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링크: Shin & Kim (2024). 

 

사회학 뿐만 아니라 사회계층론을 다루는 모든 분과의 암묵적 가정 중 하나가 가정(family)이 기본적 계층 분석의 단위라는 거다. 상식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가정에 기반한 논리가 설사 부인이 일하지 않더라도 부부의 계급이 같다는거고, 자녀의 계급도 같다는거다 (예를 들어, 윤대통령이 곧 김대통령[아닌가?]). 

 

예전에는 보통 남성 가구주만 일을 했기 때문에 가구 대표자로 해당 가정의 계급을 분류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반드시 가정=가구는 아니지만, 현재 한국은 대부분 그러니까). 그런데 여성의 사회진출과 더불어 이 논리가 맞냐에 대한 격렬한 사회학 논쟁이 70~80년대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남편 지위로 부인 지위를 측정한다는 전통적 계급론 vs. 여성의 계급은 남편이 아닌 여성 개인의 노동시장 지위로 측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후자(e.g., Joan Acker)는 전자를 intellectual sexism이라 비난했다. 

 

이 때 사용된 검증법이 부인과 남편의 객관적 계급지위(예를 들어, 소득, 직업)이 주관적 계급지위(Subjective Social Status, SSS)를 얼마나 결정하는지, 그리고 부인과 남편이 동일한 SSS를 보이는지 살펴본거다. 결론은 대략 전통적 계급론자들 쪽으로 살짝 더 기울었다. 여성의 주관적 계급지위는 남편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동시장 지위에도 영향을 받지만, 남편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부부는 주관적 계층지위가 거의 같다. 

 

그런데 이 논쟁에서 가정만하고 실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구원이 바로 아이들이다. 분가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들이 부모와 주관적계층지위를 공유하느냐다.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아이들은 어릴 때는 자기 집의 계층 지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워킹맘이 증가하면서 자녀의 계층인식이 여전히 부친의 영향을 받는지, 워킹맘의 자녀들은 전업주부의 자녀보다 계층지위를 더 높게 인식하는지 낮게 인식하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검증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자료의 부족 때문이다. 부모 모두의 객관적 지위, 부모 모두의 주관적 지위, 자녀의 주관적 지위를 모두 물어본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런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KLIPS가 전세계에서 아마도 (제가 아는 한) 유일하게 이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위에 링크한 논문에서 (1) 부모와 자녀의 계층 인식이 동일한지, (2)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모친의 객관적 계급지위에 따라 자녀들의 주관적 계층 인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다. 

 

그랬더니 한국에서 67%의 부모와 자녀들이 계층인식을 공유하고, 76%의 부부가 계층인식을 공유했다. 부부의 계층 인식 일치도는 예전에 영국 데이터를 사용한 연구와 거의 일치한다. 가정 내 계층 인식 공유 확률에서 빈곤층인지 부유층인지, 워킹맘인지 아닌지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런데 워킹맘 자녀들의 계층인식이 전업주부 자녀들의 계층인식과 어떻게 연계되어있는지 살펴봤더니, 아래 그래프처럼,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모친의 가정경제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자녀의 계층인식은 저하되었다. 모친의 가정경제 기여도가 60%가 넘어가면 추세가 역전되는데, 이 경우는 60%가 넘어가는 표본수가 매우 작아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할 수 없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에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남성을 추월하기 시작해서 상당수의 신혼부부가 여성의 교육수준이 남성보다 높아지고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Homogamy는 부무의 교육수준이 같은 경우고, Hypergamy는 남성이 높은 경우, Hypogamy는 여성이 높은 경우다.

 

전업주부 모친의 경우에는 모친과 부친의 교육수준이 같거나, 부친의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자녀의 계층 인식이 유사하고, 모친의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자녀의 계층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다. 같은 돈을 벌어도 부친보다 모친의 교육수준이 더 높아서, 전통적 관계에서 벗어나면 자녀의 계층 인식이 낮아진다. 

 

전업주부가 아니라 워킹맘인 경우에는 부모의 교육 결합 유형에 관계없이 자녀의 계층 인식이 낮다. 그 중에서 변화가 특히 큰 경우는, 부친의 교육수준이 모친보다 높은데, 모친이 일을 하는 경우다. 모친이 전업주부였을 때는 모친의 교육수준은 자녀의 계층인식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데, 모친이 일을 하게 되면, 자녀의 계층 인식이 크게 낮아진다. 부부의 교육결합에서는 남편이 교육수준이 높은 전통적 양식을 따르지만, 경제 기여도에서는 부부 모두가 일해서 남성 부양자 모델에서 벗어나는 비전통적 양식을 따라서, 전통적 양식과 비전통적 양식이 결합할 경우, 교육과 경제기여도 모두에서 전통적 양식을 따르는 경우에 비해 자녀들의 계층인식이 크게 낮아지는거다. 

 

이상의 결과는 한국에서 워킹맘이 직면하는 추가적 난관을 나타낸다. 직장에서의 여성 차별, 시댁으로부터의 압력에 더해서, 자녀들의 자존감까지.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