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기사. 조세연 장우현 연구위원 보고서

 

간단치 않은 보고서인데 사람들이 황당해할만한 내용 한 가지만 언론에 보도된 케이스다. 보고서는 영어로 쓴 working paper를 기반으로 일부 확장한 것이다. 내용의 핵심은 인구밀도와 출산율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인구밀도가 너무 높으면 출산율이 낮아지고, 인구밀도가 낮아지면 출산율이 안정화되거나 오른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 자체는 국가 위기가 아니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건 문제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영어 논문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 보고서의 표를 볼 때 약 200여개 국가의 1991-2021년까지의 변화를 자료화해서 패널자료 분석을 실시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생산가능인구를 늘릴 수 있는 여러 정책을 검토하는데 그 중 하나가 출산율이다. 그리고 출산율을 높이는 대책 중 하나가 결혼인센티브를 늘리는 것이다. 여학생 1년 일찍 입학시키기는 그 중 교제성공 지원정책의 하나로 가볍게 언급되었다. 

 

그래도 이런 정책 제안은 너무 황당한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SNS에서 사람들이 황당해 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근거가 있다. 혼인율 증가 대책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 대책을 제안한 사람 중 한 명은 Richard Reeves 이다. 이 블로그에서 아주 간단히 소개한 적이 있다. 리브스는 <Of Boys and Men: Why the Modern Male Is Struggling, Why It Matters, and What to Do about It>에서 현대 남성들의 겪는 여러 문제를 지적하며 그 대책 중 하나로 남학생을 여학생 보다 1년 늦게 입학시킬 것을 제안한다. 조세연 보고서는 한국의 교육열을 고려해서 남학생을 1년 늦게 입학시키는 대신, 여학생을 1년 일찍 입학시키는걸 대안으로 제시한다. 

 

리브스가 보는 남성의 문제는 학력이 여성보다 낮고, 남성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교육수준이 낮아서 지식경제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가지지 못해 결혼을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혼인시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중시한다. 그런데 남성의 학력이 낮아 좋은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경제력이 낮아서 "결혼할만한 남성 (marriageable men)"의 풀이 작고 그래서 출산율도 하락한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학력이 남성보다 높아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사회학에서는 <Rise of Women> 테제로 유명하다. (참고로 "결혼할만한 남성"에 대한 논의는 흑인의 낮은 혼인율을 설명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혼인율이 낮은 이유로 교육받은 여성과 교육받지 못한 남성의 구성 미스매치(compositional mismatch)를 언급한 건 미국만이 아니다. 한국의 혼인율 감소를 다룬 Jim Raymo & Hyunjoon Park의 <Demography> 논문에서 정확히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 왜 여학생 1년 일찍 입학시키기 (내지는 남학생 1년 늦게 입학시키기) 인가? 리브스는 남학생의 교육수준이 여학생보다 낮은 이유로 유년기 남성의 여성대비 상대적 미발달에 주목한다. 정서적으로도 두뇌발달면에서도 남성은 여성보다 발달이 늦은데, 같은 연령 때에 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의 경쟁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브스는 여러 제가 잘 모르는 인지발달 논문을 인용한다. 또한 리브스는 상층에서 자발적으로 남학생을 1년 늦게 입학시키기는 선택을 많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남성의 학력이 여성과 비슷하게 되면, 남성이 괜찮은 일자리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marriageable men의 총수가 늘어서 혼인율도 증가할거라는 추론이다. 

 

이 정책에 찬성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지나가듯 언급할 얘기가 아니라는 비판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근거도 없이 아무 얘기나 해서 만인의 지탄을 받을 얘기를 한 건 아니라고 한 명 정도는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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