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지방선거 결과로 두 가지 점이 좀 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서울 거주 청년의 정치 성향이다. 작년 7월초 시사In 기사에서 "서울 거주 경제적 상층일수록 극우 청년일 확률 높다"고 주장했었다. 일부에서는 그게 아니고 영남의 극우 청년 확률이 더 높다고 반박했다. 그 반박을 보고 의아했던 것은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없이 주장만 있어서였다. 그 때 적극적으로 재반박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번 지방 선거를 보면 누가 맞았는지 드러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진짜 서울 거주 청년 남성의 보수성이 더 높은지 의심이 있었고.
이 번 지방선거 출구 조사 결과는 서울 거주 청년 남성의 보수 지지가 영남 청년 대비 절대적으로도, 해당 지역의 전반적 경향 대비 상대적으로도 더 높다는 것이다. 장년층 대비 차이는 지역 고정 효과를 통제하는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조사의 한계를 말할 것이다. 출구 조사는 차이의 정확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경향성을 보는데는 문제가 없다. 또한 작년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 조사 결과와 올 해 선거 결과의 경향이 일치한다. 이 걸 부인하려면 단순히 자료 신뢰에 대한 몇 가지 의심을 넘어서는 제대로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 번 지방선거로 드러난 또 다른 점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효과다. 청년 보수(극우)화의 근원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찾으면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일베 등 온라인이 청년 보수(극우)화의 근원이면 청년 보수성의 지역 격차와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 이용률이 확률적으로 정비례 해야 한다. 아니면 온라인은 지역 커뮤니티의 바운더리를 넘어서기 때문에 전국적이야 한다. 이 번 지방선거 결과는 이 가설이 지닌 한계를 드러낸다. 계층론에 기반해 극우를 연구하는 학자 중에 Eric Protzer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이 미국과 유럽의 극우를 연구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지역 격차를 이미 연구한 바 있다. 결론은 온라인은 극우를 확대하는 효과는 있지만, 근원이 될 수 없다는거다.
두 가지 예측은 한국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얼마 전 서울대 대학신문에서 극우가 문화현상인지를 다루면서 질문지를 보내왔다.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저의 대답은 극우가 문화가 되어서 문제라는 것이었다. 아래는 질문과 답변이다.
| 질문: 데이터에서 경제적 상층 청년 남성일수록 극우 성향일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청년들이 일베식 혐오 코드를 래퍼의 가사나 밈으로 소비할 때, 그것이 정치적 신념의 표현인지 아니면 정치적 맥락이 탈각된 문화적 소비인지 데이터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혹은 그 경계 자체가 흐릿하다고 보시나요? 답변: 제가 아는 한 그렇게 구분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습니다. 그리고 문화와 정치를 분명하게 구분되는 두 영역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일베식 혐오 코드가 문화적 성향이면, 정치적 의도가 없으므로 무해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란 사회학적 정의에 따르면 선택의 기본값(default)으로 가치판단 없이 안정적, 불안정적 시기 모두에 기본적으로 따르는 좌표가 되는 행동 규범입니다. 일베식 혐오 코드가 문화가 되면 일베식 혐오 코드가 행동과 판단 규범의 기본값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일시적 정치적 선택보다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 현재의 일베적 혐오 코드가 그렇게 진화했기에 문제입니다. 개인의 문화적 성향은 한 번 형성되면 잘 변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회학 연구들이 문화의 변화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 (cohort replacement)을 통해 점진적으로 바뀌지 (=구세대의 사멸과 신세대의 등장), 코호트 내의 연령에 따른 변화 효과는 미미하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청년 세대도 이러한 일반적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상당히 광범위한 청년 코호트가 일베적 혐오 코드를 디폴트로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앞으로 한 세대 내에 미국이 트럼프 시대에 겪는 것과 유사한 정치적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위 답변에는 두 가지 예측이 있다. 하나는 청년 남성의 보수적 성향이 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될거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서 결국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백래쉬를 겪을 것이라는 거다.
얼마 전 이 문제로 한 교수님과 내기도 했다. 첫번째 예측, 그러니까 청년 남성의 보수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 결과가 나온다. 여러 사회학적 연구는 문화의 변동은 세대 교체지, 세대 내 연령효과는 작다고 보고한다. 이 일반적 분석이 한국에도 적용되면 한국 청년 남성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미래에 보일지 추정할 수 있다. 지난 대선 직후에도 청년 남성이 극우가 아닐 것으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동일한 얘기를 했었다.
진짜 문제는 두 번째 예측이다. 저는 한국 사회가 미래에 적어도 한 번은 상당히 큰 정치적 보수(극우) 백래쉬를 겪을 것으로 본다. 언제까지나 보수가 잘못할리도 없고, 언제까지나 민주당이 잘 할 일도 없다. 보수가 시대를 이끄는 세력이 되었을 때, 어떤 보수 세력이 이끄냐가 중요한데, 한국의 청년층은 물론, 장년층 보수의 성향을 분석해 봐도 미래에 보수 정권을 이끄는 주요 세력이 온건 보수가 되기 보다는 상당히 극우 성향을 띄는 강경 보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짧으면 10년 이내에 늦어도 한 세대 이내에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가능한 짧게 내지는 강도를 낮추면서 지나갈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이건 다음에.
Ps. 예전에도 몇 번 말했지만, 이 블로그 시작의 계기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다. 당시 대다수가 친노가 폐족이 된다고 하길래, 그게 아니고 친노가 민주당을 통해 부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블로그에서 많은 예측을 했는데, 잘못된 것도 제대로 된 것도 있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많이 다른데, 그 차이 중 하나가 사회과학은 과거에 일어난 일은 설명을 잘하는데 미래 예측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석틀이 맞는지, 어떤 변수가 더 중요한지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