종주의라는 사회학자도 있더라.
저 역시 문화 효과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사람인데, 연구를 하다보니 그걸 무시할 수는 없더라. 중국의 과거 제도가 아직도 중국 지역별 학력 성취에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이라든가, 이철승 교수의 중국 내 쌀문화 논문이라든가, 문화 효과를 검증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 같다. 이에 대한 반발도 함께.
Ps. 혹자는 hyper-selectivity는 1965년에 통과된 Hart-Celler Act라는 역사적 기원이 있기 때문에 지역별 격차를 이용한 이 분석은 한계를 가진 검증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올 8월 미사회학 대회에서 후속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