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행복보고서만 나오면 한국이 얼마나 불행하게 느끼는지를 보도하는게 연례행사다. 거의 매년 OECD 국가 내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는 기사가 쏟아진다. 전세계로 치면 그렇게 순위가 낮지 않으니까, OECD로 한정하는거다. 

 

그런데 한국인의 행복관련 응답 중 가장 큰 특징은 나는 행복한데, 남은 불행하다고 답하는거다. 아래 그래프(출처는 요기)는 World Value Survey (WVS) 에서 현재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중과 Ipsos 조사에서 남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서 행복할거라고 응답한 비율을 대비한 것이다. 

 

보다시피 한국에서 자신이 행복하다는 비율이 딱히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WVS 조사 국가들 중에서 낮은 편도 아니다. 근 90%에 이르는 응답자가 자신은 매우 행복하거나, 다소 행복하다고 답했다. WVS 조사만 보면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보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높다. 2021년 WVS 조사에서만 이상하게 나온게 아니다. 원자료를 직접 체크해봤는데, 2000년대 이후 자신이 행복하다고 응답한 한국인 비율은 지속적으로 85~90%에 달한다.  

 

행복관련 한국인이 유독 튀는 지표가 있으니, 이는 남들도 행복할거라는 응답한 비율이다. 전체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도보다는 사회전반적 행복도를 더 낮게 평가하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크다. 한국인의 인식은 자신은 불행하지 않지만, 남들은 내지는 한국 사회 전반은 불행하다는거다. 

 

일반적 인식과 달리 한국인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불행한지는 지표와 설문에 따라서 그렇게 나오기도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한국인은 사회 전반적으로 불행할거라고 생각한다는거다.

 

행복지수에서도 한국은 실제와 인식의 괴리가 가장 큰 국가다. 

 

 

행복과 관련해서 묻는 방법은 (a) 현재 행복하냐를 묻는 것과 (b)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묻는 것 두 가지인데, 그 중 후자를 더 신뢰할만한 지표로 친다.

 

아래 그래프는 1인당 GDP와 삶의 전반적 만족도 좌표를 모든 국가별로 찍은 것이다. 한국 사회가 비슷한 소득 수준의 다른 국가에 비해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낮은건 아니다. 한국보다 소득이 낮아도 한국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국가도 많지만, 대부분의 한국보다 가난한 국가는 한국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다. 

 

 

한국이 불행하다는 근거가 되는 OECD 보고서에서도 행복을 결정하는 첫번째 요인은 1인당 GDP, 즉 경제발전이다. 통시적 추적이 가능한 국가를 보면 경제발전과 더불어 행복도가 높아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래 그래프는 국가지표체계에 나오는 연도별 삶의 만족도 변화다.  보다시피 2013년 이후 삶의 만족도는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2013년 5.7에서 2022년에는 6.5로 높아졌다. 연령별로 차이도 없다. 20-30대의 젊은층의 삶의 만족도가 50대와 다르지 않다. 헬조선에서 586보다 더 고통받는 MZ 세대 같은 건 없다. 

 

 

한국인의 불만은 자기 자신의 삶보다는 사회를 향해있고, 이런 사회적 불만이 시스템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이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반적인 경제수준을 더 높이는거다. 그러면 확실히 더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경제발전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빈곤을 줄이는 것이다. 아킷슨 지수니 엔트로피 지수니 하는 불평등 지수의 기본 철학도 1-2차적 분배를 개선해 효용을 높이자는거 아니겠는가. 국가 내에서도 경제수준과 삶의 만족도는 매우 강한 정의 상관을 가지고 있다. 

 

행복이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다. 정공법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Ps. 그런 면에서 반도체와 전기차 관련 미국으로 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현재의 외교적 상황은 경제적 문제이자 행복지수 개선에 끼인 도전이기도 하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