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이 댓글로 2015년 이후 상층과 중간층의 격차(P90/P50)가 증가하지 않았냐고 물으시는데, 바로 답을 하지 못하겠더라. 요즘 주로 미국 사회, 그 중에서도 아시아계 미국인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서, 최근 한국 사회 불평등 변화를 체크하지 않고 있던게 티가 나더라.
그래서 가금복 조사 결과를 체크해봤다. 아래 그래프가 결과다. 여기서 소득은 세후 가처분 소득이다.
Y축을 두개로 나누는게 좋은건 아니지만, 이래야 변화를 한 눈에 파악하기에 편해서 그렇게 했다. 녹색 실선이 P90/P10이고 (왼쪽 Y축), 아래의 붉은색 점선이 상위 불평등인 P90/P50, 보라색 dash-dot 선이 하위 불평등인 P50/P10다 (오른쪽 Y축).

보다시피 전체 불평등은 2011-2020까지 감소했고, 그 이후 정체다. 상위불평등은 급격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감소했다. 최근 몇 년간 상위불평등에 큰 변화가 없지만, 장기 추세가 뒤집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위불평등은 2011-2020까지 급감한 후 그 정도는 작지만 증가했다.
이걸 정권별로 나눠보자. 가금복은 3-4월 조사하는데 전년도 소득을 물어본다. 그러니까 2024년 결과는 실제로는 2023년소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2011년을 기준점으로 삼을 때 이명박 정권에서 하위 10% 퍼센타일 소득은 16.3% 증가했다. 중위소득은 14.7%, 상위 소득은 7.8% 증가했다. 하위 소득의 증가율이 중위나 상위보다 더 높다.
박근혜 정권 동안은 상위 소득 15.4%, 중위 소득 16.3%, 하위 소득이 25.0% 증가해서 여전히 하후상박의 패턴을 보인다. 문재인 정권은 상위 17.1%, 중위 34.9%, 하위 44.9%다. 박근혜 정권 대비 문재인 정권에서 상위 소득의 증가비율은 큰 차이가 없는데, 하위 소득의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위 그래프에서 2018-2020년 사이 짧은 기간 동안 재분배의 큰 개선이 이뤄졌다. 이 때가 바로 최저임금 문제, 노년층 취로 사업 문제 등이 크게 논란이 되었던 시기다.
상당히 급격하게 하위 소득을 높이던 소득분배 정책이 바뀐건 2020년 코로나 이후다. 코로나 이후 윤석열 정부 초기까지, 상위 소득은 20.0% 증가하고, 중위소득은 22.6% 증가했는데, 하위 소득은 18.8% 증가했다. 그 전 10년간 지속되던 하후상박 패턴에 변화가 생겨, 하위 소득이 더 이상 더 빠르게 증가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갑자기 바뀐게 아니고, 코로나 이후 몇 년간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서 그렇게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어느 정부보다 더 확실히 소득재분배를 이루어 소득불평등을 크게 낮췄지만, 후기에는 그 전 10년과 달리 소득불평등 하락 추이가 멈추었다. 미국에서 일시적일지라도 코로나 이후 하위 소득이 증가해 소득불평등이 줄었는데 반해, 한국은 코로나 이후 하위 소득의 증가 정도가 감소해 소득불평등이 더 이상 줄지 않고, 하위불평등만 보면 소득불평등이 조금 늘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다른 선진국보다 재정건정성에 더 신경 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 하락의 배경에는 이러한 변화가 있다. 정권 전반기에 상위계층의 지지를 잃을만한, 그리고 후반기에는 하위계층의 지지를 잃을만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마무리 하기 전에 두 가지 강조하고 싶은게 있는데, 하나는 코로나 이후에도 상위불평등의 증가는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불평등을 지배하는건 여전히 하위불평등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상위 10%와 중위층의 차이보다 중위층과 하위 10%의 차이가 크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경제적 보수화는 상층의 더 많은 이득으로 귀결되기 보다는, 하층의 더 빈곤한 퇴행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Ps. 세후 가처분소득이 아니라 시장소득으로 보면 추세가 조금 다르다. P90/P50 상위 불평등은 조금만 줄었는데, P50/P10 하위 불평등은 2011년 3.64에서 2024년 4.21로 상당히 크게 늘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2011년 이후 시장 소득이 가장 크게 늘어난건 중위층(82.3% 증가)이다. 동기간, 하위10%는 57.8% 늘었고, 상위10%는 71.4% 늘었다. 그런데 가처분소득으로 보면, 하위10%의 증가율이 117%로 가장 높다. 중위층 입장에서 하위계층은 노동시장 활동은 별로 없으면서 온갖 복지혜택을 봐서, 자신들과의 차이는 줄어드는데, 가장 열심히 일해서 시장소득이 늘어난 자신들은 상층과의 격차가 별로 줄지 않았다고 느낄 것이다. 추측컨데, 이 변화가 한국 사회 경제적 보수화의 가장 큰 이유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