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사: 이상한 한국, 중산층 60%인데…그 중에 절반이 "나는 하위층"

 

"한국의 중산층 비중이 역대 최대인 60% 수준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본인이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체감 중산층’은 되레 줄었다." 이게 기사 헤드에 있는 요약이다. "월 가구소득 400만~500만원에서 본인을 ‘중층’으로 인식한 비율은 2013년 77.8%에서 2023년 69.7%로 줄었다. 500만~600만원 구간에서도 83.3%에서 73.3%로 감소했다"라고 국가 공식 통계인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인용하며 구체적인 통계 숫자의 근거까지 든다. 

 

그러면서 "체감 중산층이 줄어드는 건 사회 전체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다"라고 주장한다. 비록 객관적 기준에서의 중산층은 역대 최대로 늘었지만, 국가 공식 조사에 따르면 체감 중산층은 줄었단다. 중앙일보는 그러면서 그 이유로 소비, 자산의 문제를 든다. 

 

과연 그럴까? 

 

중앙일보 기사는 일부 통계 수치만을 인용해서 진실을 가리는 전형적인 통계를 이용한 조작이다. 아래 그래프가 중앙일보가 이용한 통계청 사회조사의 2023년 결과 보고서다. 보다시피 2013-2023 사이에 중산층은 57.4%에서 61.6%로, 상층은 1.9%에서 3.0%로 늘었다. 이에 반해 하층은 40.7%에서 35.4%로 줄었다. 10년 사이에 자신을 중산층과 상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59.3%에서 64.6%로 5%포인트 정도 늘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중산층 인식이 줄었다고 해석하나? 

 

 

중앙일보에서 인용한 월 가구소득 400-500만원 소득자 중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줄어드는건, 인플레이션과 한국의 전반적 소득 증가로 인하여 400-500만원의 상대적 위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2013년의 400만원과 2023년의 400만원은 그 가치가 다르다. 그러니 10년 전 동일 소득 계층에서 주관적 계층 인식이 줄어드는건 당연하다. 어떻게 이걸 중산층 인식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하나.  

 

한국인의 계층인식이 높아지고 있는건, 통계청 사회조사의 다른 항목에서도 드러난다. 아래는 주관적 소득수준 응답이다. 소득이 여유가 있거나 적당하다는 비율이 2013년 33.8%에서 2023년 44.9%로 무려 11.1%포인트, 비율로는 30%가 증가했다. 여유가 없다는 비율은 66.2%에서 55.1%로 줄었다. 

 

 

마지막으로 아래 그래프는 소비생활 만족도다. 현재의 소비생활에서 만족한다는 비율이 13.6%에서 21.2%로 증가하고, 보통이라는 비율도 46.7%에서 49.9%로 증가한다. 이에 반해 소비생활에 불만이라는 비율은 2013년 39.6%에서 2023년 28.9%로 줄어들었다. 

 

 

이 조사의 도대체 어디에서 한국의 계층 인식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나? 주관적 계층인식, 소득 만족도, 소비 만족도 모두 지난 10년간 상당폭 개선되었다. 기사에서 과거와 달리 객관적 중산층은 늘었다고 인정하니 그나마 나아졌다고 해야하는건지. 

 

여러 이상한 기사와 달리 한국에서 소득이 증가하는 객관적 변화와 자신을 중산층이나 상층으로 인식하는 주관적 계층인식의 변화에 불일치는 없다. 객관적, 주관적 두 측면 모두에서 중산층과 상층이 증가했다. 한국의 사회변화와 정책 제안은 이러한 객관적 상태와 주관적 인식의 변화에 기초해서 마련하는게 좋을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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