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년이 되어가는 86세대 얘기다. 불과 몇 년 전에는 86세대가 과실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니, 이제는 이들 세대가 어떤 현실에 직면해있는지 얘기가 나온다.
이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여러 감상을 걷어내면,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가 있고, 한 가지 주목할 팁이 있다.
중요한 메시지는 공적부조의 불평등 강화 효과다. 노인문제는 다들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알려져있지 않은 내용 중 하나가 있다. 바로 한국에서 공적부조 그러니까 복지가 노인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킨다. 프로그램 중간에 오건호 정책위원장이 이 문제를 잠깐 언급한다. 이 번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핵심메시지는 제가 보기에 국민연금의 불평등 강화 효과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연금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계층은 핵심노동연령 시기에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장기 근속할 수 있었던 상층 노동인구다. 나머지 사람들은 원래 국민연금에 제대로 가입하지 않았거나, 설사 가입했더라도 50대의 어려움을 이겨낼 자원이 없어서 국민연금을 중간에 해지하거나 얼마 붓지 못했다. 즉, 연금가입의 계층화 현상이다. 핵심노동연령일 때의 노동시장 계층화가 은퇴 후 연금의 계층화로 직결된다.
이 현상에 대한 연구는 충남대 사회학과 황선재 선생이 진행했다. 2016년 Journal of Aging & Social Policy에 출간된 논문에서 황 교수는 1998년에서 2010년 사이의 노인불평등을 연구하면서 국민연금이 "great equalizer"가 되는게 아니라 불평등 강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불평등 지수의 요소분해 분석을 통해 밝혔다. 1998년에서 2010년 사이에 공적부조의 불평등 강화 효과가 근 3배 증가했다.
불평등을 줄이는 부조는 공적부조가 아니라 사적부조다. 그러니까 공공복지가 아니라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서 제공하는 현금이 그나마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한국 사회는 많이 변했다. 전체 소득불평등도 2010년 이후에는 줄어들었다. 노인연금도 생겼고. 그래서 이제는 공적부조가 노인불평등을 줄이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연구는 최혜은,유종성(2022) 선생이 <연금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밝혔다. 2011-2020년 가금복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 최혜은, 유종성 선생은 여전히 공적연금이 노인소득불평등을 줄이기 보다는 여전히 강화하고 있다고 보여준다. 갈 길이 멀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이렇게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불평등을 강화하는 이유(메카니즘)는 무엇일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50대의 노동시장 불안정이다. 국민연금 수령시기는 60대인데,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주요 일자리에서의 첫번째 은퇴시기는 평균 49세이다.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5년 가까운 공백이 있다. 이 기간동안 국민연금을 제대로 납부하지도 못한다. 한국 사회 경제적 웰빙 사이클의 가장 큰 구멍이 바로 50대 노동시장이다.
60대 중반이후에는 연금으로 해결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 때의 가정은 50대 후반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40대는 노동시장에서 경제적 웰빙이 해결된다. 50대에 경제적 웰빙의 첫번째 위기가 닥치는데,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도 제대로 없었다. 한국 사회는 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 보다는 86세대 비난하다가 시간을 허비했다.
시사직격에서 아주 작은 팁으로 나온 주목할 필요가 있는 현상은 대리기사 뛰는 아버지가 부양하는 대학원 다니는 아들이다. 아버지가 대리기사로 일해도 20대 후반에 이르렀을 자녀는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있다. 현재 20대의 노동시장 현상은 50대 부모의 경제적 지원과 연결해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얘기했지만, 한국에서는 20대 때의 노동시장 불이득이 30대의 추가 불이익으로 연결되는 누적적 불이익(cumulative disadvantage)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 시사직격 프로그램에서는 이 중의 부양책임을 진 60년대생들의 애환으로 그렸지만, 보다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는 사회 현상이다.
Ps. 그나마 가장 쉬운 노인빈곤 해결책이 보편적 노인기초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