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머스크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하는 일이 연방정부의 전반적인 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은 확실하다.
지난 금요일에 사회보장국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직원 7천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 연방정부에서 가장 큰 조직은 국방부(군인을 포함해서 280만명)이고, 그 다음은 보훈처(Veterans Affairs)로 약 40-50만명이다. 사회보장국은 중간 규모의 조직으로 약 6만명이 근무한다. 그런데 미 연방정부 예산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의료와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이다. 연방 정부 총지출의 40~50%가 사회보장국 관련이다.
그러니까 사회보장국에 대한 공격은 연방정부에 대한 공격이 될 수 밖에 없다. 사회보장국 직원의 축소는 사회보장에 대한 축소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어디에서 긁어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연방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MAGA, Make American Great Again에서 얘기하는, 미국 사람이 노스탤지어를 가지는 Again이 대략 50-60년대인데, 이 때와 지금을 비교해서 연방정부가 차지하는 GDP 비중에 차이가 없다. 연방정부의 규모 축소로 갈려면 2차 대전 이전, 루즈벨트 대통령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1935년에 입법되고 그 이후 상당히 확장된, 사회보장법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연방정부를 축소시키는 변화는 MAGA의 Again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1950-60년대가 아니라, 광란의 20년대 (Roaring Twenties), 내지는 약탈 귀족 (Robber barons)의 시절이라는 19세기 후반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연방정부에 대한 공격이 유례가 없어서 말하자면 그렇다는거고, 실질 규모가 그렇게까지 크게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변화는 늘상 있는 것이지만, 가장 질적으로 큰 변화를 시도했던건 2005년 부시 대통령 재선 직후다. 연방 정부 프로그램인 사회보장을 민영화하려고 했다. 일반 기업에서 들어주는 퇴직 연금인 401k 비슷하게 개인이 어떻게 투자할지 결정하고, 그 투자 결과에 따라서 연금을 받는 방식으로 사회보장제도를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방정부는 내 돈에 손대지 말라"는 식의 시니어들의 적극적 저항으로 그 시도는 무산되었다.
하지만 사회보장국 직원 수를 대폭 감소하면, 사회보장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이고, 당연히 받아야할 돈을 받지 못하는 일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뭔가 큰 변화를 요구할 수 있고, Social Security를 민영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작동을 망가뜨려서 오히려 사회보장제도 자체의 변화를 시도하는 기동이라는 것.
트럼프 1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쓴 책 중에 Michael Lewis가 쓴 <The Fifth Risk>라는 책이 있다. 루이스는 영화로도 나온 <The Big Short>의 저자이기도 하다. 연방 정부가 관리하는 네 가지 위험 (핵, 자연재해-기후변화, 경제/사회안정, 보건) 외에 정부의 실무적 관리 소홀이 어떻게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트럼프의 연방 정부 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The fifth risk)이 어떻게 실무적 관리 소홀로 이어지고,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이다. 예를 들어, 기후 측정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는 주요 부서도 상무부 (Department of Commerce)이고, 인구조사 (Census)를 진행하는 부서도 상무부인데 트럼프 1기 때 얼마나 이러한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 일을 안하는걸로 연방정부 기능들을 약화시켰는지 쓴 책이다.
트럼프 2기는 1기와 달리 무지에 의해서 연방정부 기능을 약화시키는게 아니고, 연방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의도적으로 그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어디까지 갈지...
Ps. 아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부는 해고 칼바람의 강도는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보다, 미국 대학의 테뉴어 트랙 교수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 스탠포드는 고용 중단 결정이 내려졌고, 유펜은 신규 대학원 지원자의 학비지급 오퍼 취소 명령이 내려왔다더라. 연방정부에 근무하는 친구는 언제 해고 통보가 날아올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라고. 제가 있는 대학의 재정부서는 해고는 불가피하고, 해고시 1개월의 유예 기간을 줄 예정인데, 그 1개월 월급을 어느 구좌에서 지급할지 논의하고 있다더라.
Pps. 미국에서 은퇴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사회보장 수표가 싱가폴 사회보장국 사무소에서 발행된다. 이 사무소는 남아 있으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